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칼럼> 리모컨으로부터 휴대폰으로

<이종화 칼럼> 리모컨으로부터 휴대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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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이상 기본적인 형태와 기능에 큰 변화가 없었던 리모컨의 새로운 변신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중 좀 특이한 리모컨이 AT&T로부터 제안되었는데, 이름하여 ‘Point Anywhere’라는 무선 리모컨이 그것이다. 기존 적외선 방식은 TV 앞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반해, 이 RF방식의 리모컨으로는 집안 어디에서든지 채널 변경이 가능하게 된다. 이를테면 벽에 매립되거나 숨겨진 셋톱박스에도 이용할 수 있는데, 기술 진화에 따라 셋톱박스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면서 특히 홈네트워크 환경과 접목될 경우 필요하게 될 리모컨인 셈이다.

말하자면, IPTV 등 다양한 매체의 수신기가 집안 어디에 있더라도 통합콘트롤 가능한 리모컨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킨 의미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가옥이 밀집된 환경이라면 보안 문제까지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며, 기존 리모컨 사용 습관을 충분히 이어갈 수 있도록 편의성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편, 케이블TV에서의 DVR 원격제어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대략 2년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MSO들이 본격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며, 우위에 있는 Verizon 등 IPTV 사업자들과 경쟁에 돌입했다. 이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대단히 긍정적이며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가정의 70% 이상이 DVR을 필수품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기 높은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원격 녹화예약 등 융합형 서비스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DVR은 실시간 방송 채널에 비해 중요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DVR을 시청하는 시간이 더 많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을 정도다. 따라서 셋톱박스가 DVR 기능뿐만 아니라 VoIP, G2, G3, WiFi 등 다양한 통신 매체와 연계 서비스를 확장하는 옵션을 포함할 경우, 융합형 서비스로서의 강점을 살려나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휴대폰이 리모컨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면서 그것도 언제 어디서나 가정 내 셋톱박스나 DVR을 원격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리모컨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디바이스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휴대폰과 셋톱박스 또는 DVR과의 연계 서비스가 IPTV 사업자뿐만 아니라 TV포털 사업자들의 공통 항목이 되면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미국 최대의 IPTV 사업자인 Verizon과 AT&T는 각기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IPTV와 휴대폰 간 통합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이를테면 AT&T는 애플의 iPhone과 접목 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위성사업자인 DirecTV도 일부 휴대폰에 한해 DVR을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Verizon은 휴대폰으로 프로그램을 검색하는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휴대폰 위치정보를 이용해 IPTV화면에서 그 위치에 기반한 타깃광고를 추진 중이어서 광고주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iPhone용 EPG를 활용해 TiVo의 DVR에 녹화한 프로그램을 검색하거나, 빨리 감기·녹화설정·녹화파일 불러오기 등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선호하는 방송프로 시작 전에 방영소식을 알려주는 알람기능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시청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다. 이렇게 휴대폰을 이용해 가정 내의 셋톱박스나 DVR을 원격 조정하는 응용사례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이며, 특히 iPhone의 경우 3rd party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AppStore 등을 통해 쉽게 배포하고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응용사례가 속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의 리모컨과 미래의 리모컨의 중간 지점에서 핸드폰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며, 특히 젊은 층의 이용이 두드러져 핸드폰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또한 핸드폰을 통한 개인정보 입력 및 인증이 손쉬워 시청률조사로부터 TV포털에서의 상품구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기대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TV포털 서비스 개발에서도 국내 관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유익한 새롭고 창의적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해 서비스와 상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종화, KBS 방송기술연구소, 공학박사)

1) Fierce IPTV, “New TV remote gets to the Point”, 2009. 8.18

2) Nasdaq, “Verizon Shows Off FiOS TV-Cellphone Integration”, 2009. 8. 19

3) Contentinople, “i.TV iPhone Remote Plugs Into TiVo”, 2009. 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