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방송 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제도적 관리 기준과 체계 마련해야 할 때

[기고] 재난방송 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제도적 관리 기준과 체계 마련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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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철 MBC방송기술인협회 강원영동지부장] 봄이 되면 강원영동 지역에는 어김없이 ‘양간지풍’이 불어온다. 산맥을 넘어 내려오는 건조하고 강한 바람은 순간적인 돌풍을 동반하며 강풍경보 등 각종 기상특보로 이어지곤 한다. 이런 날이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길에 낙하물이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되어 몇 번이고 주의를 주게 되지만 그래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이 바람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강풍특보와 건조특보가 동시에 발효되는 시기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산불로 번지는 사례가 반복되어 왔다.

이 시기가 되면 방송사의 재난방송 수신 클라이언트에도 긴장이 높아진다. 주조정실에서는 강풍 대비 국민 행동요령 안내 통보문이 수신될 때마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해당 통보문이 의무 송출 대상인지, 자율 송출 대상인지를 확인한 뒤 실제 송출 여부를 판단한다. 지역 방송사는 적은 인원으로 편성, 송출, 생방송 등 다양한 업무를 동시 진행하는데 재난 통보문 수신과 송출까지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구성원들은 재난 상황에서 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를 인식하며 안정적인 재난 정보 전달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재난방송은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공공 서비스이며 국가 재난 대응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프라다. 이러한 재난방송 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정책 당국 역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해빙기를 맞아 중요 방송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과 재난방송 관련 정책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도 방송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와 지원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방송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후화되어가는 장비와 제한된 인력 속에서도 현장 구성원들은 재난방송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대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마다 장비 환경과 관리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재난방송 인프라의 안정성을 온전히 자율 관리에만 맡겨두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직결되는 재난방송은 민간이 아닌 정부에서 중심 축을 잡고 컨트롤해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재난방송 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재난방송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의무재난방송사의 장비 현황, 사용기간, 시스템 이중화 여부, 재난 코드 업데이트 등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관리 체계가 마련된다면 재난방송 인프라의 안정성과 가용성이 더 나아질 수 있다. 재난방송에 대한 신뢰는 시스템의 안정성에서 비롯되는 만큼 이와 같은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 제도가 앞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재난방송 인프라 조사 수립 및 시스템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나서 재난방송에 필요한 필수 장비 및 시설, 인력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방송사마다 공통적인 시스템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방송 시스템 인프라는 시스템 도입기를 지나 이제부터는 성숙기로 접어들어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이다. 정부가 재난방송 의무사업자에 대한 최소 기준을 세워 재난코드 업데이트 솔루션, 재난방송 전용 자막 시스템 등과 같은 인프라를 공통적으로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 장비 및 시설 확보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전제로 깔려 있다.

재난방송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정보 전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방송 시스템은 단순한 방송 장비가 아니라 공공 인프라의 관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재난 상황에서 방송이 지속적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제는 재난방송 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관리 기준과 점검 체계를 보다 분명히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