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금 대한민국은, 아니 세계는 미디어 플랫폼 전쟁 중이다. 지난 2월 폐막한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4에서 그동안 반목하던 모바일과 OTT(Over The Top)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가 ‘동지’로 돌아선 대목도, 다양한 이종 매체의 플랫폼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도 하나의 결론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와 진화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 전쟁의 가장 첨예한 충돌지점인 지상파 UHD와 8VSB 허용, 유료방송 규제완화와 통합 방송법을 면밀하게 살핌으로써 ‘총성없는 전쟁’을 진단하겠다.
지상파 UHD 실험방송 실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국을 허가하며 보편적 뉴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래부는 3월 11일 지상파 3사에게 UHD 실험국을 허가했다고 밝히며 각 방송사는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6MHz 폭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 3사는 자사 방송망 환경에 맞는 UHD 실험국 시스템을 구축하여 SFN(단일주파수망/방송권역내 모든 송신기가 동일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방송망을 구성하는 방식) 등 다양한 유형의 실험과 기술검증을 실시하게 된다. 본 실험방송에서 KBS는 비교적 상위대역인 66번 채널(782MHz~788MHz)을 할당 받았으며 MBC는 52번 채널(698MHz~704MHz), SBS는 53번 채널(704MHz~710MHz)을 받았다. KBS는 2차에 거친 UHD 실험방송 노하우를 통해 추후 2015년 본방송을 전격적으로 타진하며 MBC는 상암 개국방송을 UHD로 준비 중이다. 그리고 SBS는 기존 관악산 송신소에 이어 본사가 있는 목동에도 UHD 송출기를 구비해 실험방송에 대비하고 있다.
구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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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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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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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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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번 채널
(782MHz~ 788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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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번 채널
(698MHz~ 704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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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번 채널
(704MHz~ 710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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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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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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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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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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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실험국 허가 현황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방향성이 방송용 필수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의 지상파 UHD 현실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선 미래부에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허가하며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과는 일정정도 선을 그은 상태인데다 미래부 스스로도 작년에 수립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과 5년에 1회 작성하는 전파진흥기본계획을 통해 해당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비록 UHD 협의체에서 지상파 분과가 ‘국민행복 700 플랜’에 기반해 해당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주장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유료방송 분과가 4월 케이블 UHD 상용화를 기점으로 자신들이 대한민국 UHD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미래부의 정책방향도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정책으로 흐르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리하자면, 미래부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을 전제로 UHD는 유료방송, 특히 케이블 주도의 발전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물론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시작되기는 하지만, 미래부 스스로 해당 주파수의 할당과 지상파 UHD는 별개의 문제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이미 UHD 협의체에서 유료방송 분과가 지상파보다 구체적이고 빠른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음을 상기해야 한다.(최근 케이블을 중심으로 제조사와의 UHD 협력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심지어 콘텐츠 분과는 ‘올포원 펀드’를 통해 지상파보다 부족한 유료방송 UHD 콘텐츠 수급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달라진 것은 없다. 700MHz 주파수 공동 연구반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지상파 UHD 실험방송이 말 그대로 ‘실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뜻이다.
