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 ...

지상파 UHD 본방송,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
수신 환경 개선부터 재원 확보, 편성 규제 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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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50인치 초고화질(UHD) TV 가격이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UHD TV 출하량은 2014년 1,168만 대에서 2015년 3,188만 대로 173% 증가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더 나아가 올해 UHD TV 판매 대수는 5,130만 대, 2018년에는 8,000만 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전망기관인 Strategy Analysis(SA)는 2020년까지 미국 가정의 절반이 UHD TV를 보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UHD TV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결정했다. 지상파 UHD 방송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UHD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상파 UHD 본방송 전에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 확립을 위한 수신 환경 개선부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원 확보 문제, UHD 방송 편성 규제 문제, UHD 방송 수신 관련 민원 처리까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에 한국방송학회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후원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지상파 UHD 방송은 무엇인지 그리고 지상파 UHD 본방송 전에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방송기술저널은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본 지면을 빌어 지상중계한다.

“지상파 UHD 방송으로 시청자 매체 선택권 보장해야”
김광호 교수 4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시청자가 원하는 지상파 UHD 방송과 정책적 지원 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상파 UHD 방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익성”이라며 “직접수신율을 반 토막으로 떨어뜨린 디지털 전환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지상파 UHD 방송은 직수율 향상을 최우선시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UHD 방송으로 국민들의 매체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누구나 무료로 시청 가능한 UHD 방송 환경 구축’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정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지상파 UHD 방송이 도입되면 단일주파수방송망(SFN) 구성이 가능하고 전파의 세기가 커져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충분히 방송 수신이 가능하다”며 “UHD TV 판매 시 실내 수신 안테나를 제공하거나 내장형 안테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UHD 방송 자체로 수신 환경이 개선되는 만큼 시청자들이 언제든지 직접 수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장형 안테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제기된 바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원식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이용률은 92%에 달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들은 수신료 2,500원을 내고 5,000원 이상의 케이블이나 10,000원 이상의 인터넷TV(IPTV)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며 “TV에 내장형 안테나 설치를 의무화해 지상파의 보편적 서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호 DTVKOREA 실장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진호 DTVKOREA 기획홍보실장 역시 김 교수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이 실장은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해선 공시청 설비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예산 및 실행 주체 등의 문제로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전송방식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식인 ATSC 3.0으로 결정된다면 실내 수신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에 안테나 내장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어에 있던 임중곤 KBS UHD추진단 차장은 “가전사에서 3D TV 판매 당시 3D 안경을 같이 줬다. 3D 안경을 주지 않았다면 TV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안경은 주면서 안테나는 주지 않았다. TV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게 안 된다고 하는데 핸드폰에는 다 내장돼 있지 않느냐”며 가전사들의 주장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또 다른 발제자인 김희경 한림대 한림ICT정책연구센터 교수는 실내 안테나 제공이나 내장형 안테나 의무화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디지털 전환 이후 실내 안테나 사용에 대한 부분은 꾸준히 홍보해왔고 또 매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직접 수신을 해야 할 이유를 못 찾고 있기 때문에 직접 수신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내장형 안테나 장착으로 원가 상승의 압박을 받는 가전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말기 가격의 상승이며 이는 곧바로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전사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진 SBS 차장이에 대해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은 “시청자가 UHD 방송을 원하는지 그리고 UHD 방송을 지상파로 보길 원하는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78%가 UHD 방송에 대해서 안다고 했고, 66%가 지상파로 보길 원한다고 답했다”며 지상파 UHD 방송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지상파 UHD 방송이 도입되면 화질뿐 아니라 기존 유료방송에서 제공하고 있는 모든 서비스를 수신료 외 추가 비용 없이 누릴 수 있게 된다”며 지상파 플랫폼 발전 가능성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 절실…“답은 중간 광고”
지상파 UHD 방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재원 마련 문제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에 들어가는 예산을 지상파 방송사가 자체 조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12년 동안 6조 7,902억 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해야만 한다.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올해 1월과 2월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기 24% 폭락해 1999년 IMF 경제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김광호 교수는 “지상파 UHD 방송이 도입된다고 해서 방송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불황과 다매체의 영향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광고 제도 개선,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유예, 관세 혜택 및 세제 혜택 등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 입법조사처도 ‘2015 국정감사 정책 자료’를 통해 UHD 방송 제작의 구조적 제약을 지적하면서 △방송 광고 시장의 정체 △수신료 인상의 어려움 △유료방송 시장의 확대 △프로그램 제작 비용 상승 등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재정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 없이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탁재택 KBS 박사이에 대해 탁재택 KBS 박사는 “지난해 광고 총량제를 도입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한 상태로 중간 광고가 배제된 총량제는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상파 중간 광고 허용 문제를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상진 SBS 정책팀 차장은 “얼마 전 세계방송사회의(WBM)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평창올림픽 때 지상파 4K 방송을 하겠다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가 나선 결과 4K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정부의 힘”이라며 “정부가 도와주면 성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을 말 그대로 홍보만 하지 말고 정책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재철 방통위 부이사관김재철 방송통신위원회 부이사관은 “재원 충당을 위해선 결국 중간 광고 허용 유무밖에 없지 않나 싶다”며 “당위적으론 당연한 부분인데 정치 역학 구조와 얽혀서 지금 당장 낙관적으론 볼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UHD 편성, 방송사 자율에 맡겨야”
미래부와 방통위는 지상파 UHD 본방송 도입 정책에서 동시 방송 의무를 언급했다. 즉 HD TV와 UHD TV 편성이 동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UHD 편성 비율을 강제할 경우 방송사들이 UHD 방송 활성화보다는 규제 회피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각 방송사 요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광호 교수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편성 비율은 각 방송사 사정에 맞게 전략적으로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추후에 수정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일정기간 동안에는 편성 규제 방향을 의무가 아닌 ‘가이드라인’이나 ‘권고 사항’ 정도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시적으로 별도 편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KBS 기술연구소 주최로 열린 ‘UHD 본방송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정준희 중앙대 교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동시 송출 상황과 동일하게 HD를 릴레이하는 UHD 도입은 무의미하다”며 “UHD에 특화된 콘텐츠 예를 들어 영화나 TV영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을 집중 제작‧편성해 일종의 쇼케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HD와 구별된 UHD 특화 채널과 HD(기본, 파생, 선택적 SD) 채널 등을 패키지로 기초 서비스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지상파 UHD 방송 도입으로 지상파 플랫폼의 도약을 염두에 둔다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논리다.

“UHD TV로의 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
김희경 교수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UHD TV 구입 부담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희경 교수는 “TV 시장에서는 이미 5~6년 동안 고가의 HD TV를 구매해서 새로운 TV 단말기를 구매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UHD 방송만으로는 TV 교체 수요를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역시 TV 구입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디지털 전환 당시 시청자들이 수동적이었던 것처럼 UHD TV 구입도 마찬가지”라면서 “TV 시청 행태가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재정적 부담을 요구한다면 시청자들은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로어에 있던 은문기 DTVKOREA 사무총장은 “TV 수상기 교체율은 매년 10% 정도로 몇 년 안에 HD TV는 자연스럽게 UHD TV로 교체될 수밖에 없다”며 “UHD TV로의 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김광호 교수 역시 “TV의 경우 10년 단위로 교체가 이뤄지는데 10년 이상 쓴 사람들이 많고, HD TV보나 UHD TV가 더 싼 가격으로 나온다면 교체는 생각보다 더 빨리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