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운용시간 자율화 해야

지상파방송운용시간 자율화 해야

661

선택의 권리 극대화·소외된 계층에 복지혜택

윤 석 년 (광주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상파방송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볼 때 지상파방송에 대한 규제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지상파방송 사업자에게 독과점을 보장하는 대가로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한다는 면에서 이들에 대한 여러 규제들은 어쩌면 불가피하다. 이러한 규제들은 주로 시청자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도, 교양, 오락 등 일정한 비율을 의무적으로 편성하고, 뉴스보도의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저질 선정성 문제에 대한 시시비비를 심의하고, 프로그램의 올바른 시청지도를 위해 프로그램 등급제를 실시하고, 또 방송영상산업을 일정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 일정 비율의 외주제작비율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지상파방송은 방송시장 뿐 아니라 전체 미디어시장에서 비교 우월적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갖가지 규제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여론의 도마에 쉽게 오르내린다. 특히 지상파방송은 신규 사업자를 위해 상당 부분 양보를 강요받거나 광고시장을 둘러싸고 신문 등 경쟁 미디어의 끊임없는 견제를 받아왔다.

지상파방송은 매체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 하에서 신규 경쟁서비스에 대해 비대칭규제를 받아 왔다. 비대칭규제 중 지상파방송에 대해 아무런 타당성 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방송운용시간에 대한 규제이다. 방송운용시간 규제는 일찍이 독재정권 시대에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나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아침과 낮 시간에 대한 방송 불허에서 비롯되었다. 아침방송이 재개된 이후 조금씩 낮 방송시간이 늘어나 평일인 경우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 오후 4시부터 밤 1시까지, 주말인 경우 오전 6시부터 밤 1시까지 각각 평일 15시간, 주말 19시간을 정규 방송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외의 시간에 방송프로그램을 방영하려면 방송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방송위원회는 방송사가 요청한 방송시간 연장 신청을 모두 허가한 바 있어서, 방송시간 연장은 하루 평균 4시간 30여분이나 달해 하루 평균 19시간 이상을 방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방송운용시간에 대한 규제는 형식적으로만 유지되고 있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방송운용시간 연장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의 광고수익을 놓고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방송위원회의 제출 자료 간에 차이를 놓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많게는 375억에서 적게는 43억의 추가 광고수익을 지상파방송이 획득하였지만 실제 전체 방송광고비 2조 5천억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많아야 1.5%에 그칠 정도이며 각 방송사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아주 미미하다.

오히려 방송운용시간이 늘어나면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인력충원과 제작비 투입에 대한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일부 과잉 인력의 투입과 적은 예산이 투입된 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하여 땜질식 운영이 가능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문제에 대한 외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의무를 도외시 할 수 없다.

지상파 방송시간이 확대되면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영역이 확보되면서 낮 시간에 뉴스를 비롯한 신속한 정보제공 기능이 강화되는 등 시청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정규 편성을 통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색다른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국회 회기 중에는 국회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 중계 등으로 국정 활동을 감시하는 기능도 강화된다. 또한 방송을 통한 각종 캠페인도 활성화된다. 즉 방송시간의 확대는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의 권리가 극대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 방송서비스는 일반 시청자들 뿐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소외된 계층에게 하나의 시청자 복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낮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의 늘어나는 시청자 수요를 고려 해 볼 때 지상파방송의 방송시간확대는 어쩌면 시청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지상파 방송사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경쟁매체의 시장 진입과 지위 확보를 위해 또 국내 방송영상산업 등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상파방송에 대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방송시간의 규제는 방송 환경이 변화함으로써 점점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방송운용시간에 대한 일방적인 규제 보다는 자율화가 정책 목표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방송위원회는 경쟁사업자의 반발과 신문사들의 여론몰이에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차일피일 방송운용시간의 단계적 자율화 시행을 미루고 있다.

지상파 방송운용시간 규제의 정책목표는 그 실효성을 상실하고 지속해야 할 명분도 약하다. 이제 방송운용시간 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접고, 시청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서 어떻게 방송운영시간을 효율적으로 시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