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현업단체 “징벌적 손배에서 정치인‧공직자‧대기업 제외해야” ...

언론현업단체 “징벌적 손배에서 정치인‧공직자‧대기업 제외해야”
취지 및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언론 책무 위축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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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사의 악의적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언론중재법 개정에 속도를 내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촬영인연합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영상편집기자협회,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는 8월 29일 성명을 통해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에서 정치인‧공직자‧대기업 등에 대한 보도를 제외할 것을 요구한다”며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의 기능이 위축되는 순간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의 건강성도 함께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8일 “언론이 정부를 감시‧견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고의적 왜곡 및 허위 정보는 신속하게 수정해야 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언론중재법을 통한 언론의 책임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민주당도 언론개혁을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는 18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노종면 특위 간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려) 한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질 경우 기자 책임은 확인되는 실질 책임 범위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정도의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자리에서 “언론‧사법 개혁도 가급적 9월 25일 본회의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달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점을 언급했다.

언론현업단체는 “허위·조작 정보가 디지털 환경의 발달과 함께 민주주의의 건전한 작동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고, 언론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며,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은 시민이 실질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 논의에는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들은 언론에 부여된 본연의 책무 위축을 우려했다. 언론현업단체는 “윤석열 ‘내란’ 정권 시절, 검찰의 압수수색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로 비판 언론을 탄압했던 사례는 여전히 생생하다”며 “만약 그때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있었다면, ‘바이든-날리면’ 보도나 김건희씨 관련 의혹 보도는 거액의 배상 위협 속에서 차단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언론현업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에서 정치인과 공직자, 대기업 등에 대한 보도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2021년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던 언론중재법 최종안에서도 정치인·공직자·대기업 임원, 그리고 공익 침해 행위와 관련한 보도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면서 “보도의 진실성과 고의·과실 여부를 언론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요구하는 안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데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속도로 밀어붙일 법안이 아니다”라며 “일정한 기간을 정해 정치권과 언론계,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개정안을 집중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