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준수해 부의 결정한 법률안…특별한 사정 없는 한 국회 외 기관 개입 없어야”
국민의힘 “실망스러운 결정” VS 민주당 “현명한 결정”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방송3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의힘 의원 6명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10월 26일 기각했다.
헌재는 “국회가 국회법 86조가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본회의 내에서의 표결 절차를 통해 인정됐다”면서 절차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국회법 86조는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이유 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상임위원장이 본회의 부의 여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가 있을 경우 무기명투표로 해당 법안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표결해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다.
앞서 올해 3월 국회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방송 관련 3개 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방송3법 개장안의 본회의 직회부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민주당 출신인 박완주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총투표수 12표 가운데 찬성표 12표로 해당안을 의결했다.
당시 민주당은 방송3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회부된 뒤 60일 넘게 이유 없이 계류해 직회부 요건을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헌법과 법률 체계에 맞는지 정상적으로 심사하고 있었으므로 계류할 사유가 있었는데도 민주당이 부의를 강행해 자신들의 법안 심사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면서 본회의 직회부안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재판의 쟁점은 국회법 86조대로 ‘이유 없이’ 심사를 지연했는지였다. 헌재는 “법사위 회의록 내용에 의하면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정책적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심사 기간을 도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회법 86조3항의 ‘이유 없이’를 실체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법사위의 심사 지연에는 여전히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각 상임위원장의 직회부 요구 행위가 법사위원들의 권한을 침해했는지에 대해서는 재판관 사이에 의견이 다소 갈렸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과방위가 법률안에 대해 충실하게 심사했다고 보기 어려워 법사위 단계에서 법률안의 위헌성이나 체계 정합성에 대한 심사를 계속했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과방위원장이 국회법 86조3항의 절차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과방위원장이 (‘이유 없이’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전제로 이 사건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로 나아간 데에는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므로 침해의 사유가 헌법적으로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의 판단에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며 비판했으나 야당은 “현명한 결정”이라며 반색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헌재의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면죄부를 주는 건 앞으로 60일만 지나면 의석의 5분의 3을 가진 민주당은 위헌적인 법이든 제대로 된 법이든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로 법안 통과를 저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제 방송3법의 입법 절차에 조금의 위법성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에 따라 적법한 입법 절차에 동참해달라”며 “민주당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사필귀정”이라며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방해하는 생떼를 거두고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