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복 교수의 세계사 산책 – 한정식집 스파게티

이원복 교수의 세계사 산책 – 한정식집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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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한정식’ 라는 식당을 갈때 보통의 사람들은 한정식이 맛있을거라는 기대를하고 식당에 가게 되지 한정식집에서 스파게티를 기대하고 가게 되지는 않는다. 아웃백에서 한정식을 서비스랍시고 주게 되면 과연 그게 기분좋을까? 적어도 나는 꽤 쌩뚱맞은기분이 들 것 같다.

  이원복교수의 이번 ‘세계사 산책’이라는 책을 보면서 내가 느낀 느낌이 딱 그랬다. 한정식집에서 맛없는, 아니 다른 손님상에 두번 세번 올라간 식어빠진 반찬들을 억지로 삼키고 나니 주인이 나와서 ‘핵심 역랑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스파게티를 강원하는 느낌.

  개인적으로 이원복 교수의 팬, 아니 적어도 그의 저작물의 팬이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집에 이원복 교수의 책만 20권 가까이 있다. 얼핏 보기에도, 먼나라 이웃나라 전권, 신의나라 인간나라 3권, 와인시리즈 2권, 가로세로 세계사 전권, 그리고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한두권정도,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차라리 한 인간에 대한 연민이다.

  같은 저자가 쓴 책이다. 따라서 내용이 약간씩 겹치고 이책에 나왔던 내용이 저책에 나오고 여러 책에 나온 내용이 짬뽕되서 새책이란 이름으로 나오는건 차라리 받아들일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두페이지마다 나오는 그만의 정치적 의견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오해하지 말자. 정치적 이야기가 나쁘다는게 아니다. 그런 의견을 쓰려면 차라리 ‘이원복이 바라보는 한국정치’라는 이름으로 책을 쓰는게 낫다는 이야기다. 객관적으로 한 개인, 혹은 한 정당이나 한계파의 의견일수 밖에 없는 현실 정치에 대한 팩트도 아닌 ‘일방적인 ‘의견을 ‘세계사 산책’이라는 이름하에 버무려서 주장하는 행위를 우리는 뭐라고 해야하는가.

의견의 내용이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사 산책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게 웃기다는거다. 세계사 산책에 ‘좌파 = 친북파, 우파 =반북파’ 니 ‘갈길이 바쁘다. 지난 10년간 역주행만 했으니’ 따위의 의견이 나오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

  글 모두에 썼던 ‘재탕 반찬에 디저트로 스파게티가 나오는 한정식집’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 아니 다르다. ‘재탕 반찬에 디저트로 나오는 스파게티를 억지로 먹어야 하는 한정식집’이다.

  언젠가 헌법에 관심이 생겨 ‘정종섭 교수와 함께 보는 대한민국 헌법’이라는 책을 구매한적이 있다 헌법은 뒷전이고 아주 개인적인 정치적 의견이 곳곳에서 너무 많이 보여 책을 던져버렸다. 헌법에 대한 책이면 헌법에 대한 내용만 쓰는게 맞는거 아닌가, 아니면 제목에 저자의 아집이 바가지로 들어가있음을 암시라도 해 주던가.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것이다. 정종섭교수는 내가 알지도 못했던 사람이고, 에이 돈 버렸다 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이원복교수는 내가 그분의 저작을 접한 이래 10년여동안 애독자였다. 그래서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원복 교수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나름대로의 논리적 배경을 갖고 하는 정치사회적 주장이고 그 주장에도 일리가 있음을 모르는바는 아니다. (우리나라 좌파를 ‘친북’이라는 프레임 아래 하나로 싸잡아버리는걸 보면 꼭 그런지도 의심이 가지만…) 그러나 적어도 이렇게 우회적으로 – 나는 비겁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 자신의 정치적 주장을 ‘ 세계사 산책’이란 이름으로 주장하는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슬프다. 차라리 현실 정치에 직접 들어가시던가. 나는 그분이 내 지역에 출마한다면 사상적 배경이 조금 차이가 날지언정 기꺼이 한 표를 던졌을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입맛이 쓰다.

  KBS 권태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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