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익 SBS PD 하차 놓고 논란…노조 “졸렬한 권력” 비판

이재익 SBS PD 하차 놓고 논란…노조 “졸렬한 권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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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 어떻게 모른 척하나”
언론노조 SBS본부 “권력 비판은 언론 본연의 역할”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이재익 SBS PD의 하차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익 SBS PD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SBS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고 있다. 이 PD는 2월 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PD는 “지난 토요일 저녁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정치권에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하길래, 아차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며칠 동안 국민의힘 관련해서 강경한 표현으로 비판했던 일들이 떠올랐다”면서 “의외로 항의가 들어온 쪽은 민주당이었다”고 했다.

이 PD는 지난 금요일 첫 곡으로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틀었고, 가사 중 일부인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부분을 소개했다. 이 PD는 “내가 의도했던 방향은 ‘내로남불’ 비판이었다”며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되겠다. 누구라고 이름을 말하면 안 되지만 청취자 여러분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후보 이름을 언급하거나 힌트를 준 것도 아니”라며 “내로남불은 내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PD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항의였다”면서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 방송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조치를 회사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 PD는 “말과 선곡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미리 살피고 조심하지 못했다. 사과드린다. 죄송하다”면서 “다만 방송하는 사람으로서 그날 그 노래를 틀었을 때도, 그런 가사를 소개했을 때도 저는 청취자분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DJ가 방송 중에 이재명 후보라고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재명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는 발언을 했다”며 “국민 개개인이야 지지 의사를 표시할 권리가 있지만 방송은 공인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 보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냐”며 “저희로서는 정당한 권리로서 문의한 것이고 조치는 SBS가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사회 이슈를 전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며 “가사 한 구절에 시사 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을 해왔고, 해당 가사와 진행자 멘트 역시 특정 후보가 아닌 표리부동한 권력자들을 싸잡아 지적했던 것”이라며 “비판에 수긍 않는 정치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고 꼬집었다.

사측을 향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한 뒤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안을 묵과할 수 없다 판단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