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 안 되면 언론관계법 개정 그만둬야 한다

[조준상 칼럼] 입증 안 되면 언론관계법 개정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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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증 안 되면 언론관련법 개정 그만둬야 한다!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지난 3월27일 본격적인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 일정과 의제, 그리고 회의 공개 여부를 둘러싼 지리한 논란을 겪다가 ‘미디어 환경변화에 따른 기본철학’이란 주제로 의제를 처음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4월3일 전체회의에서는 ‘신문-방송 겸영과 여론다양성’이란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위원회를 둘러싼 외부의 상황은 위원회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위원회 출범의 직접적 계기는 한나라당의 날치기 언론관련법 통과시도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저항을 이끌었던 축의 하나가 바로 ‘YTN 사태‘였는데, 그 당사자의 한 명인 노종면 위원장이 전격 구속되는가 하면, 이춘근 PD의 체포를 비롯해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탄압은 몰상식을 넘어 야만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광범위한 도발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원회에서 한가로운 논의를 하고 있다는 내부의 자조와 외부의 비아냥이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애초 우려했던 대로, 위원회가 닐치기 통과의 들러리 기구로 전락하는 수순을 걸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눈초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27일 열린 위원회 전체회의는 한나라당 언론관련법 개정 논의의 핵심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자리였다. 그것은 ‘지상파 방송에 과연 독과점이 형성돼 있는가’,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이 형성돼 있다면, 이것이 과연 전체 여론시장에서 독과점으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제기는 ‘선진과 창조 모임’의 추천을 받은 문재완 위원에 이뤄졌고, 여로 국민위원들의 공감을 불어 일으켰다. 독과점이 지상파 방송에 형성돼 있는지를 평가한 뒤, 전체 여론다양성에 대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런 문제제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에 독과점이 형성돼 있는가? 일각에선 형성돼 있다고 주장한다. 지상파 방송 시장 안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매출액 점유율이 공정거래법 기준인 ‘1사 50%-3사 75%’를 웃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기준에다가 전국 단위의 방송 네트워크 독과점, 콘텐츠와 송신망의 수직 계열화, 유료방송 시장으로의 독과점 전이 등 온갖 부수적인 근거들이 덧붙는다.


필자는 ‘지상파 방송 시장 안에서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 자체가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특혜를 받고 있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은 ‘자연 독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독과점을 이룬 방송 3사 사이의 치열한 콘텐츠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독과점으로 인해 국민들이 어떤 폐해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지상파 방송 시장 안에서 방송 3사의 독과점 체제’라는 프레임이 던지는 일정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한 지상파 방송 3사의 계열 PP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공정거래를 하고 있느냐 하는 게 그것이다. 계열 PP들에 불공정한 가격으로 방송 3사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면, 이는 지금이라도 공정거래법 적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이다. 이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온갖 특혜로 얼룩져 있는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하겠다는 것이나, 지상파 방송을 사영화시키겠다고 하는 발상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처방일뿐더러,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것에 해당한다.


‘지상파 방송의 방송 3사 독과점 체제’가 한국사회 전체의 여론 지배력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위원회에서 나온 합리적인 구별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지상파 방송의 방송 3사 독과점 체제가 지상파 방송 안의 여론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이는 지상파 방송 3사가 수행하고 있는 저널리즘 활동이 내용 측면에서 ‘획일적이냐’ 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들 방송 3사가 수행하는 저널리즘 내용에서 ‘조중동’과 같은 획일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지상파 방송의 3사 독과점 체제가 한국사회 전체 여론 지배력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문제는 지금까지 입증된 바 없다. 오히려, 방송이 엔터테인먼트를 기본 속성으로 하는 매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 방송 3사의 여론 지배력은 전체 방송시장에서 차지하는 방송 3사의 매출액 점유율보다 훨씬 낮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분명히 해둬야 할 것은, 전체 여론 시장에서 차지하는 지상파 방송 3사의 여론 지배력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1사 50%-3사 75%’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관련법 개정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1사 50%-3사 75%’라는 여론 지배력 기준은 어떤 이유에서도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2006년 6월29일 신문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이 확인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만 이라도 의견 일치를 이룰 수 있다면 값진 성과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