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대선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정수장학회, 대선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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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장물 논란에 이은 매각 의혹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히 12일과 15일 <한겨레>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 등 MBC측 인사들과 논의한 비밀회동 내용을 보도하며 녹취록까지 공개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장 해당 이슈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이슈로 부상하려는 조짐이다. 여기서 핵심은 정수장학회 ‘매각’에 따른 특정 ‘후보 지원’, 그리고 ‘장물’이다.

<한겨레>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수장학회 사무실에서 장학회 이사장인 최필립 씨와 MBC 이진숙 본부장,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은 긴급 회동을 가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30%를 매각한다면, 우선 기관이나 기업에 넘기는 방법이 있다. 문제점은 법령상 그걸 살 만한 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인데, 결론적으로 상장 공고라고 있는데, 결국 주식시장에 MBC를 상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정수장학회의 지분 30%를 주식시장에 내놔, 처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수장학회를 매물로 내놓아 처분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또 이상옥 전략기획부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어 정수장학회가 갖고 있는 언론사의 지분을 처분하고 지분의 매각 수익은 이자수익화해서 반값 등록금과 관련한 재원으로 활용한다. 또 정수장학회 지분은 특정 기관이나 기업에 가는 게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가져간다”는 실질적인 매각 퍼포먼스까지 주문한다.

여기서 핵심은 정수장학회 매각에 따른 특정 대선후보, 즉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원 논란이다. 또 이 부분에서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는 박 후보의 진실성이 도마위에 오를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를 과연 ‘사유 재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느냐는 기본적인 의문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를 가진 정수장학회가 매각 비용으로 박 후보를 지원하는 특정 지역의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고 ‘주인이 바뀐’ MBC와 부산일보가 다른 자본세력에 잠식당한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최소한 <한겨레>의 보도를 따르게 된다면, 박근혜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연관성은 더욱 강한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자연스럽게 정수장학회에 대한 박 후보의 인식, 즉 ‘정수장학회=사유 재산’라는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런 이유로 15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열린 ‘정수장학회 규탄 기자회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장학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이 쏟아졌다. 이에 ‘정수장학회 해체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정수장학회를 오랜 세월동안 사적으로 활용하고 이용해 온 박근혜 후보는 당장 재산을 내놓고 모든 국민에게 백배사죄해도 시원치 않다"며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을 매각한 뒤 선거에 이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자회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오전에 문방위 여당 의원 10여 명과 함께 정수장학회를 항의 방문했던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도 예정에 없던 발언을 통해 “정수장학회에 대한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모든걸 걸고 진실을 찾기 위한 투쟁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부일장학회 고 김지태 씨의 미망인인 송혜영 여사와 5남 김영철 씨 등 유족들은 경향신문 11층에 위치한 정수장학회를 항의 방문했으나 결국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정수장학회 사태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정수장학회 논란이 그릇된 역사에서 기인한 부당성의 문제에서 거론되었다면, 이제는 그 관심이 정수장학회를 매각해 대선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던 특정 정치집단의 속내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석은 해당 논리가 정수장학회 장물 논란 및 ‘사유재산처럼 멋대로 팔아치우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짚어낸다. 즉 정수장학회를 과연 박 후보가 어떻게 생각했느냐에 따라 사안의 휘발성이 더욱 짙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도 이번 <한겨레>의 보도로 인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일단 박 후보측은 “정수장학회는 박 후보와 관계가 없다”는 스탠스를 유지하며 동시에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을 압박하는 쪽으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지금까지 정수장학회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오다가 이제 와서 교통정리에 나서면 더욱 큰 악재를 만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박 후보측이 해당 사안에 대해 정면대응을 피하며 정수장학회 논란을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과 ‘정수장학회’ 논란을 거대한 이슈로 포장해 지루한 정치 공방전의 형태로 만들어 사실상 시간 끌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