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확대 주장 봇물…왜?

지상파 재송신 확대 주장 봇물…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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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발맞춰 학계는 물론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케이블 사업자와 시민단체, 그 외 유관 외곽단체까지 한 목소리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월 6일 한국방송학회가 개최한 ‘방송법제 현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가 “공영 방송의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에 포함시켜 (지상파가) 재송신료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한 재송신법 전체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주 교수는 “현행 재송신료 자체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2월 28일 있었던 2020 미래방송포럼에서 펼친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한국케이블TV방송협의회,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의 성명서 및 기자회견의 유력한 논리적 근거로 여겨진다.

사실 주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 업체의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재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은 KBS1과 EBS만 포함되어 있는 상태다. 나머지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를 유료 방송이 서비스 하려면 가입자 1인당 280원의 재송신료를 내야한다. 그런데 이 조항을 두고 유료 방송은 재송신료 자체가 부당한 이득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동시에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료 방송의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은 어폐가 많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이 흔들리게 되며 이는 곧바로 공공방송 기능의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신료가 십 수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재송신료마저 사라지면 대한민국의 지상파 방송은 현재 일부 유료 방송사가 하는 것처럼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한 적자생존의 정글속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상파 콘텐츠를 헌법의 가치로 보호받는 저작권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유료 방송사의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은 논리적 기반을 상실하게 된다. 재원을 들여 만든 지상파의 콘텐츠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료 방송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다면, 그 자체가 심각한 법 위반이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상파의 공적책무 이행 부분도 문제가 없다는 평이다. 대한민국은 디지털 TV 시대를 맞이해 직접수신의 역사를 확대시키고 있다. 직접수신은 지상파의 미래며 현재도 활발한 난시청 해소 노력이 뒤를 잇고 있다. 지상파 4사의 합의체인 DTV KOREA와 디지털시청100%재단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활발한 디지털 공시청 시설을 구축중이다. 물론 700MHz 대역 주파수의 난시청 해소 기능에서도 이러한 노력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의 공적책무 및 합리적인 지적 콘텐츠 개념을 뒤로하고 현재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조금씩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되던 때부터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염두에 둔 인수위원의 정책적 행보가 이어졌다고 전하며, 이미 몇몇 유력 유료 방송 정책단이 인수위 실문진과 물밑 접촉을 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게다가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와 국회가 통합 방송법 논의를 끌어내며 유료 방송법 일원화 및 유료 방송 지원 특별법을 연달아 천명하며 유료 방송의 산업적 발전 기능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도 심상치않다. 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IPTV-SO 관장을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방송을 대하는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산업발전의 논리에 매몰되어 방송의 인문학적 가치를 포기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논리에 탄력을 붙게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