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12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로 첫 출근했다. 해직된 지 5년 만이다.
첫 업무는 ‘해고자 전원 즉각 복직 노사공동선언’이었다. 최 사장은 출근길 로비에서 김연국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 노조) 본부장과 함께 노사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앞서 MBC 노조는 12월 5일 발행한 노보 234호를 통해 “신임 사장이 첫 출근길에 노조 대표와 함께 해고자 즉각 복직을 담은 ‘노사공동선언’ 합의문을 대내외에 선포할 것을 제안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최 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김 본부장과 함께 “MBC 노사는 지난 9년간의 방송 장악 역사를 청산하고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해직자 전원을 즉각 복직하는 데 합의한다”며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의 해고를 무효로 하고 12월 8일자로 이들을 전원 복귀시킨다”고 밝혔다.
MBC는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강지웅 노조 사무처장,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을 해고한 뒤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PD도 해고했다. 이후 이들은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으나 사측이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날 최 사장은 노사공동선언 합의문을 발표한 뒤 노조원들과 함께 14층에 있는 사장실에 올라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MBC 노조는 “5년 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노조의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으로 해고된 구성원이 사장이 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며 “공정방송 실현에 대한 더 큰 책임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신임 사장이 단행할 첫 인사에 주목한다”며 “방송 장악의 어두운 역사를 단호하게 청산할 수 있는 인사,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을 확고하게 지켜낼 수 있는 인사,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최고의 콘텐츠 생산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인사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정치권의 입장은 엇갈렸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MBC가 그간의 불명예와 오욕의 역사를 벗고, 공정한 방송, 국민의 사랑받는 MBC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뒤 “그동안 파업으로 고생하신 언론인과 병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용마 기자께 심심한 위로와 힘찬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환영의 뜻을 전했다. 최 대변인은 “최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장악을 조명하는 영화 <공범자들>을 제작해 외곽에서도 진실을 전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장본인”이라며 “아득히 쌓인 언론적폐의 청소부이자 촛불혁명 이후 첫 MBC 사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방송, 정권의 입김에 나부끼지 않는 줏대 있는 공영방송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국민의당은 ‘긴급 구제 조치 차원으로 이해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일부에서는 방송계 ‘코드 인사’가 아닌가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MBC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긴급하게 해소하기 위한 ‘긴급 구제’ 조치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한 뒤 “(최 사장은) ‘방송법’ 개정이 된 이후에 재신임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자유한국당은 “최 사장 선임으로 MBC가 완전히 ‘노영(勞營) 방송’이 됐다”고 비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최 사장이 과연 공정한 인사를 할 것인지, 과연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인지, 과연 시청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지, 국민들이 무서운 눈으로 지켜볼 것이고, 또한 MBC 소속 일선 기자들이 사장과 노조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해낼 수 있을지도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최 씨는 불법 파업 참여, MBC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는 행위 등 MBC 취업규칙 위반으로 2012년 해고된 사람”이라며 “MBC를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한, 신뢰를 격추시킨 당사자가 MBC 사장이 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