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UHD 방송미디어 정책

[칼럼] 다시 보자, UHD 방송미디어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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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대선 때마다 미디어 정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신산업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왔다. 2001년 지상파 디지털 HD 방송 개시, 2009년 IPTV 서비스 시작, 2005년 지상파DMB 본방송 개시 등이 이러한 결과물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분야 주요 과제로 제시된 ‘미래지향적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구축’ 방안의 세부 내용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UHD 방송 미디어 정책을 다시 들여다볼 때다. 지상파 UHD 서비스는 방송 이상의 ‘공적 서비스 업그레이드’, ‘국가 재난 및 재해 대비’에 최적의 매체다. 전국망 구축과 AI 기술의 접목으로 재난 재해 대응·미디어 발전 선도·산업 수출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전략적으로 바라보자.

여당의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는 지상파 UHD 방송 정책 개편 및 AM‧DMB 폐국 등 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고 한다. K-콘텐츠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ATSC 3.0의 기술적 특징과 AI 기술을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미 주요 도시·인구의 80% 이상에 ATSC 3.0 (NextGen TV) 서비스를 제공 중이기에 산업 측면에서도 서둘러야 한다.

‘지상파 UHD 방송’의 핵심은 초고화질이 아니다.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켜내고, 소셜미디어 중심의 파편화된 콘텐츠 서비스를 해소하며, 미디어 균형발전을 이끌어가는 차세대 핵심 인프라다.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는 2017년 5월 31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잘 알려진 장점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방송 수신, 꿈의 화질, 입체 음향, IP 기반 양방향 서비스 등이다. UHD 방송 서비스의 전국 확대는 지상파 DMB 방송의 재정난 해결책이기도 하다. 지상파 DMB 방송은 모바일 방송에 대한 필요에서 개발되었다. 2001년 본 방송을 시작한 지상파 ATSC 1.0 방식은 HDTV 방송과 모바일 수신을 동시에 지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DMB 방송이지만, 추가 플랫폼이 되면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법적으로는 FM 라디오와 함께 재난방송 매체로 지정되어 있다. ‘방송 공동수신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고시’에 “에프엠(FM) 라디오 및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의 지하층 수신에 필요한 방송공동수신설비는 정전 시에도 항상 방송 수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비상 전원 공급이 가능한 회로를 구성하여야 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마음대로 폐국도 할 수 없다. 이제 지상파 UHD 방송 서비스로 이러한 문제를 일시에 해결할 때다.

이제 매스 미디어 시대를 이끌어왔던 하드웨어 중심의 한계는 잊어라! UHD 방송은 새로운 차원으로 산업 지형과 개인의 삶을 바꾸는 서비스 구현에 최적이다. 스티브 잡스가 창조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에 즉각 반응을 지원한다. UHD 방송은 이러한 즉시성에 공적 서비스용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임에 틀림없다. 스티브 잡스 이후의 미디어 산업, 콘텐츠 서비스의 전환점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미국의 ATSC 3.0 (NextGen TV) 서비스 현황 (2025.8월 현재)
출처: https://www.atsc.org/nextgen-tv/deployments/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차세대 미디어 소비 단말기로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바로 차세대 스마트폰이라는 AI 글래스로의 전환이다. UHD 방송이 통신 기술과 연결되어 끊김없는 서비스로 이어지며 생활 미디어의 중심이 되는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은 자율 주행차의 상용화 시기에 맞춰 차원 높은 디지털 콕핏 시대를 앞당기게 된다. 달리는 차 안에서 손과 발이 자유로워진 사람은 격조 높은 미디어 콘텐츠 소비와 더불어 입체 영상 시대를 요구하게 된다.

5G, 6G, IoT, 센서 기술이 플랫폼의 안정화를 앞당기고, 방송사가 잘하는 AR, VR, XR에 AI 기술이 만나 입체 콘텐츠 제작과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견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상파 UHD 방송서비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다채널 방송, 모바일 수신, IP 기반 개인화 서비스, 재난방송 통합 플랫폼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의 한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ATSC 3.0이라는 미디어 서비스 기술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다.

ATSC 3.0 기술과 생성형 AI가 만나 미디어 서비스 판도를 바꾼다.
첫째, 공영방송이 이끄는 개인화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ATSC 3.0 플랫폼에 AI가 시청자 분석을 담당하며 세대별, 특징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OTA(Over The Air)와 OTT 콘텐츠 결합도 가능하다.

둘째, 균형 잡힌 뉴스 요약, 해설 방송이 가능하다. 이는 양극화 사회에 합리적인 대안으로 기대된다.

셋째, 맞춤형 교육 서비스에 활용 방안은 더 다양하다. 방송 플랫폼이 IP 서비스를 이어주기 때문이다. AI 튜터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수준별 맞춤형 학습 경로를 모바일로 제공하고, 2단계로 선생님과는 데이터 기반 대화형 심화 학습을 이어갈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문해력, 한자 학습, 문제 해결 능력 배양 콘텐츠 개발과 서비스도 가능하다.

현명한 시청자라면 ‘초고화질 방송, 맞춤형 오디오, 다채널 방송·모바일 방송, 재난방송에 최적’ 수준에 만족해선 안 된다.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 개인화 플랫폼 지원, AI 접목 수준별 교육 서비스’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수신료 정상화로 지원도 필요하다. 정부의 차세대 미디어 정책을 기대하며, 공영방송사는 UHD 방송이 사회 기본 인프라임을 알리고, 차세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콘텐츠와 융합 서비스 모델을 지금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