2월 6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KBS를 방문해 UHDTV 시연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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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도 무조건적인 지상파 UHD 말살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2월 6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KBS를 방문해 (케이블과 위성방송에는 있는) TTA를 통한 지상파 UHD 표준정합모델의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동안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포함해 지상파 방송사의 지상파 UHD 구현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700MHz 대역 주파수가 걸린다. 그런 이유로 해당 주파수를 통신사에 넘기고 싶어 하는 정보통신부 출신의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준정치인과 더불어 가끔 괴상한 논리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위성을 활용한 지상파 UHD 방송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올해 6번의 회의를 거친 UHD 협의체 성과를 공개하는 한편, 700MHz 대역 주파수 공동 연구반의 경과를 보고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방통위 상임위원이 전체회의 도중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경매대금을 통해 위성을 제작하여 해당 위성을 통해 지상파 UHD를 실시하자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을 지지부진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과 지상파 UHD 활용의 ‘플랜 B’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사실 이러한 사안은 기술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자세히 설명하면 길어지기에 간단히 요약하자면, 위성방송은 절대 난시청 지역을 가지는 플랫폼으로써 지상파에 적합하지 않으며, UHF 안테나 처리 문제, 위성 안테나 및 셋톱박스 비용, 재난방송의 불가능 등의 이유로 지상파 UHD에 어울리는 플랫폼이 아니다. 게다가 주파수 대금으로도 처리할 수 없는 비용이 엄청난 부분과 내구연한이 있는 위성을 지속가능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한 위원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방통위 간부가 ‘고려하겠다’고 답했고, 많은 언론이 그대로 받아 써버린 점은 더욱 당혹스럽다. 대응할 가치도 없지만, 앞으로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어차피 UHD는 시대의 조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할 지상파 UHD 모델을 이미 구비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료방송 중심으로 해당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결국 재원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넘기고 말겠다는 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 지나친 환호는 보내지 말기 바란다. 정부는 해당 주파수를 통신에 넘기겠다는 방침을 포기하지 않았고, 유료방송은 차근차근 상용화 일정을 밟고 있다. 4월 10일 케이블이 제조사와 손잡고 양휘부 케이블TV협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의 회동 후 돈독해진 ‘협동’을 통해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 위원장을 대동한 상태에서 케이블 UHD 상용화를 선언하면, 이제 실험방송에 돌입한 지상파는 상대적인 비교를 당하며 동력이 꺾일 확률도 있다. 700MHz 대역 주파수와 지상파 UHD 상용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지상파가 절대선도 아니고, 유료방송이 절대악은 아니지만, 최소한 UHD 영역에서 지상파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디어 발전은 프리미엄 서비스의 프레임에 갇혀 제한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케이블 MSO 8VSB 변조방식 허용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은 사실 괴이한 정책이다. 당사자인 케이블 MSO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서 해당 정책의 수혜를 입을 예정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마뜩치 않아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을 대부분 추진한 케이블 MSO는 내심 8VSB 허용을 거부하는 기류도 팽배한 상태다. 실제로 작년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하고 방송업계의 로비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무렵, 필자는 8VSB 허용을 ‘로비’하는 이들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모두 종합편성채널의 사람들이었다. 여기에 8VSB 허용은 현 정권의 창조경제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책이며, 최근 미래부가 지난 2월 창조경제 분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방송 독과점 한 마디’에 부랴부랴 PP 산업 진흥을 추진하는 것과도 결을 ‘달리’ 한다. 순수한 종편특혜. 오로지 종편을 위한 정책인 셈이다. 다만 종편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다. 아날로그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에게 선명한 고화질을 통한 영향력 증대를 노린다고 하지만, 이게 또 미비하다. 하여튼 정말 이상한 정책이다. 누구도 강렬히 원하지 않고 있지만, 이상하게 지치지 않고 추진되는 정책. 실제로 종편은 8VSB 허용 논란 초기에 강력하게 8VSB 허용을 주장했지만 막판에는 슬쩍 발을 빼는 모습도 보인 바 있다. 덕분에 작년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 발표 이후 일사천리로 추진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사석에서 만난 케이블 관계자는 필자에게 “종편이 등 떠밀어서 우리도 추진에 방점을 찍지만, 종편도 손을 뗀 마당에 희한하게 일이 흘러간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2013년 12월 4일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에 대응한 한국방송협회–방송인총연합회 긴급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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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미래부는 논란이 되던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디지털 TV를 가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는 별도의 작업이 없어도 고화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으며 아날로그TV를 가진 아날로그 가입자는 DtoA 컨버터를 설치하면 고화질 방송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에 미래부가 발표한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 방침’은 ‘전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고 기민했다.
