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위기 OBS,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

최악의 위기 OBS, ‘비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상중계] OBS 경영 진단 긴급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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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 풀샷[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속적인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으로 수지를 맞춰온 OBS 사측이 이번에 또다시 대규모 정리해고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OBS 사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OBS가 처한 현실은 한 마디로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도 끊어져 더 나아갈 길조차 없는 산궁수진(山窮水盡)의 형국이다. 이 같은 답답함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 위원장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논의의 자리를 마련했다. OBS가 어떻게 하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OBS 구성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학계, 업계 전문가, 정치권 모두 대안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려 후속 조치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OBS 사측, ‘무위(無爲) 경영’에 구조조정까지…“경영 의지 보이지 않아”
2월 28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OBS 경영 진단 긴급 토론회-정리해고는 OBS 위기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없다’에는 공동 주최자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김경률 회계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변호사,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 손철호 경영 컨설턴트(SBS 사외이사), 유진영 OBS희망노조 지부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영주 성균관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OBS 연도별 대표이사발제를 맡은 유진영 OBS노조위원장은 “OBS의 경영은 한 마디로 ‘무위(無爲) 경영’”이라고 정의했다. 유 위원장은 “2006년 개국 준비부터 2017년 현재까지 10년 동안 10명의 사장이 교체됐는데 그만큼 경영이 불안정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제대로 된 경영 행위가 있을 수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사장이 바뀌는 시기마다 외부 정책 대응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OBS 관계자는 “OBS 수익을 보면 다른 방송사와 달리 광고와 사업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이 같은 수익 구조 자체가 무위경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며 “종합편성채널 개국과 미디어렙 도입 등 급변하는 시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위 경영보다 더 큰 문제는 사측이 수익 확대에 대한 노력 없이 인건비 절감을 유일한 경영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유 위원장은 “지난 9년간 인건비를 통한 절감액이 55억 원에 이르지만 증자는 41억 수준에 그쳤다”며 “시장의 변동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수용해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의 논리적 근거로 악용하는 등 경영의 최대 행위와 비전을 오로지 인건비로만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OBS 광고 예측액_비교실제로 사측은 지난해 경영 예측 자료를 통해 영업 손익이 2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5억 원 수준에 그쳤다. 또 올해 광고 예측액 역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내놓은 최저치에 -7배를 내놓았다.

물론 최근 몇 년째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점유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OBS의 광고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OBS는 별다른 사업 확장 없이 매년 이익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무제표에 따르면 OBS는 2012년 56억 원, 2013년 16억 원, 2014년 14억 원, 2015년 6억 원의 수익을 냈다.

김경률 회계사는 “OBS가 개국 1년 만인 2008년 12월 31일에 경영 위기를 선언하면서 비상경영안을 내놓았는데 2010년 OBS의 부채 비율을 보면 13%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2015년 말 OBS의 방송 기계 기구‧방송 시설 장부가액은 각각 4억 2,800만 원과 400만 원, 방송 시설 등 투자액은 2012년 5억, 2013년 1억, 2014년 3,000만 원, 2015년 1억으로 절대액이 작을 뿐 아니라 감가상각비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투자도 하지 않고 매년 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위기 상황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방송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자산 규모인데 왜 방송 사업을 시작했는지, 계속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손철호 경영 컨설턴트는 “사업 목적이 무조건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보도 기능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OBS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 대표이사 회장의 경영 전략은 ‘보도와 구매’”라고 정리했다. 보도 기능만 얼추 갖추고 나머지 편성은 구매를 통해 맞추겠다는 것이다.

손 컨설턴트의 발언에 김기덕 변호사는 “방송이라는 영역이 기본적으로 공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백성학 회장의 전략은 그런 성격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방송사에 허가를 내주고, 재허가를 하는 것 역시 공공성 때문인데 지금이라도 정부가 이러한 경영 태도를 반영해 재허가를 불허하고 다른 사업자를 모색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OBS 경영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는 공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양질을 콘텐츠를 제작하라고, 그래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라고 재허가를 내줬는데 (OBS 사측은)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OBS 조직 자체를 위태롭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백성학 회장의 경영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대안 놓고 의견 분분…속 시원한 해답은 도대체 어디에?
하지만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대한 대안을 놓고는 참석자 모두의 의견이 엇갈렸다. OBS 구성원인 유진영 노조위원장은 “대주주의 전횡으로 인한 방송 사유화를 막고 소중한 경인지역의 공적 자산인 지역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사‧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경인지역 시청주권 확립과 지역 방송 바로 세우기 위원회(가칭)’를 만들어 공익적 지역 방송의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전동철 OBS PD는 지자체가 나서 지역 방송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OBS도 서울특별시 예산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는 tbs교통방송처럼 지자체에서 운영‧관리하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 PD는 “방송법에 지자체만 넣어서 개정하면 된다”며 “인천광역시나 경기도가 OBS의 주인이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OBS 노사가 힘을 모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정책국장은 “OBS의 수익 구조를 보면 ‘실시간 가입자당 재송신료(CPS)’가 전혀 없다”며 “지역민방만 하더라도 SBS와 같이 소송을 하는 등 콘텐츠 협상력을 갖고 있는데 OBS는 콘텐츠 협상력이 아예 없다. 이것은 온전히 사측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히 실시간 방송만으론 안 된다”며 “경인 지역 시청자를 타깃으로 놓고 새로운 편성과 콘텐츠 유통 전략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이에 대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시민사회단체 활동 시절부터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여러 플랫폼 사업자를 만나 OBS CPS 문제를 논의했지만 들려오는 답변은 ‘OBS에서 CPS를 말하지 않는다’, ‘CPS를 지불할 만한 파워 콘텐츠가 없다’였다”며 OBS의 생존 전략이 부재함을 꼬집었다. 이어 “방통위에서 OBS에 러프하게 1년이라는 시간을 준 것은 더 이상 생존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면 퇴출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현재 방통위는 OBS의 사업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철호 경영 컨설턴트는 “냉정하게 방통위 등 정책당국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지금 현실에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대주주에 대한 이해와 설득 없이 정책적 대안으로 OBS 문제를 풀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답은 대주주 설득밖에 없다는 의미다.

손 컨설턴트는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억 대가 들어가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돌아오는 파급효과는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며 “리스크가 없는 소규모 투자를 선호하는 대주주를 설득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 외의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기덕 변호사는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의 투자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백 회장이 미국의 지게차 회사인 클라크를 인수했는데 역시나 OBS 운영 방식과 동일했다.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기존 기술로만 운영하되 해마다 구조조정으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OBS에 해온 방식 그대로”라며 앞으로도 이 방식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만약 방통위에 방송사 지분 관계 정리 권한이 없다면 재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어에 있던 한 OBS 구성원도 “공익적 민영방송인 OBS는 그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조건부 재허가를 내줘도 잠깐 뿐 OBS 대주주는 바뀔 사람들이 아니기에 법대로 재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재허가 취소에 동의했다.

해답을 찾기 위해 모인 자리였지만 역시나 답은 없었다. 이날 이 자리에 함께 한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OBS 구성원, 지역 주민 등 모두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어느 누구도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내놓은 대안들을 모아 정책당국인 방통위, 대주주인 백성학 회장, OBS 사측과 노조가 함께 논의한다면 그나마 지금보다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있기에 그래도 포기보다는 희망을 갖고 계속 논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