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칼럼]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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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미디어공학회 이사회에 다녀왔다. 이사회에서 미모의 M모 교수가 개최 예정인 워크숍의 제목을 정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협의 결과 ‘딥 러닝 기반의 미디어 분석 워크숍’으로 결정됐다. 바야흐로 ‘머신 러닝’이나 ‘딥 러닝’이란 단어를 붙여야 폼이 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에서는 이 모든 것이 3월 9일 시작해서 15일까지 딱 일주일 만에 벌어진 사회 현상이다. 정부 관련 부처에서는 AI 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 AlphaGo보다 빠른 속도로 진흥책을 내놓았다.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이란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 2013년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무식한 필자는 그 용어가 운동기구인 Running Machine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하나쯤으로 생각했다. 한참 스마트폰을 이용한 Health나 Fitness 관련 앱이 넘쳐날 시기였기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Running Machine에서 운동을 하면서 해당 앱을 구동시키면 별의별 서비스를 다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이렇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AlphaGo 프로젝트’는 바둑 하수들(?)의 복수심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Google Deep Mind의 CEO인 하사비스, AlphaGo팀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실버 박사, ‘친알파’로 명명된 AlphaGo 착점 대리인 아자 황 박사 모두가 바둑 애호가이다. 나름 바둑을 너무나들 잘 알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자 황 박사는 아마추어 6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둑을 잘 모르는 필자가 보기에도 아마추어 6단은 프로 9단에게 명함 내놓기가 분명 꺼려지는 위치일 것이다. 프로 9단이 보기에 아마추어 6단은 분명 하수다. 아마 6단이 보기에 프로 9단은 넘사벽. 그래서 이 세 분들이 혹시 복수의 칼을 간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 우리가 힘을 합쳐서 프로 9단을 한 번 이겨보자’고 도원결의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처럼 특정 목적의 복수극에서 시작된 것이니, AlphaGo는 바둑에만 유난히 특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것이다. 따라서 AlphaGo에 적용된 알고리즘을 범용 인공지능에 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한국기원은 5번의 대국이 끝난 후 AlphaGo에게 명예 9단을 수여했다. 이들의 복수극(?)은 결국 프로 9단을 꺾고 본인들의 분신인 AlphaGo도 9단으로 대접받으면서 끝났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240억 원을 투자(AlphaGo Machine 값 및 개발비)한 데 비해 Google 및 Google 지주회사의 주식값은 58조 원이나 올랐다고 하니 성공 보수를 엄청 챙긴 경우가 됐다. 보통 막장 드라마는 끝이 좋지 않은데 그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해피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 9단이 종합 전적에서 AlphaGo에 졌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성공 보수가 엄청났다는 점에서 마음이 쓰리다. 명성을 올리면 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Trend를 상기하면, Machine에 인공지능을 심어 준 사람의 의지가 상대방보다 강한 것이지 꼭 Machine의 능력이 뛰어났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고전적인 Block 격파 게임의 경우, Machine은 하루 종일 Block 격파 게임을 하고서야 터널을 파서 집어넣는 방식이 효율적이란 점을 터득했다고 한다. 아마도 사람이라면 초심자라도 한 2시간 만에 터널을 만드는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점을 터득할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할 것은 머신 러닝이나 딥 러닝으로 대표되는 AI가 아니라 AI로 무장한 인간의 욕심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고기를 잡아 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란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 살아왔다. 고기 잡는 법을 잘 배웠어도 인간은 물리적인 한계로 잡는 양이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고기 잡는 법을 알아버린 AI를 통해 고기를 싹쓸이할 수 있다. 결국 Tolerance의 개념을 Machine에 심어주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모 통신사가 모 유선방송과 합병을 한다고 해서 허가를 해주냐 마느냐로 뒤숭숭하다. 당연히 합병을 해서 점유율이 높아지는 것만큼 배려나 공헌이 보장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통신사는 콘텐츠 발전을 위해 거액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던 전력이 있다. 굳이 Machine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의 학습능력은 인간도 갖고 있음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이 칭송해 마지않는 AlphaGo에 대해 음모론(?)적인 글을 썼으니 이제는 Google에서 연락이 올 것 같다. 혹시 모를 것 같아서인데, 필자 전번은 +82-10-XXXX-483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