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MBC 기술기획부 일반직 차장 정영구]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Barcelona 2019를 참관할 기회를 얻어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박람회 개요와 인상적 장면을 정리해봤다.
GSMA(세계 이동통신 사업자 협의회)가 개최하는 이동통신 관련 박람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2월 말 개최된다. 2,400여 업체가 참가하고, 10만 명을 훌쩍 넘는 방문객들이 참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박람회다.
세계적 규모의 행사답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MWC 조끼를 입은 행사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공항에서 편리하게 박람회 출입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고, 수많은 방문객이 편리하게 출입증 발급 및 행사장 출입을 할 수 있도록 시내 곳곳에 출입증 발급 부스를 설치해 놓은 것도 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도 안면인식을 통한 자동 출입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행사 규모에 부합하는 편의 서비스가 기억에 남는다.
올해 행사는 ‘Intelligent Connectivity’를 주제로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초연결사회 및 인공지능(AI) 등을 테마로 개최했으며, 삼성, LG, SK텔레콤, KT 등 한국 업체와 퀄컴, 화웨이, Sony 등 누구나 알만한 모바일 업계의 대표주자들이 참여했다. 2018년도에 이어 올해의 화두도 역시 5G였고, 단말기 제조사들은 앞다투어 최신 5G 단말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삼성과 화웨이는 접히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폴더블 스마트폰을 발표하며 전시 기간 내내 미디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필자 또한 관심을 갖고 전시 부스를 둘러보았는데, 삼성의 폴더블 폰인 ‘갤럭시 폴드’는 겹겹의 유리와 거울로 제품을 둘러 싸놓아서 제품을 만져보기는커녕 제대로 살펴보기도 어려웠고, 화웨이의 폴더블 폰인 ‘메이트 X’의 경우도 기자들을 상대로 시연회를 열긴 했으나 직접 만져볼 기회는 주지 않았으며,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는 등 자사 기술과 노하우 유출에 상당히 민감한 모습을 보여 일반 참관객들에게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외에도 LG전자가 ‘듀얼 스크린’ 기능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V50’을 선보였고, 샤오미와 Sony를 비롯한 다양한 휴대폰 제조사들이 5G와 UHD 동영상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최신 휴대폰을 전시하고 있었으나 ‘폴더블’ 폰의 이슈를 따라잡긴 버거운 듯했다.
5G 이동통신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통한 ‘초연결사회’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용량 영상 데이터의 고속 처리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갤럭시S10 5G 모델을 전시하면서 5G 네트워크를 통해 야구 중계 중 여러 카메라 중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카메라 앵글을 실시간으로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SK텔레콤과 KT의 경우는 VR 체험존을 설치해 많은 방문객의 발길을 붙들기도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영상 분석 기술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 추천 기술을 선보여 우수 서비스 상을 받기도 했다. 이미 국내외 OTT 서비스에 이러한 기술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개인화 서비스가 더 지능적으로 발전한다면 미디어 소비자들이 과거의 수동적 시청 행태에서 벗어나 맞춤형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트렌드는 한층 더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올해에는 수년간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의 한계를 넘어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모의현실(Simulated Reality, SR) 개념까지를 포괄하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관련 서밋이 열리는 등 한동안 정체된 듯 보였던 관련 서비스의 도약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선보인 ‘홀로렌즈 2’의 경우는 체험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경량화한 디자인에 AI와 심도 센서까지 탑재해 몰입감과 편의성을 크게 향상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원격 지원을 통해 정밀기계를 정비하거나 위험한 업무 환경에서 원격으로 장비를 운용하는 등 로봇 기술의 발전과 맞물린다면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행사 기간 MWC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TV 채널인 ‘Mobile World Live TV’ 채널을 시내 전역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는 것인데, 행사 내내 전시장 내에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을 운용하면서 방문객들이 놓치기 쉬운 이색적 부스를 소개하기도 하고, 유명인사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인터뷰를 하는 등 전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필자도 전시장 참관 후 숙소에 돌아와서 TV 방송을 보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상당한 도움이 됐다.
재미있었던 것은 전동칫솔 메이커인 오랄-B에서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양치질이 얼마나 꼼꼼히 되고 있는지, 칫솔의 압력은 적당한지, 빠트린 이빨은 없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제 화장실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가르쳐주는 부모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앱을 통해 칫솔질을 배우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다.
폴더블 폰으로 기 싸움 중인 삼성과 화웨이의 홍보전도 볼만했다. 최근 5G 장비와 관련된 보안 이슈로 미국과 마찰을 빚은 화웨이는 MWC 2019의 최대 스폰서로서, 최근의 일로 이미지를 구긴 데 대한 자존심 회복 차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 행사장 내 여러 홀에 세운 대규모 부스가 어디서나 눈에 띌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행사의 키노트 발표에 나선 ‘구오 핑’ 화웨이 회장은 백도어를 심은 적도, 심을 계획도 전혀 없음을 강조하며 미국의 공세를 정면 돌파할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는 행사장 내 부스는 화웨이에 비해 작았으나, 행사장 외부에 홍보물을 설치하고, 시내 카탈루냐 광장에도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오가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어 홍보 전략을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KOTRA의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Korea’ 이름으로 한 부스에 모여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Mobile World Live TV 채널에 제품이 소개되기도 하고, 전 세계 여러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해서 대기업 제품의 성공 소식보다 더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프랑스, 터키, 요르단 등에서도 중소기업을 모아 국가별 부스를 꾸린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우수 중소기업 지원은 꾸준히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으로 부족한 참관기를 마칠까 하며,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신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