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송·고통 융합(방통융합) 시대

지금은 방송·고통 융합(방통융합)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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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방송·고통 융합(방통융합) 시대

   박성규 편집주간/SBS기술팀 부장

사회적 합의는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근본이다. 새로운 입법과 정책 결정단계에서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정이다. 옳고 그름을 몇몇 사람의 머리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의 각계 각층의 의견을 고루 들어 정..합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의견으로 수렴될 때 비로서 새로운 법안과 정책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여론수렴과 사회적합의 과정이 최근 국회의 미디어법과 방송법 입법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 마저 든다. 지금까지 어느 법안이나 모두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방송관련 법안이 더욱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방송은 국민 문화와 정서 및 정보와 오락을 이끌어가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산소와 같은 필수 수단이기에 사회적 합의 과정에 의한 의견수렴이 더욱 절실한 것이다. 방송이 산소로 작용한다면 국민 모두가 건강할 수 있지만, 방송에 독소가 들어간다면 국민이 병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방송기술인들은 디지털방송시대에 접어 들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진 기술표준과 방송정책이 사회에 끼치는 국가적 손실과 악영향에 대해 여러 차례 경험 해 왔다. 유료방송 매체는 수신기 자체가 유료방송 사업자의 소유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감당만 할 수 있다면 지상파방송보다 수월하게 정책을 바꾸거나 표준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반면에 지상파방송은 수신장치를 시청자가 스스로 구매하고 시청자의 재산이 되기 때문에 한번 잘못된 정책이나 표준이 이루어지면 시행착오에 의한 피해가 고스란히 방송사와 시청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상파방송 기술정책은 기술의 복잡성과 전파라는 무형의 전달매체를 사용하므로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에서 방송기술인들도 전파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상당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기술인들은 방송기술정책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상당히 외면되고 무시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일방적 판단과 정책결정의 결과로 DTV방송과 DMB방송 및 DATA방송과 MMS정책 등 많은 부분에서 모순과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위성DMB의 추락과 IPTV의 불확실성 등이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지상파방송 정책은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여 방송사에 대한 규제와 견제뿐만 아니라 방해와 무시의 정책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적어도 기술정책만이라도 공학적 판단이므로 분명히 더 나은 기술과 더 앞선 기술의 구분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더 어렵고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지상파방송의 기술정책이 지상파방송의 미래를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정부의 산업적 논리가 방송사의 시청자 논리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 논리란 기업을 위한 것이고 대기업 입김이 우선됨을 말한다. 시청자와 방송엔지니어가 원하는 방향보다 대기업의 이익과 힘이 더 우선되고 있어 방송기술 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원래의 목적과 성과에서 자꾸 빗나가고 있다.


굳이 이미 합의된 DTV 기술표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후 일어난 DMB DTV송신과 별도로 이동수신망 송신기 배치가 필요하여 엄청난 재원 낭비와 수익부재를 유발시키고 있고, 리턴 인프라도 없으면서 쌍방향부터 시작하려던 데이터방송 정책은 처음부터 시청자에게서 멀어져 갔고, DTV 부가서비스에 의해 시청자 가정에서 스스로 디지털전환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수 있었던 MMS정책은 정부와 케이블의 입김에 의해 무시되었으며, 위성DMB는 지상파DMB와 방식을 달리 가져감으로써 초기 시장성 확보에 실패한 사례가 되고 있다. 주파수정책 마저 ATSC방식이 주파수를 많이 차지하는 MFN방식임에도 불구하고 Ch52번 이후부터는 반납하게 되어 있어 2012 DTV전환에 상당한 기술적 고통과 애로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IPTV에 정부의 독촉과 강요(?)로 지상파방송 컨텐츠를 실시간 제공하게 됨으로써 그나마 10%선을 유지하고 있던 지상파 직접수신자도 더 줄어들게 되어 지상파방송의 주파수 이용과 난시청해소 등에서 지상파방송의 위상추락의 악순환은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최근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 밀어붙이기식의 미디어법과 방송법 상정 시도 과정을 보면서 사회적 합의와 전문가 의견수렴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낄 수 밖에 없다. 시행착오와 잘못된 판단과 결정이 직접적이면서 바로 국민에게 영향으로 나타나는 방송에 관한 정책결정이야말로 더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방송기술정책의 시행착오는 더욱 큰 국민적 손실과 방송기술인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시청자 요구와 방송기술인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