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제20대 정기국회 일정이 12월 9일에 끝나지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사실상 빈손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라 불렸던 제19대 국회보다 못하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애초 미방위는 11월 16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개정 법률안’을 비롯한 109개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기려 했지만 일명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의 회부를 놓고 여야의 의견 차가 커 전날 열린 전체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정상 더민주 수석전문위원은 “3당 간사들이 모여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등 109개 법안을 법안소위에 먼저 올리자고 했었는데 (새누리당이)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의 입장 변경으로 11월 16일과 17일로 예정됐던 미방위 법안소위는 그 다음 주로 미뤄졌으나 11월 2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여야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7월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160여 명이 공동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에는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늘리고, 사장 임명 시 재적 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 사업자 5명과 종사자 5명 동수로 편성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수없이 논의됐던 특별다수제는 KBS 이사회 구조처럼 여‧야 추천 비율이 정해져 ‘과반수’를 정족수로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장치로 과반이 아닌 ‘2/3 또는 3/4 이상 찬성’을 적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19대 국회 당시 ‘길환영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KBS 이사회 여야 동수 추천과 특별다수제 도입이 검토됐지만 여야의 의견 차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야당 관계자는 “지난 국회에서 결국 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KBS‧MBC가 있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이 공영방송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JTBC를 훨씬 더 신뢰하는 지금의 모습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보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당장 통과시키자는 것도 아니고 법안소위에 넘겨 논의해보자는 것인데 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방위는 지난 회의 파행으로 처리되지 못한 KBS와 EBS 결산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최소 한 차례의 회의는 열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점을 찾으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비롯한 109개 법안을 법안소위에 올리고 논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연내에 이를 처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20대 미방위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에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만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데 탄핵안 발의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아직도 갈필을 잡지 못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와 전국언론노동조합, 박근혜 퇴진 성남국민운동본부 등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의 법안소위 상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2월 5일 성남시 중원구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 지역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이 넘는 162명이 공동 발의한 ‘(일명) 청와대 언론장악 방지법’이 제출된 지 넉 달이 넘었지만 (미방위원장인 신 의원이)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버티고 있다”며 신 의원을 규탄했다.
이어 “고흥길 전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은 지난 2009년 언론장악법을 날치기 통과시켜 성남 시민들을 부끄럽게 만들더니 이제 당신이 또 다시 성남 시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가. 성남 시민들이 언론 장악하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는가”라고 지적한 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상정하고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