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윤석열 정부가 동남아 순방에서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기업들이 MBC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즉각 “가장 저열한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고, 한국기자협회는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어느 언론사든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그널”이라며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정권의 탄압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및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순방 전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해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는데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업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방송협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의 조치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방송협회는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취재에 제약을 주는 조치를 한 것은 우리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국민들 스스로가 언론의 보도를 판단하는 사회가 언론 자유를 누리는 사회”라고 강조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도 11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실의 조치를 규탄했다. 현업언론단체는 “이번 순방 현장에서 마주한 외신기자들이 MBC 취재 제한 조치에 대해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당신이 내 말을 어떻게 보도할지 모르겠다’며 답하지 않을 것인가? 국익과 자유를 입버릇처럼 앞세우는 대통령이 스스로 언론자유와 국격을 추락시키는 이 사태를 국제사회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귀국하는 여정에는 모든 언론사들의 기자들을 탑승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연대는 10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 취재 제한은 언론의 권력 비판을 국익의 훼손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언론관을 재차 드러낸 것”이라며 “제멋대로 국익의 기준을 정하고, ‘언론은 국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도 14일 성명을 내고 “암담한 언론 현실에 윤석열 정부는 MBC에 대한 지극히 후안무치한 보복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조치에 MBC는 1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특정 언론사만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거부한 조치는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적 구제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의 조치로 MBC는 국가 원수의 외교 활동에 대한 접근권을 부분적으로 봉쇄당했다”며 “MBC 기자들은 민항기를 예약했고, 다른 언론사 기자들보다 하루 먼저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발했지만 프놈펜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직항하는 민항기가 없어 14일 발리에서 진행될 대통령의 경제외교 행사 취재가 원천봉쇄됐다”고 설명했다. MBC는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언론 자유 침해 행위가 전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어떠한 기본권 침해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BC에 대한 탄압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취재진 배제’ 논란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520억 원의 추징금 부과 소식이 전해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MBC가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를 누락하는 등 세금을 탈루했다며 520억 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MBC는 바로 “세금을 탈루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MBC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여의도 사옥을 매각하면서 정확한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해 한국회계기준원과 국세청에 대한 공식질의와 사전답변 수령 절차까지 거쳐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다”면서 “이런 해석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의 업무추진비 중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는 경영진들이 회사 안팎에 내는 경조사비 등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20년 이상 시행해 온 제도”라며 “경영진은 원천징수를 통해 세금을 성실히 납부해왔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기업들이 MBC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상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1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MBC는 윤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 비난으로 뉴스를 채워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BC 프로그램은 유력 대기업 광고로 도배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MBC 광고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분들은 사회적 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인 삼성과 여러 기업들이 MBC에 광고로 동력을 제공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이는 선택이 아닌 의무라고 역설한다”고 말했다.
MBC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MBC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광고 불매 운동 발언에 대해 심각한 우료를 표한다”며 “1970년대 유신 독재 시절 ‘동아일보 광고 탄압 사태’에서 보듯 광고 불매 운동은 가장 저열한 언론 탄압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헌법을 수호하는 의무를 지닌 국회의원에게서 자유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광고 불매 운동 언급이 나왔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권력이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고 노골적으로 광고주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꿈꾼다는 자기 고백이자 징표”라고 지적했다. 기자협회 역시 성명을 통해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 국세청 추징금 520억원 부과에 이어 이번엔 광고 탄압”이라며 “MBC에 대한 광고 탄압 발언을 당장 거두라”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집권여당의 지도부라는 사람이 특정 언론사에 대한 광고 중단을 압박하는 충격적이고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을 벌였다”며 “부당하게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고, 탄압용 세무조사로 520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한 것도 부족해서 아예 문이라도 닫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비판적인 언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는 비단 MBC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모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 탄압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에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MBC의 탓이 더 크다는 식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더 공영방송을 하라. 이런 차원의 무언의 압력”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MBC는 정부의 여러 혜택을 받는 공영방송인데 지금까지 공정하게 방송을 했는지 자문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재 봉쇄라든지 기자실에 대못질하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남북 고위급 회담 1시간 전에 조선일보 기자를 오지 말라고 취재 배제를 통보한 사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