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VS 케이블’ VOD 갈등 이번 주 분수령 ...

[종합] ‘지상파 VS 케이블’ VOD 갈등 이번 주 분수령
양측 입장 변함없어…블랙아웃 ‘2차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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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간 해묵은 재송신 갈등이 분수령을 맞았다. 정부의 중재로 지상파 방송사는 중단했던 지상파 주문형 비디오(VOD) 공급을 재개했고, 케이블 업계는 MBC 광고 송출 중단 계획을 철회했지만 아직까지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다. 단지 협상 시한만 1월 31일로 연장됐을 뿐이다. 오히려 재송신료(CPS) 판결을 놓고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측의 입장은 변한 게 없어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 결국 1월 31일 전후로 양측에서는 다시 ‘VOD 공급 중단’, ‘방송 광고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촉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다.

2016년 1월 1일 케이블 TV에서 지상파방송 3사의 VOD 서비스가 중단됐다. 앞서 지상파방송 3사는 케이블 업계의 VOD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케이블TV VOD’와 지난해 12월 31일까지로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1월 1일부터 케이블 가입자를 대상으로 신규 VOD 공급을 중단했다.

현재 MBC를 비롯한 KBS,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개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VOD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동안 정액 기반의 무료 VOD 공급 대가를 CPS로 전환하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정우 케이블TV VOD 대표는 12월 3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료 VOD 산정 방식을 기존 정액제가 아닌 CPS로 전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개별 SO에 대한 VOD 서비스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KBS 등 지상파 방송사는 신규 VOD 공급 중단과 함께 “앞으로 개별 MSO에 VOD를 직접 공급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전국 SO들의 모임인 SO협의회는 1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지상파 방송사의 VOD 공급 거절 행위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VOD 공급 중단이라는 부당 행위 중단 △지상파 재송신 분쟁 연계 협상에 대한 정부의 조사 촉구 △1월 15일부터 MBC 채널의 광고 송출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뒤 “케이블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지상파의 VOD 공급 가격 인상 요구안을 수용하는 출혈을 감내했음에도 지상파는 일부 SO에 VOD 공급을 거부한다는 입장”이라며 “사실상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소 개별 SO들을 표적으로 한 부당한 거래 거절”이라고 비판했다.

케이블 업계가 MBC 광고 송출 중단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광고 훼손은 유료방송 횡포”라며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협회는 광고 중단 행위 자체가 ‘SO들이 VOD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시간 재송신 신호까지 무단으로 훼손하겠다는 협박’이라고 지적한 뒤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 있으면서 그 콘텐츠를 가능하게 한 광고를 훼손하겠다는 것은 콘텐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VOD의 경우,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가 합의한 협상 시한(2015년 12월 31일)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했지만 케이블TV VOD사와 MSO가 ‘케이블TV VOD사만을 통해 모든 SO에게 VOD를 공급할 것’을 고집하면서 결렬돼 공급이 중단됐으며 오직 씨앤앰만이 가입자 피해 방지에 공감해 개별 공급 및 추가 협상에 응해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지상파 재송신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개별 SO에 VOD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작년 말에 총액기준 IPTV 보다 20~30% 낮은 대가까지 수용하면서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재송신 계약을 맺지 않고 불법 서비스를 해 온 개별 SO들에게만 VOD를 공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마지막으로 “케이블 SO들은 공중의 지상파 신호를 잡아 재송신하는 방식이라 방송을 끊고 말고 할 결정권은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SO들이 갖고 있는데도 이를 지상파가 결정하는 것처럼 악용하면서 계약 없이 무단으로 재송신하는 것도 모자라 지상파를 협박하는 무기로까지 삼고 있다”며 비상식적인 행태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하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중재에 나섰고, 정부의 개입으로 케이블 가입자들이 MBC 광고를 검은 화면으로 보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MBC 광고 송출 중단이 예정돼 있던 1월 15일 오후 미래부와 방통위 주관으로 열린 분쟁조정위원회에 참석한 지상파 방송사는 이달 말까지 그동안 중단했던 신규 VOD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고, 케이블 업계 역시 광고 송출 중단 계획을 철회키로 했다.

이날 만남은 이해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갈등을 조율해보겠다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앞서 정부는 ‘VOD가 방송이 아닌 부가 서비스’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개입을 주저했지만 방송 업계의 갈등을 방치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개입을 결정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마련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중재로 협상 기한을 연장하는 등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달 말까지 최선을 다해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중재에 따른 지상파 방송사의 ‘VOD 공급 재개’와 케이블 업계의 ‘방송 광고 송출 중단 철회’는 어디까지는 1월 31일까지만 유효한 조치로 기간이 더 늘어났다고 해서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월 말 다시 광고 블랙아웃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재송신 협상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개별 SO에 VOD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케이블 업계 역시 “무료 VOD 산정 방식을 기존 정액제가 아닌 CPS로 전환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개별 SO에 대한 VOD 서비스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케이블의 광고 송출 중단이라는 카드에 대해서도 각각 반대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최근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방송법 제2조 제21호에서 방송 광고는 방송 내용물 중 하나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광고 역시 편성의 대상이 된다”는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방송 광고 역시 편성의 대상이기 때문에 케이블 업계가 방송 광고 송출을 중단한다면 방송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 업계는 “방송법상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는 엄격히 구분돼 있다”며 방송 광고 송출 중단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언론계 전문가들은 “방송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양측의 주장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CPS 판결을 두고 지상파와 케이블 간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간 막판 협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