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도 개입 넘어 인사 개입까지…KBS는 ‘침묵’ ...

청와대, 보도 개입 넘어 인사 개입까지…KBS는 ‘침묵’
시민사회단체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이정현 의원 사퇴” 촉구

1233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이고 KBS 내부에서도 잇따라 성명이 발표되는 등 내외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6월 30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전화 내용을 공개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길환영 전 KBS 사장으로부터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청와대가 KBS 보도 개입은 물론 인사까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언론노조와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골든타임의 초침 소리 하나가 절망과 죽음의 소리로 들리던 그 때, 청와대 홍보수석은 해경과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의 무능을 덮으려 했고,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은 무리한 요구라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며 △청와대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방송법 개정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기한 연장과 철저한 조사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기획하고 언론이 공조하며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파묻고 왜곡했다는 사실에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음에도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KBS에 대한 보도 통제가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결과라 눙치고 있고, KBS는 녹취록 공개 소식을 단 한 줄의 뉴스로도 다루지 않고 있으며 정권도 언론도 단 한 줄의 사과는 커녕 지금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 책임에 대한 절박함을 찾아 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전 국장의 징계무효소송 항소심에서 김 전 국장은 길 전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가 내려왔다. 사표 내라, 대통령 뜻이니 거절하면 (자신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보도 개입도 모자라 인사 개입까지 한 것은 언론통제 금메달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현 의원은 이런 파문 속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의원은 7월 7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이 의원이) 국민을 능멸하고 있다”며 “과거 구중궁궐에서 안하무인격으로 휘두르던 권력 참사가 만천하에 드러났으면 이제라도 자숙하고 반성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국민의당은 “청와대가 아무리 ‘통상적 업무’라고 궤변을 들어놓아도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대한민국 언론 자유의 순위가 수직 하락한 것은 그들이 말하는 소위 통상적 업무의 결과인 것”이라고 힐난했다.

하지만 KBS 뉴스에서는 세월호 보도 개입에 대한 어떠한 보도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KBS 보도본부 27기 기자 18명은 7월 5일 성명을 통해 “KBS의 위상은 일개 임명직 공무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마음대로 전화를 걸 수 있고, 답변할 틈도 주지 않고 욕설까지 섞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울 수 있는 정도인가 보다”라며 “언제까지 침묵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31기 기자들은 “KBS 기자라는 것이 이토록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며 “수뇌부는 현 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사건의 전말을 취재해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3기는 “박통각하 우국충정, 몰라주니 서운하네”, “주 7회도 모자라니 밤낮으로 틀어보세”, “정상화를 하자는데 뒷조사가 웬일인가”, “현명하다! 그의 판단, 고매하네 우리 기사” 등의 내용을 찬가 형식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KBS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청와대의 KBS 보도‧인사 개입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집행위원들은 7월 6일 오후 12시부터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청와대의 공영방송 언론장악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전 홍보수석 이정현 의원의 사퇴 및 언론장악 청문회를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