일단 8VSB 허용만으로 글을 쓰면 수십 페이지는 쉽게 넘어가기 때문에, 간단한 정리와 그에 따른 파급력, 그리고 추진사항에 대한 점검을 논하는 선에서 정리하겠다. 우선 이 대목에서 정부가 8VSB 허용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싶어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케이블 방송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상당히 느린 상황에서 가입자들을 임의로 나누면 1) 디지털TV를 보유하고 디지털 상품에 가입한 사람, 2) 디지털TV를 보유하고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한 사람, 3) 아날로그 TV를 보유하고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한 사람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정부는 8VSB 허용으로 2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고화질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디지털TV를 보유했기에 직접수신으로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지만, 케이블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에 디지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8VSB 허용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선 첫째, 2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3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시청권 보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8VSB가 케이블 MSO에 허용되면 3번으로 TV를 보는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TV를 시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미래부 8VSB 연구반에서 3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컨버터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부의 지원은 없다. 고스란히 케이블 MSO가 부담해야 한다. 8VSB 상품이 기존 상품과 채널 숫자와 가격이 같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추후 케이블 MSO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군소 PP 퇴출 가능성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두 번째는 8VSB 허용이 짝퉁 디지털 전환이라는 점이다. 방송산업발전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특혜의 연장 선상이라는 점인데, 실제로 8VSB가 허용되면 2번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굳이 디지털 전환 상품에 가입하지 않고 아날로그 상품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화질에만 매몰된 아날로그 단계에서 케이블의 디지털 정책이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2013년 10월 29일 8VSB 허용 및 올바른 방송정책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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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케이블 MSO의 묘한 심리를 엿봐야 한다. 이들은 왜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8VSB를 받아들이는 것일까? 케이블 MSO의 입장에서는 낮은 가입비로 인해 광고료와 홈쇼핑 송출료를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IPTV 가입자가 늘어나며 유료방송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 MSO의 입장에서는 ‘돈이 들어가는’ 자체적인 디지털 전환이 더딘 속도를 보이며 가입자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고화질 서비스에 매몰된다 하더라도 짝퉁 디지털 전환인 8VSB 허용을 통해 자사의 가입자를 잡아두자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케이블 MSO도 자신들이 디지털 전환을 해야지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알고 있다. 이에 그들은 8VSB, 클리어쾀은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하지만, 그러기에는 유리벽이 너무나 두텁다.
세 번째는 특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8VSB 허용은 방송산업발전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이 전격적으로 추진되는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특혜라는 틀에서 벗어나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종편은 자사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고화질과 지상파 인접번호가 보장되는 8VSB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케이블 MSO의 ‘고화질 홈쇼핑 채널’에 대한 염원이 일치하며 명백한 특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종편이 8VSB 허용을 강하게 ‘푸시’하다가 발을 뺀 것은 순전히 그 파급력이 제한적이라는 내부 판단에 기인한 것이다.
네 번째는 콘텐츠 시장의 붕괴다. 8VSB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콘텐츠의 저가화-무료화, 더 나아가 불법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짝퉁 디지털 전환이기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다.
다섯 번째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것은 바로 8VSB 자체가 다채널 서비스를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지상파 MMS와 상충되는 부분이 발생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보편적 미디어 서비스를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우리는 8VSB의 깊숙한 곳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현재 8VSB 허용은 정부의 확실한 기조로 보이나,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런데 8VSB 허용으로 케이블 MSO들이 ‘일단은 받아들이는 스탠스’를 취하고, 종편이 슬쩍 동력을 늦춘 상태에서 CPS 문제가 터져 나온다. 최근 미국의 경우 지상파와 에어리오의 CPS 논쟁이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적인 ‘돈’문제는 각 사업자들의 가장 첨예한 충돌지점이다. 그런데 8VSB 허용에 대해 케이블 MSO는 심란하다.
