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디지털 전송 방식을 케이블에 개방하라?

지상파 디지털 전송 방식을 케이블에 개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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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2012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시청자를 생각하는 세심한 디지털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디지털 사각지대를 막아내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학술대회에서 나온 ‘지상파 디지털 방송 송출 방식 8VSB 케이블 적용론’은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현재 케이블 디지털 송출 방식은 ‘쾀’ 기술로 암호화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초 암호화된 방송 정보를 풀어버리는 ‘칩’을 내장한 클리어쾀 TV를 상용화시켜 저소득층 가구만 이 요금제를 선택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규제가 얼마나 철저하게 지켜질지 미지수인데다가 채널 숫자에 대한 논란 및 핵심 채널의 포함 유무에 따라 클리어쾀 TV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클리어쾀 TV로는 부족하다”며 올바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지상파 방송이 활용하는 디지털 전송 방식인 8VSB를 케이블 업체게도 전면적으로 허용하라”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들은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약 1,470만 가입자가 케이블 상품에 가입해있고 이 중에서 약 1,000만 가입자가 아직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클리어쾀 TV를 저소득층에 개방한다 해도 그 숫자가 50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950만 가입자는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해법은 지상파의 디지털 전송 방식인 8VSB를 케이블에도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8VSB 방식은 기존 디지털 TV로 셋톱박스 없이 고화질(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전송방식이다. 그런 이유로 만약 케이블 업체에 이 8VSB를 허용하면 1,000만 가입자가 지금 당장에라도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케이블 업체는 디지털 전환 정국에서 막대한 예산을 주장하는 것도 모자라 무료 보편의 지상파 서비스가 가지는 강점 중 하나인 무료 보편의 ‘도구’까지 사업에 활용하려 한다”고 지적하며 “기술상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를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패러다임으로 환치시킨 사례처럼, 이번 전송 방식 다양화 방안도 기업의 이익에 대한 패러다임을 제외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해당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라고 전했다. 여기에는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100% 시청자에게 선물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존중해야 하지만,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유료방송디지털전환지원 특별법’을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국내의 특이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이 짙게 베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