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률과 시청점유율, 더할 수 있으면 더해 봐라!

[조준상 칼럼] 구독률과 시청점유율, 더할 수 있으면 더해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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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이 ‘뻔뻔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정부 아래에서는 저질 코미디가 하루가 멀다 하고 판을 친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놀라지 않는 역설도 발생한다. 또 한 편의 저질 코미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최종안 날치기를 목격하며, 이런 걱정이 앞을 막아선다. 자정능력 제로의 한국사회에서, 상투적인 악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기막힌 삶을 우리는 살아내야 하는 것일까?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씨는 날치기 이후 잽싸게 종합편성채널 3개 승인을 운운했다. 기존2개 운운하더니 1개가 더 추가된 것이다. 보도전문채널 하겠다는 사업자 없으면 아마도 4개로 늘이겠다는 말이 조만간 나올 듯싶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발언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은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몹시 궁금하다. ‘도대체 저 법 같지도 않은 법을 가지고 시행령을 어떻게 만들려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이후 방송법 신문법 개정안을 내놓은 이후 신문이 방송뉴스채널을 소유하는 아무런 기준도 두지 않았다. 그러다 막판에 졸속으로 마련한 게, 방송뉴스채널 소유할 수 있는 신문은 ‘가구구독률 20% 이하’, 이런 기준을 만족하는 신문이 소유할 수 있는 방송뉴스채널은 ‘시청점유율 30% 이하’, 그리고 시청점유율 계산 때 가구구독률을 일정비율로 환산해 합산 등이다. 이걸 한나라당은 사전, 사후규제라고 떠벌려 댔다.

가구구독률 20% 이하가 사전규제로서 아무런 의미도 없음은 조중동이 현재 구독부수를 2내 내지 3배 증가시킨다고 해도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신문(스포츠신문이든 주간지든 관계없이) 보는 가구의 75%가, 그리고 전국을 대상으로 발행 배포되는 전국 종합일간지 구독가구의 82.5%가 조중동 상위 3개 신문을 보고 있다는 점은 가구구독률 20% 이하가 조중동 여론 과점 면죄부 기준임을 상징하고도 남는다. 참고로, 한나라당 신문법 방송법 개정안은 가구구독률 20% 이하를 계산하는 신문의 대상이 전국 종합일간지인지, 전국 및 지역 종합일간지인지, 아니면 모든 일간지인지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넘겨 놓고 있다.

문제는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점유율 대신에 한나라당이 가구구독률 기준을 들고 나오면서 이른바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은 사문화 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시첨점유율은 분모와 분자가 시간이다. 텔레비전 시청자의 총 시청시간을 분모로,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의 시청시간을 분모로 하여 계산된다. 시청률은 텔레비전 수상기를 보유한 사람 수(조사 당시 텔레비전을 보고 있든 없든 상관없음)를 분모로,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본 사람 수를 분자로 한다. 참고로, 독일식 시청자점유율은 조사 당시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람 수가 분모이고,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본 사람 수가 분모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구구독률과 가장 근사한 개념은 시청률이다. 구독률은 전체 가구(조사 당시 신문 구독 여부와 상관이 없음)에서 특정 신문을 보고 있는 가구 수의 비율이기 때문이다. 2008년 한국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조사 당시 전체 가구구독률은 36.8%였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신문을 보는 가구가 37가구라는 얘기다. 조중동 가구구독률은 각각 11.9%, 9.1%, 6.6%로 나타나, 37가구 중 12가구, 9가구, 7가구 등 30가구가 이들 신문을 읽고 있었다.

따라서 가구구독률과 시청점유율은 근본적으로 합산이 불가능하다. 합산하려면, 가구구독률을 가구구독점유율(신문 구독 가구 중 특정 신문 보는 가구의 비율)로 바꾸어 시청점유율과 합산하든가, 아니면 시청점유율을 시청률로 바꾸어 가구구독률과 합산하든가 둘 중의 하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법 시행령을 마련할 수 없다.

이렇게 시시콜콜 따지는 게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가구구독률은 날치기 통과의 명분을 쌓기 위해 동원된 수단이기 때문에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 측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은 불법 날치기 통과된 법 발효 뒤 1년 이후부터 적용하게 돼 있다. 오는 10월22일부터 발효한다고 치면 2010년 10월22일 이후, 늦어도 2011년 1월부터 매체 합산 시청점유율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데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설치되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매체 합산 영향력 지수를 개발하기로 돼 있는 때가 2012년 12월 말까지다. 이 지수 개발의 핵심이 바로 가구구독률을 일정비율의 시청점유율로 환산하는 가중치의 개발이다.

이는 결국 2012년 12월 말까지 안 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아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구독률과 시청점유율은 도깨비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서로 합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 모든 것이 신문시장의 여론을 재는 단위를 개인이 아닌 가구로 설정하고, 그것도 신문을 보지 않은 가구까지 포함해 설정하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귀결이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로 신문시장 여론 점유율을 측정할 경우, 조중동 주도의 불법 불공정거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을 숨겨주기 위한 애틋한 배려, 이것이 이 모든 저질 코미디의 원천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조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