현재 케이블 MSO는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만 CPS를 납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8VSB 상품이 케이블 MSO의 주장대로 ‘디지털’이라면 당연히 CPS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케이블 MSO들은 “8VSB에 CPS를 과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당초 지상파 방송사들은 8VSB 허용이 방송산업발전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대상이며,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8VSB 허용은 케이블 MMS의 성격을 가지며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케이블 MSO의 입장에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꾀하며 CPS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다가, 전혀 다른 국면에서 철퇴를 맞은 셈이다. 여기에 8VSB가 케이블 MSO의 미끼상품에 국한될 것이라는 비판까지 더해지며, 또 종편이 나름 느긋한 스탠스로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소소한 특혜’를 바라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미래부가 케이블 MSO의 실질적 이득 약간, 종편의 약소한 특혜, 다른 방송 사업자의 반발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유료방송 저가화, 짝퉁 디지털 전환 논란,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형해화라는 ‘무시무시한 재앙’을 양산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통합 방송법 제정
방송법과 IPTV법이 합쳐진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방송법-IPTV법 통합 및 유료방송 규제체계 일원화를 위한 공동 연구반을 구성해 3월 12일 킥오프(Kick-off) 회의를 개최했다. 케이블 SO에 대한 권역별 규제 완화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PP에 대한 매출 제한 규제 완화도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에 따른 유료방송 규제완화가 속도를 내며 MSP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방송법과 IPTV법이 합쳐지면 규제완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합 방송법 제정이 최근 추진되고 있는 유료방송 규제완화의 틀 안에서 무리한 수평규제를 바탕으로 목적으로 한다는 점은 잠재적 불안요소다. 물론 통합 방송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기존 방송법에 대부분의 방송 사업자가 포함되어있는 상황에서 IPTV만 따로 법을 제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수평규제에 입각한 유료방송 규제완화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공적 미디어 플랫폼의 형해화를 비롯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방송법이 전반적인 규제완화를 기조로 추진될 경우 매체별 특성이 다른 방송 사업자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생긴다. 즉 통합 방송법이 유료방송 규제완화의 기조아래 ‘전반적 완화’의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지상파-케이블-IPTV 등이 가지는 다양한 속성이 충돌해 각자의 이권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뜻이다.
일각에서 통합 방송법이 ‘모든 규제를 모든 사업자에게 풀어주려는 정부의 의도’라고 지적하는 것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그 단적인 사례가 IPTV의 직접사용채널 논란이다. 당초 IPTV는 IPTV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케이블이 가지고 있는 직사채널을 요구했으나 수많은 반대에 직면해 포기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통합 방송법이 제정되면 전국 사업자인 IPTV가 자신들도 직사채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통합 방송법이 제정되면 IPTV는 수평규제에 입각해 전격적으로 IPTV 직사채널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다. 추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통합 방송법은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한미 FTA를 앞두고 토종 미디어 포식자를 양산해야 한다는 위험한 발상이 판을 치는 가운데 통합 방송법의 제정은 자칫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케이블과 IPTV가 서로를 향해 ‘방송 독과점의 원흉’이라고 지적하는 가운데 위성방송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SOD의 저작권 논쟁, 또 DCS와 MDU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자사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충돌할 여지가 생긴다.
마치며
이상으로 최근 방송계에서 벌어지는 현안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UHD로의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와 주파수 문제들을 뒤로 하고라도 유료방송에 의한 이슈들이 너무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하나의 사항이라도 마치 ‘나비효과’처럼 방송계 전역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며, 기존 사업자들의 입지를 뿌리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지속해서 주시하고 대응해야 하겠다.
지난 3월 17일 종편 재승인 반대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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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내용뿐 아니라 지난 3월 14일 3기 방송통신위원장의 내정 역시 기존의 예상을 뒤엎은 파격적인 인사로 다분히 저의가 보이는 발표였다. 이유야 어쨌든 내정된 인물은 방송과는 거리가 멀어 굵직한 현안들이 가득한 차기 방송통신위원회를 올바르게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이슈는 또 있다. 바로 19일 드러난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재승인이다. 온갖 특혜 속에 출범한 종편 4사는 예상대로 방송 콘텐츠의 질은 낮추어 놓았고, 약속했던 사항들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기할정도로 아무런 제재로 받지 않고, 향후 3년 간 방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질, 수준 낮은 프로그램에 의한 종편의 입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의 방송계는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기정의 사실이다.
기존의 체제가 흔들리는 이런 현실 속에 지상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보편타당한 방송을 위한 난세 속에 앞으로 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영역은 어디까지 변화할지 3년, 5년, 10년 후가 궁금해지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