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앞으로 10개월…촉박한 일정 ‘비상’ ...

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앞으로 10개월…촉박한 일정 ‘비상’
김광호 교수 “ATSC 3.0 내년 2월에나 확정될 듯” “지상파 UHD 본방송 시점 재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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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난 2010년 광복절에 맞춰 복원된 광화문 현판이 교체 3개월 만에 갈라졌다. 당시 문화재청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현판에 쓰인 소나무가 수축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국 부실 공사로 밝혀졌다. 그해 말 완료를 목표로 했던 공사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완공 시점을 9월로 앞당겼다가 다시 광복절에 맞춰 공개키로 최종 결정됐다. 완공 시점을 맞추기 위해 마르지 않은 소나무를 사용한 현판은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라졌고, 임시방편으로 땜질을 했지만 2014년 또다시 균열이 발견됐다.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속도전의 결과였다.

방송학회 UHD 토론회최근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을 앞두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촉박한 일정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4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후원으로 열린 ‘시청자가 원하는 지상파 UHD 방송과 정책적 지원 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국식 표준인 ATSC 3.0의 최종 승인이 2017년 상반기에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표준 및 방송 시스템은 그 이후에 이뤄지는 게 정상적”이라며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도입’이라는 담론 때문에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UHD 방송을 부실하게 시작하면 향후 더 큰 위험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정책에 따르면 지상파 UHD 방송은 △2017년 2월 수도권 본방송 개시 △2017년 12월 광역시권(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과 강원권(평창‧강릉 등 평창올림픽 개최지 일원) 본방송 개시 △2020년부터 전국 시‧군 지역 본방송 순차적 도입 △2021년 지상파 UHD 전국 방송 완료 △2027년 HD 방송 종료 추진 순으로 도입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지상파 UHD 본방송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문제는 아직까지 지상파 UHD 표준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 표준화 동향 등을 고려해 올해 6월까지 지상파 UHD 방송 표준방식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상대적으로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미국식 ATSC 3.0의 표준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ATSC 3.0은 현재 CS(Candidate Standard, 후보 표준) 상태고, 4월 PS(Proposed Standard, 제안 표준) 단계를 거쳐 내년 2월에나 최종 승인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표준화 이후에도 실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상파 방송용 송수신 장비는 표준화 이후 1~2년 정도가 지나야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장비 간 동기화나 정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준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진행돼야 하는 무선설비규칙 개정, 송수신정합 관련 업무 역시 진행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안고 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방송 방식이 결정되면 송수신정합실험 검증 뒤 무선설비규칙 제정, 무선국검사항목과 기준 정립 등이 단계적으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2017년 2월 본방송 프로세스에 매여 동시 진행으로 이뤄지고 있어 규제 자체가 부실해질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가전사도 마찬가지다. 가전사에서는 신규 모델을 출시할 때 테스트만 10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만약 국내에서 미국식 표준을 택한다면 표준화 이전에 테스트를 하고 심지어 본방송까지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역시 “지난해 말 발표 이후 아직까지 정부의 진척된 움직임은 없어 보이는데 미국식 표준 완료 일정도 봐가면서 조급하지 않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김 교수의 우려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당시 디지털 수신기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급급했던 정부 때문에 일정이 앞당겨져 직접수신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성과주의에 매몰돼 무작정 일정 맞추기만 하지 말고 첫 단추부터 잘 꿰어서 이번에는 디지털 전환 당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지상파 UHD 본방송 전 문제점을 철저히 검토해 적절한 진행 순서에 따라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만큼은 4K UHD 방송으로 제작한다는 전제 하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 적절한 지 검토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