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철 위원장 취임 한 달 성적표는?

이계철 위원장 취임 한 달 성적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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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그리고 이를 의식한듯 이 위원장은 12일 CJ E&M을 방문해 콘텐츠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콘텐츠 육성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하는 한편 이를 위한 광고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구로 디지털단지를 방문해 게임 및 콘텐츠 벤처 사업가를 만난것도 대선 이후 정부조직개편에 대비해 방통위의 ‘콘텐츠 헤게모니 장악’을 위한 포석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이계철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 성적표’에 쏠리고 있다. 비록 한 달이라는 시간이 업무를 처리하기에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없지만 최근의 미디어 및 통신 환경이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음을 주지해보면 이 시점에서 반드시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로서 방통위 성적표는 낙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현재의 방송사 파업 사태에 대한 이계철 위원장과 방통위의 미온한 태도다. 공정방송을 위한 방송사 파업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음에도 방통위는 지금까지 전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도리어 ‘내부의 일’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사실상 노조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또 비록 위원장 취임 전에 일어난 사건이긴 하지만 KT-삼성의 망중립성 분쟁에 있어서도 효과적인 로드맵을 구성하겠다고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게다가 지상파-재송신 재송신 중단 사태에 대한 중재노력도 미비한 상황이다.

또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 문제에 있어서도 방통위는 이 위원장 취임 후에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않다. 그동안 방통위와 통신사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허점들을 속속들히 밝혀내고 지상파 방송 4사 기술본부장들이 정식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국 디지털 전환 사업과 함께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문제도 승인문제로 계류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지난달 26일 구로 디지털단지 방문 당시, 한 벤처기업의 제작자는 이 위원장에게 방송발전기금의 배분을 콘텐츠 사업에 배분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 위원장의 대답은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였다. 또 한 콘텐츠 제작자가 국내의 열악한 제작 환경 개선요구를 했을때도 이 위원장은 “수고하세요”란 말만 되풀이 했다. 게다가 최근 방통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KT필수설비제공 문제에서도 이 위원장은 강하게 추진되는 방통위의 추진력을 스스로 가로막았다는 평을 받는 중이다. 여기에 방송사 파업, 망중립성, 지상파 재송신은 물론 통신-케이블의 갈등을 둘러싼 방송법 개정안, 주파수 문제 등에 대한 방통위의 실질적이고 확실한 로드맵 부재는 한 달 성적표를 ‘낙제’로 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