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한 ‘재송신 가이드라인’ 되려나?…양쪽 다 불만 ...

있으나 마나 한 ‘재송신 가이드라인’ 되려나?…양쪽 다 불만
지상파 “불리한 대가 여부 판단 자체가 논란”, 케이블 “대가 산정 기준 내놓아야”

2245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재송신료(CPS)를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재송신 협의체가 이해당사자인 지상파가 빠진 채 ‘반쪽짜리’로 출범한 것부터 시작해 가이드라인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 가이드라인 적용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10월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원활한 협상을 위해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의결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그동안 재송신 협상은 당사자 간 자율 협상으로 진행돼 왔는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등 국민의 시청권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자율 협상을 원칙으로 하되 재송신 협상 시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8월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부가 나서 중재를 하겠다며 재송신 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당시 유료방송과 소송 중이었던 지상파는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고, 결국 유료방송 위주의 반쪽짜리 협의체로 진행됐다.

재송신 협의체에서 총 12회의 회의를 개최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은 올해 9월 미래부와 방통위에 제출됐고, 양 부처는 각각 내부 보고와 위원회 보고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재송신 협상의 원칙과 절차 △성실 협상 의무 위반 여부 △정당한 사유 없는 대가 요구 여부(대가 산정 시 고려 요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상파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신규로 재송신 계약을 갱신하고자 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송신 개시 희망일 또는 계약기간 만료일 6개월 전까지 계약 체결 또는 갱신의 상대 사업자에게 그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고, 통지를 받은 지상파 또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2주 이내에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또 지상파 또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협상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할 때는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자료를 사용해야 하고, 기존의 재송신 대가를 인상 또는 인하할 것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상대 사업자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를 요구할 수도 없도록 했다.

방통위는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인지 여부는 광고 수익, 가시청 범위, 시청률 및 시청점유율, 투자보수율, 방송 제작비, 송출비, 홈쇼핑 채널 송출 수수료, 물가상승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지상파나 유료방송의 요청이 있을 경우 방통위나 미래부는 재송신 대가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협의체의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응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경우 △협상 권한을 지닌 대표자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 △일시 및 장소를 제시하지 않거나 합리적 사유 없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경우 △단일안만 강요하는 경우 △타사업자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등 불합리한 사유를 제시하거나 합리적 거부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다른 사업자와의 재송신 계약을 거부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 △합의사항을 문서의 형식으로 수록한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 등을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지상파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협상 또는 계약 체결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가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에는 방송법 제85조의2 제1항 및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17조 제1항을 적용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 부처의 이 같은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관련 논평을 통해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협상에서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강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규제기관의 강력한 조정과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의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상태고,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고 협상에 대한 원칙과 절차를 제시해 사업자 간 성실한 협상을 유도하는 선에서 적절히 활용되길 바란다”면서도 “대가 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가 자율적 협상을 저해하는 것이고,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논란이 클 수 있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이날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재송신 대가라는 것이 수학 공식처럼 대입해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가 산정 기준을 제시하는 건 어렵다”며 대가 산정 부분은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실효성 논란에 대해서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직접적으로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관련 법령의 해석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사업자 간 협상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앞으로 추가적인 제도 개선 방안도 발굴‧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