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디지털 전환의 훌륭한 ‘스타트’

전국 디지털 전환의 훌륭한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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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방송수신기 보급률이 99%를 넘은 울산광역시 지역에 대해 16일 오후 2시부터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을 완전히 종료했다. 이에 울산디지털방송전환지원센터는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와 함께 울산 KBS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개최했다. 아울러 이번 선포식을 통해 울산광역시는 시범지역을 제외한 전국 제1호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및 디지털 전환 지역이 되는 명예를 얻었으며, 동시에 방통위는 지난 1일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지역별 아날로그 TV 방송 순차종료’ 방안을 토대로 다른 지역 아날로그 순차 종료 계획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을 천명했다.

방통위는 그 구체적인 계획으로 울산광역시에 이어 9월 24일 충북, 10월 4일 경남, 9일 부산, 16일 대전·충남, 23일 전북, 25일 강원, 30일 광주·전남, 11월 3일 대구·경북 지역을 거쳐 최종적으로 12월 31일 수도권 지역 순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순차종료한다고 밝혔다. 단, 추석기간(9월29일~10월1일) 정부지원 신청을 위해 충북지역의 KBS 채널은 오는 10월 2일까지 아날로그 방송 송출을 연장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은 선포식에서 "방송사, 제조사, 유관기관 등과 협력을 강화해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디지털 방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울산광역시는 전국 제1호 아날로그 방송 종료의 무대로 손색이 없다.

 

   
 

이에 방통위는 16일 오후 2시 울산광역시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방송 수신기기 보급률, 안테나를 통해 신호를 받아 TV를 시청하는 아날로그 방송 직접 수신 가구의 정부 지원 신청 규모, 민원 신청 등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방송 수신기기 보급률이 99%가 넘어가는 울산이야말로 아날로그 방송 종료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지난 6월 20일부터 울산 지역에 대해 TV 화면 전체를 안내자막으로 가리는 가상 종료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이번 아날로그 방송 종료도 훌륭하게 마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우선 전국 디지털 전환의 경우 블랙아웃의 문제가 남아있다. 비록 집계상으로는 전체 가구의 97.8%가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더라도 계속해서 TV 시청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방송 시청이 불가능한 대규모 ‘블랙아웃’ 가능성은 여전히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아날로그 방송 직접수신 가구의 정부지원 신청·접수 추이는 일평균 1,500여건 수준으로 계속 정체를 보이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약 22만 가구가 TV를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케이블 디지털 전환 논란 및 그에 따른 장기적 관점에서의 클리어쾀 내장 TV 표준화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앞에서 언급한 97.8%라는 수치 안에는 유료매체의 영향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유료매체가 전국 디지털 전환에 어떤 대응을 보여주느냐가 ‘전환 사업’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승인하지 않는 방통위의 ‘무대책’과 OTT 서비스 결정 논란까지 가세하면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은 더욱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러 플랫폼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미디어 환경의 특성상 디지털 전환 자체가 순수한 디지털 패러다임을 제시하느냐, 아니면 단지 ‘디지털’로 전환된 화면을 볼 수 있게만 하느냐를 두고 의견충돌이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채널재배치 문제다. 이미 기획재정부를 통한 방송사 손실보전 금액이 크게 감액된 이상, 2012년 10월까지 3권역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채널재배치의 문제성이 벌써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관련기사‘비현실적인 채널재배치’ 참조)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점을 차치한다고 해도 이번 울산광역시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전국 디지털 전환 사(史)에 있어서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순간임이 분명하다. 특히 이로 인해 주파수 재배치 및 뉴미디어 플랫폼 등의 발전 등을 고려해볼 때 울산광역시의 전국 제1호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이 중요한 순간에 정작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울산광역시 아날로그 방송 종료식에 참석하지 않고 서울 소공동에서 열리는 빅데이터 포럼 창립총회에 참석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