메타버스는 기회의 플랫폼

[칼럼] 메타버스는 기회의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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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수석연구위원]1990년대 중반 월드와이드웹(www, w3)이라 불리는 웹(Web)이 상용화된 이후, 2000년대는 웹 기반 인터넷 세상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이른바 인터넷 혁명기이다. 다음은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을 시작으로 2010년대를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혁명기라 부른다. 모바일 시대는 콘텐츠 소비와 쇼핑, 광고 시장 등의 미디어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 2020년대는 메타버스 중심의 더 크고 강력한 3단계 변혁이 시작됐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든 도구와 환경을 미디어로 보는 ‘오가닉 미디어’ 관점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 무대’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디지털 가상공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이 융합되면서 일어났던 정보 검색, 쇼핑, 교육, 의료 등 산업계 전반의 대전환이 가상공간까지 이어진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혁신적인 미래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사회 변화는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장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는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유통체계가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자유롭게 연결되는 일이 가능하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의 등장은 이미 30년 전인 1992년 미국의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시’를 효시로 본다. 아바타가 활동하는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를 최초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본 칼럼에서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초현실적인 가상 디지털 세계’라는 일반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하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3차원 가상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을 아우르는 가상 융합기술(XR, eXtended Reality)의 활용을 강조하는 ‘확장 가상세계’에 주목한다.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 확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국의 가속연구재단이 구분한 4가지 범주로는 모든 경우를 그룹화해서 설명할 수는 없다. 먼저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추가하는 ‘포켓몬 고’, ‘홀로렌즈 활용’과 같은 증강현실 영역에서도 홀로렌즈와 같은 하드웨어의 가속 기능, 소프트웨어 연계 역량에 따라서 확장 가능성은 넓어진다. 두 번째, 일상을 소셜 플랫폼에 디지털로 기록하는 라이프 로깅 영역에서도 현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서비스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타임라인으로는 현실 세계의 기록과 가상세계의 경험을 풍부하게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 현실 세계의 정보를 그대로 디지털 세계로 옮겨놓는 ‘구글 맵’, ‘구글어스’ 같은 거울 세계 영역은 상대적으로 현실과 매우 유사한 가상 영역의 설계가 가능하다. 네 번째, 현실과 다른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안적 디지털 세계를 만들어서 연결하는 영역이다. 이미 잘 알려진 ‘VR게임’, ‘세컨드 라이프’ 같은 가상세계를 다양한 콘텐츠로 구현해 낼 수 있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숨어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메타버스는 신세계를 여는 기회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콘텐츠 영역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구현해온 실감형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른 ‘메타버스 세계의 특징’을 반영하는 창작활동이 필요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메타버스 세계는 ‘오징어 게임’ 설계자처럼 한 사람의 정교한 설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설계자와 참여자가 자유로운 활동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유기적인 관계가 돼야 한다. 인류의 발전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콘텐츠의 생산, 소비, 공유에서 새로운 창작물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이미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지금의 게임들도 누구나 콘텐츠 창작자이며, 소비자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파격적인 변화는 현실과 자연스러운 연결 및 경제적 가치의 인정이다. 메타버스 게임 내부에서 유통되는 가상화폐가 기축 통화와 교환되고, 실물자산과 같은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 메타버스로 출근하고, 회의하고, 쇼핑하는 활동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현실 세계의 연장이다. 각각 별개로 동작할 것만 같던 서로 다른 산업의 메타버스가 연결되기 시작하면 나의 아바타는 현실의 나를 대신하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아바타를 매개로 서로 다른 사용자가 연결되는 순간, 세상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 이러한 특징과 발전 방향성을 고려한 창작활동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추구하는 게임들은 이미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는 특징을 보인다. 첫 번째 특징은 완성된 게임을 즐기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에게도 게임을 개발하는 재창조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두 번째는 가상 경제 활동 무대로 인정하여 비즈니스 공간이 되고 있다. 게임 안의 캐릭터, 굿즈 등의 가치를 높여서 팔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가상의 창작물을 ‘로벅스’라는 전용 화폐로 거래할 수 있고, 현실 세계의 달러로 환전도 가능하다. 세 번째 특징은 ‘소셜 파티’ 같은 가상 무대를 통한 활동 제공이다. 나의 아바타는 입체적인 공간에서 현실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는 누릴 수 없는 경험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포트나이트에 미리 공개한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의 성공이 좋은 사례이다. BTS의 팬클럽 ‘아미’가 이끌어가는 소통방식처럼 성장하는 MZ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에서부터 기회의 땅을 넓혀가자.

출처 : 김지현, 『3번째 세상 메타버스의 비즈니스 기회』, 성안당,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