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재배치’ 문제점 드러내

‘채널 재배치’ 문제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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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 TV를 보지 못하는 ‘디지털 방송 난민’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5일 채널 재배치 작업에 들어간 전남 강진에서 다수의 가정이 채널 재설정을 하지 못해 TV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는 더 증폭되고 있다.

전남 강진은 이미 지난해 10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지역이다. 그러나 12월 15일 채널 재배치 작업을 하면서 일시에 기존 채널 송출을 중단하자 채널을 미처 변경하지 못한 가구들이 발생한 것이다.

채널 재배치란 30~300MHz(2~13번 채널), 470~806MHz(14~69채널)를 쓰고 있는 현재 방송 채널을 470~698MHz(14~51번 채널) 주파수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해당 지역의 송․중계소에서 이처럼 채널 재배치를 하면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에서도 개별적으로 TV 수신기의 채널을 재설정해야 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가구들이 채널 재설정 방법을 몰랐다는데 있다.

DTV코리아는 “정부가 뉴스, 자막고지, 안내문 등을 통해 채널 재설정 방법을 알렸지만 홍보와 인력 부족으로 대다수 가구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DTV코리아는 이어 “TV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대부분이 기술적 약자인 노인”이라면서 “이들 대다수가 리모컨을 작동해 채널을 재설정하는 방법을 아는 경우가 전무했다”고 밝혔다. 이는 취약 계층이나 서민들에게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제공해 정보 격차를 해소한다는 목표가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서는 11개 팀을 구성해 직접 수신 가구(전남 강진 전체 가구 중 6.9%인 1271가구)를 직접 방문해 일일이 채널 재설정을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 전국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실시될 때도 지금처럼 정부가 모든 직접 수신 가구를 방문해 채널 재설정을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방통위는 앞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국가들의 경우에도 인지율과 보급률은 높았지만 실제 디지털 방송 난민이 대거 발생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지율이 100%에 가까웠던 일본의 경우에도 아날로그 신호가 중단되자 국민들의 불편신고가 17만 건 이상 쇄도했고, 일본보다 앞서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미국도 불완전한 전환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들 국가에선 모두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의 디지털 전환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이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 한 디지털 전환 이후 TV를 못 보는 사람이 늘어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