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기술표준안 ‘잠정표준’ 논란

지상파 UHD 기술표준안 ‘잠정표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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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한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안이 ‘잠정표준’으로 채택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9월 29일부터 10월 13일까지 서면으로 개최된 표준총회에서 총 13건의 안건 모두를 표준 제정했다고 10월 15일 발표했다. 논란은 이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표준번호 TTAI.KO-07.0123)’만 ‘잠정표준’으로 채택한 데서 비롯된다.

TTA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잠정표준이란 표준을 조속히 제정할 필요가 있으나 기술발전추세 등의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 일시적으로 적용되는 표준을 말하며, 제정 후 1년 이내에 일반표준으로의 채택을 심의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TTA의 ICT 표준 인증은 기술적인 결함이 없을 시 통과되는 게 관례로, 이번처럼 ‘잠정표준’으로 채택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때문에 지난 7월 34개 상정 안건 가운데 유일하게 부결됐을 때도 재벌 통신사들의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를 위한 꼼수’라는 비난이 이어졌었다.

TTA 총회 서면 의결은 의결권자가 ‘찬성’, ‘반대’, ‘기권’ 가운데 의사를 체크하고 ‘반대’를 체크한 경우 별도의 의견을 작성할 수 있도록 진행된다. 따라서 ‘잠정표준’은 반대를 선택한 의결권자들의 별도의견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부결’과 다름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지상파 UHDTV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이 1년의 시한부를 갖는 이상 지상파 UHD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나 시장의 움직임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지상파방송사 한 관계자는 “1년 후에 박탈당할 수도 있는 표준을 가지고 삼성·LG 등 어느 가전사가 겁 없이 지상파 UHDTV 생산에 뛰어들 것이며, 가전시장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누가 지상파 UHD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번 결정 역시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를 위한 이른바 통피아(통신마피아)들의 ‘간교한 획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통신사 편향적 700MHz 대역 주파수 분배안으로 여야 의원들에게 난타를 당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총회에 앞서 열렸던 한 공개 회의석상에서 KT 관계자가 ‘지상파 UHD 표준안을 부결시키겠다’고 발언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부결이 아닌 잠정표준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여론의 뭇매로 통신사의 입지가 곤란해질 상황에 대비한 시간벌기용 재스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처럼 통신사 일방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것은 회비에 비례해 투표권을 부여하는 총회 자체의 불합리한 의결구조 때문이다. 현재 TTA 총회 투표권은 통신사가 207표(KT 100·SKT 77·LGT 30), 방송사가 5표(KBS 2·MBC 1·SBS 1·EBS 1), 기타 회원사가 304표(가전사 등)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