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고성에 퇴장까지 ‘파행’

[종합]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고성에 퇴장까지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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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11월 7일 박민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낙하산 의혹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기타소득 급증, 주택임대차법 위반 의혹, 상습 체납, 병역 면제 등을 두고 여야는 현안마다 격돌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박 후보자는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거쳤다.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의 제12대 회장을 맡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17일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개혁을 과감히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냈다.

장제원 위원장‧고민정 의원 설전…민주당 ‘퇴장’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가며 파행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는 청문 준비 활동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라고 했다”면서 “청문회 전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처음 봤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문위원을 겁박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11월 1일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며 박 후보자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의혹이 추가로 불거졌다고 주장했지만 박 후보자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며 “고 의원이 주장한 의혹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님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KBS본부노조와 고 의원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으로 더 이상 박 후보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 바란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장제원 과방위원장에게 박 후보자의 사과를 이끌어 달라 했지만 장 위원장은 “야당의원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사과를 요구할 수 없으니 질의응답 과정에 하시라”고 답했다.

장 위원장의 답변에 조 의원과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추가 시간을 요구했고, 이에 장 위원장이 불응하자 고 의원은 장 위원장을 향해 “청문위원으로 박해를 당하고 있으니 위원장에게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위원장은 청문회 운영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청문위원으로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으니 위엄을 세워달라고 부탁한 것인데 보호는커녕 청문위원을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제기…“권익위 유권 해석? 전화 상담? 의구심 들어”
가장 먼저 제기된 의혹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박 후보자는 2021년 문화일보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휴직할 무렵 일본계 다국적 기업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 비상근 자문역으로서 월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자는 KBS 이사회 면접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고 했다가 전화 상담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권익위에서는 법령이나 법률,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분은 해줄 수 있는데 구체적 사례에 대한 유권 해석은 할 수 없다고 한다”면서 “실제로 (유권 해석 의뢰를) 하셨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KBS 이사회 면접 과정에서 직접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했지 않느냐. 본인이 그렇게 받았다고 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총리는 18억 원을 받으면서 김앤장 자문을 맡았는데 그 이후 미국계 론스타는 김앤장을 내세워 정부에 소송을 하고 있다”면서 “박 후보자도 언론사에 종사하면서 일본계 회사의 보수를 받고 자문을 했는데 일본계 회사도 한국인 노동자와 정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어쩌면 사익의 편에서 공익과 맞서 싸운 경력이 있어야 이 정부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인지 국민들은 매우 한탄스러워 한다”고 비꼬았다.

“수입보다 지출 많아” 지적…“고3 있고, 부모님 계셔 지출 커져”
수입보다 생활비가 많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이어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소득 수준과 재산에도 불구하고 지출 수준이 공개된 수입에 비해 현격하게 높아 이상하다”며 “본인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금액 대략 한 두배가량을 몇 년 동안 연이어서 지출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2019년부터 올렸던 약 3,000만 원은 회사에서 받은 특별 포상금이고 그런 금액을 다 합쳐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정도의 과도한 지출은 없었다”며 “고3도 있고, 아버님‧어머님도 있어 지난해 지출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의혹이 커진 것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 상습 체납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야”
상습 체납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소유 차량과 관련한 압류 건이 58건이다. 위반해서 과태료를 낸 정도가 아니라 안 내서 압류가 된 것”이라며 “지방세, 과태료, 제한속도 위반, 버스전용차선 위반, 고속도로 통행료 미납 등으로 반복 체납돼 압류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준법정신의 유연성이라고 가볍게 이야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한참 현장을 뛰고 할 때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부동시임에도 운전면허증 취득해” 병역 면제 의혹 나와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허 의원은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낙선 원인과 가수 유승준 씨의 입국 거부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은 뒤 “병역 기피는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 정서에 용인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초 병역판정검사에서 1급 현역병 판정을 받았으나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입영 연기 신청을 한 뒤 본인 신청으로 부동시‧요추간판탈출증을 이유로 들어 재검 요청을 했다”면서 “81년 박형준 부산시장, 82년 윤석열 대통령이 부동시로 군 면제를 받았는데 후보자도 부동시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해 부동시임에도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후보자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듬해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 편파방송‧방만경영 해결책 질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KBS의 편파방송 문제, 방만 경영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놓고 중점 질의했다. 하영제 무소속 의원은 지난 3월 KBS가 우리나라와 일본 자위대 의장대 사열 장면을 중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장기에만 절을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가 사과한 것을 언급하며 해결책을 물었고, 박 후보자는 “제작가이드라인에서 명시하고 있는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 간 균형이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이 균형이 무너지면 마치 의대생에게 중요한 수술을 맡기는 것과 같은데 현재 제작 자율성만 너무 앞세워 책임자의 게이트키핑이 지켜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방만 경영에 대한 질의에는 “현재 KBS 시스템을 보면 직책과 직위의 분리가 없기 때문에 노력이나 성과 없이 국장까지 자동 승진하게 돼 있다”며 인사‧승진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8년 585억 원의 영업적자로 전환한 이후 적자 행진을 이어가 5년 동안 총 1,64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면서 “그럼에도 아직 임직원 절반이 억대 연봉자이고, 그 중 1,500여 명이 무보직자”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1,300여 명이 부장급 이상의 직급에 있는데 이게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직급과 직책을 분리해 입사만 하면 무조건 승진하는 인사 시스템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며 “성과를 거둔 사람 일정 부분만 승진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직책을 갖는 민간기업에서 하는 아주 통상적인 인사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출 놓고 여야 신경전
이날 여야 의원들은 자료 제출을 놓고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김의철 전 사장 때보다 자료 제출을 더 많이 했다면서 박 후보자 감싸기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오늘 이 자리가 과연 의미가 있는 자리인가 회의가 든다”며 “자료 제출 거부는 꺼리길 것 없는 습관이 되었고,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모든 국회의 자료 요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된 공직자와 가족은 사생활도 그 일부가 검증 대상”이라며 “각종 세금은 잘 냈는지, 직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주식이나 코인 거래를 하진 않았는지, 불법으로 자녀에게 증여한 것은 없는지 이런 것들이 국민들이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이 도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김의철 전 사장보다 자료를 3배 이상 내고 있으니까 그래도 또 부족한 자료 내라면 가능한 적극 자료를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박 후보자를 두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