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2월 27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여야는 시작부터 검사 출신인 김 후보자의 전문성, 이명박 정부 때 받은 황조근정훈장, 박민 KBS 사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진행 경과, 31년 전 살인 누명 사건인 ‘김 순경 사건’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자는 1956년생으로 충남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6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시작으로 사법연수원 부원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부장을 지냈고, 2013년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끝으로 퇴직해 변호사와 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방송‧통신‧미디어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중요한 시기에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돼 시대적 사명감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미디어의 공정성 회복을 통한 사회적 신뢰 자본 축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거나 방송‧통신‧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를 전면 개편하는 한편 혁신 성장 이면에 새롭게 등장하는 피해사례로부터 이용자 권익이 침해되거나 불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 부실해 국회 인사청문 권한 형해화”
야당 의원들은 시작부터 부실한 자료 제출을 지적하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오리온 그룹의 사외이사를 맡고, 법무법인 세종에 근무하면서 오리온 오너 일가 200억 원대 횡령 사건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며 “당시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재판에 넘기지 않았는데 석연치 않다. 그때 상황을 이해하려면 29개의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 때 받은 황조근정훈장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고 의원은 “당시 회의 내용이 비공개이니 못 준다 하는데 회의록을 달라는 게 아니라 그 당시 심의자료가 있을 것”이라며 “무엇을 근거로 황조근정훈장을 줬는지 저희가 확인을 해야 되기 때문에 세부 자료를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또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권익위원회 경과를 언급하며 박민 KBS 사장에 대한 조사 진행 경과에 대해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는 일반적으로 제출하는 자료 그리고 당연하게 정보 제공 동의를 해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까지 자료 제출이나 정보 동의를 거부하고 있어 국회의 인사청문 권한을 형해화시키는 정도”라며 상장주식 거래 내역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후보자는 지난 10년 동안 재산이 49억 원이나 증가했는데 10년간 급여로만 50억 원이 늘어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원래 주식 거래를 많이 하다 문제될 소지가 있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주식 내역만 제출하고 그 전 거래 내역은 제출 안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위법거래가 있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부족 지적에 김 후보자 “겸허히 받아들인다”, “전문가 등 도움을 받겠다”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의 업무 전문성이 없어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김 후보자는 “방송통신 쪽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주위의 전문가들이나 우리 내부 도움을 받겠다”면서 “그리고 어떤 법률적인 면이나 규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성껏 열심히 파악해서 업무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3기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정보법학회 회장이었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역시 MBC 이사이긴 했지만 법률 전문가였다”며 “제가 판단하기로는 전임 방통위원장들 역시 방송이나 통신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전문성은 임명권자가 고려해서 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명박 정부 출범 2개월에 훈장, BBK 봐주기 수사”
국민의힘 “2017년과 2018년 BBK는 사건의 초점이 달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을 담당했고, 그 공적으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것에 대해 질의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씨는 다스의 실소유자가 아니라고 하던 한 검사의 말은 13년 후 뒤집어졌고, 검사 출신 인사가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됐다”고 비판한 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이명박 대선후보의 BBK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수사를 지휘했는데 이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고 끝내버렸다”며 “방송통신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검사로서의 이력을 봐도 매우 부적절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 역시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회계 정보를 면밀히 추적했는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자로 246억 원가량 횡령했다며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 원을 선고했다. 제가 보기엔 명백하게 부실 수사인데 왜 이때 수사를 못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장 의원은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훈장을 받았다”며 “이것이 어떻게 봐주기 수사가 아니고 짬짜미 수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공적서를 보면 공적의 요지가 17대 대선 관련 사건을 중립적 자세로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것인데, 보통 통상적이든 정상적인 업무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이런 훈장을 주지 않는다. 결국 이것은 정부가 이 업무를 특수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거의 확실시됐는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후보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준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야당의 거센 공격에 여당은 김 후보자를 비호하고 나섰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김 후보자가 수사했을 때는 김경준이 BBK 1인 소유로 단독 주가 조작을 했는지 확인해서 기소를 했던 것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이후 이 전 대통령의 횡령 및 조세포탈, 뇌물,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나와 2018년에 재수사를 했던 사항”이라며 “후보자가 수사했던 BBK와 2018년 BBK는 똑같은 BBK라도 사건의 초점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남영진‧권태선 조사와 박민 조사 속도 달라”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권익위원장 시절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해임 건과 박민 KBS 사장 조사 건을 비교했다. 박 의원은 “2019년 청탁금지법 관련 신고 사건 처리 기간이 평균 65일인데, 남 이사장 해임 건은 대검에 이첩할 때까지 40일이었고,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신고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조사 착수하고 수사하듯 현장조사까지 나섰다”면서 “그런데 박민 KBS 사장은 문화일보에서 현직으로 있으면서 사외이사를 겸직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신고 두 달이 훨씬 넘었는데 중간 브리핑도 없고 깜깜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경우에 따라 편파적으로 수사하는 것 같은 검찰 같은 행태가 권익위원회에서도 계속 이뤄져 왔는데 그런 분이 지금 방통위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위장 전입 지적에 김 후보자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위장 전입 부분을 꼬집었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아파트 분양권을 타내려고 지인 집으로 위장 전입했던 것 이런 것들은 명백한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아무리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제가 1989년에 위장 전입 그리고 분양권을 받은 것은 정말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잘못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 “김홍일, 김 순경 사건의 담당검사였으나 처벌 제외”
김 후보자 “범인이라고 확신, 이 일에 대해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31년 전 살인 누명 사건인 ‘김 순경 사건’을 이야기했다. 장 의원은 “당시 정말 억울한 김 순경 씨는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억울하게 복역하다 석방됐지만 진범은 7년 복역 후 가석방됐다”면서 “살인범도 모범수로 가석방 7년 만에 나올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검찰 송치 후 부인해 의심이 들기도 했으나 수사를 끝낼 무렵에는 범인이라고 확신했다”며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억울한 누명을 썼던 김 순경과 가족분들께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그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왜 30년 동안 한 번도 실행해 옮기지 않았느냐”며 말한 뒤 “저는 후보자하고 일면식이 없지만 너무 원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그 당시의 사건들을 일일이 다 뒤져 봤다. 왜 그 당시 김홍일 검사는 김 순경의 절규를 왜 묵살했을까. 당시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어찌 됐든 결과에 의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피해자의 절규를 제대로 들었어야 되는데 내가 그것 못 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 사람 앞에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그렇게 얘기하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