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D-TV 전환 시범사업, 아쉬움을 진단하다

제주도 D-TV 전환 시범사업, 아쉬움을 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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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9일 오후 2시, 제주도는 국내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로 아날로그 TV를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면 전환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전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적 요구가 거세지는 지금,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향후 대한민국의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분석들도 쏟아지고 있다.

제주지역은 직접수신 아날로그 TV 보유 세대가 19.519세대(제주지역세대의 9.0%), 공동주택 358개 단지, 65세 이상 노인 66,706명(11.7%)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D-TV KOREA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지원 사업의 부실

이번 제주도 D-TV 전환을 통해 드러난 아쉬운 점은 주먹구구식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컨버터를 지원받은 전체 1만 3천여 가구 가운데 ‘자가 설치’가 불가능한 수많은 가구가 컨버터를 받아만 놓고 방치한 사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성능이나 내구성이 떨어지는 안테나와 증폭기를 사용한데다 전파의 수신점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 민원 발생률이 늘어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또 건수와 실적 위주의 시공에 치중한 나머지 공사 업체가 영세하고 직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많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컨버터를 설치해 달라고 신청하고도 몇 달까지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해 이를 기다리다 지친 상당수 가구가 유료 방송에 가입한 것도 아쉬운 결과다.

 

▲홍보의 미흡

이번 시범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비는 1억 원이다. 각 제주지역 방송사의 협조를 통해 일평균 11.5회의 TV 공익광고(‘10.12~11.6)를 송출했지만, 면대면 홍보에서 턱없이 부족한 지원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유료 방송과의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홍보에 제약을 받아 시청자의 불편을 유발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번 시범사업의 홍보를 자막방송 및 가상종료에 의존하게 하였으며 시청자들에게 원활한 정보제공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콜센터의 역량부족

이번 시범사업 종료 후 민원이 폭증했으나 50명으로 구성된 상담 인력으로는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시청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는 당연히 민원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이번 사업의 신뢰도에 심각한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2년 전 디지털 전환을 종료한 미국도 종료 당일 4,000명의 콜센터 인원을 대기했으며 특히 최근 디지털로 전환한 일본이 1,000명의 콜센터 인력을 두고도 민원이 폭주해 무려 17만 건이나 되는 문의를 받아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찔한 결과다. 현재 이번 디지털 전환에 관련된 콜센터의 응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최소 95%는 돼야 정상 응대율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국내 디지털 전환 방송의 바로미터가 되어줄 제주도 시범사업은 DTV KOREA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땀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지원 및 홍보의 부족으로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성공적인 2013년 디지털 방송의 시작을 위해 디지털 TV 몇 개 나르고 사진 찍는 것보다 전폭적인 지원과 홍보를 위한 가이드 라인이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