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이 대한민국의 밤을 뜨겁게 달궜다. 후보들의 경쟁만큼이나 각 방송사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이어졌다. 특히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대선의 꽃인 개표방송을 위해 인공지능(AI)은 물론이고 드론, 확장현실(XR), 블록버스터급 CG 등 정보통신기술(ICT)를 총동원해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차분한 KBS ‘내 삶을 바꾸는 선택’
먼저 KBS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보수, 진보, 개혁 진영의 인사들을 꾸려 깊이 있는 분석과 토론을 진행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소영‧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수 진영에서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개혁 진영에서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참석해 세대별 목소리를 균형감 있게 조망했다.
KBS는 ‘내 삶을 바꾸는 선택’이라는 타이틀 아래 서울 광화문 의정부지 역사문화광장에 ‘K-큐브’ 특설 스튜디오를 설치해 개표방송을 생중계했다. 이민영 KBS 선거기획단장은 “과거 조선의 국정 운영을 실현하던 공간이자, 오늘날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 자리”라며 “역사적 공간 위에서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시간으로 개표방송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직각 형태의 미디어월에 양대 정당의 대결 구도를 적확하게 담아냈던 ‘듀얼 K월’은 이전 개표방송 보다 더 규모를 키워 압도적인 그래픽을 선보였다. 또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설치된 지름 7m의 구형 LED 디스플레이로 석촌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미디어아트를 내세운 ‘K-스피어’도 개표 상황을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몰입감 높인 MBC ‘선택 2025’
지난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이어 이번에도 1등을 차지한 MBC는 ‘선택 2025’라는 타이틀을 앞세웠다. MBC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카운트다운 영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장면과 오늘날 우리나라의 다양한 현장을 병렬 배치한 영상으로 ‘그날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허지은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은 “이번 영상은 AI가 공익적 콘텐츠 구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라며 “AI기술이 기억과 가치를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 방송 사상 최초로 초대형 6면 LED 세트를 선보였다. 가로 44미터, 높이 7미터의 메인 무대 LED 스크린을 한 폭의 화면처럼 활용해 17개 시·도를 상징하는 화면이 하나로 펼쳐지는 착시 그래픽은 시청자들에게 초현실적인 시각적 경험과 몰입감을 선사했고, ‘터치M’, ‘데이터M’을 통해 현 시각 투표율 및 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 추이 등 각종 선거 관련 데이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했다.
이외에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유시민 작가와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구독자 1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궤도’,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큰별쌤’으로 유명한 최태성 역사 강사 등 다양한 출연진으로 개표방송을 흥미롭게 풀어갔다.

재치만점 볼거리 맛집 SBS ‘2025 국민의 선택’
독보적인 기술로 외신에서도 주목한 SBS의 개표방송은 이번에도 눈이 부셨다. 지난 2012년 이래 유명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아이디어를 따서 매번 색다른 ‘블록버스터급’ 선거 그래픽을 선보여온 SBS는 올해도 그 계보를 이을 바이폰(Voting Information Processing Online Network)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을 연상케 하는 대선 후보자들의 치열한 승부를 선거 그래픽에 녹여 체육복을 입은 대선 후보들이 쏟아지는 표를 차지하기 위해 전통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에 나서는 모습을 그려냈다. ‘삐끼 삐끼’ 챌린지에 나선 SBS 선거방송 마스코트 ‘투표로’의 모습도 깨알 같은 볼거리를 제공했고, 전국을 누비는 ‘투표로’ 바이폰 역시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냈다. 이 밖에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레이싱 차량에 올라탄 후보들이 불꽃 튀는 경주를 벌이는가 하면, 화려한 조명 아래 펼치는 후보들의 현란한 ‘스피닝’ 몸동작들도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손석민 SBS 선거기획팀장은 “지금 이 순간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한 정보를 가장 빠르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한편 4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MBC ‘선택 2025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이 1부부터 6부까지 4.3%, 12.8%, 14.5%, 14.1%, 13.3%, 5.4%를 기록했다. 개표방송 중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MBC가 유일하다. KBS1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5 제21대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은 2.4%, 5.2%, 4.1%, 2%를기록했고, SBS ‘2025 국민의 선택’은 1.4%, 3.4%, 3.7%, 3.7%, 2.5%, 1.2% 시청률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