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설에 시달리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연임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정부 및 방송통신 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청와대에서 이경재 위원장을 경질하려 실질적인 ‘액션’에 돌입했으나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서 포기했다”고 전하며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 위원장을 경질하며 다소 느슨해진 인선라인을 바짝 조이는 한편, 방송 및 통신과 관련된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하려 했으나 최근 완전히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이 위원장의 연임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방통위 3기가 진용을 갖추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청와대 일각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문제 대응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합의를 막는 방통위 소관 법안 대응 미흡, KBS 민경욱 기자의 ‘청와대 직행’에 대한 국회 미방위 의원들의 질의에 “윤리강령 위배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부분을 이유로 이 위원장의 경질 가능성을 열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3월 5일 방통위 월례조회에서도 감지됐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3월은 2기 방통위가 종결되고 새로운 3기 방통위가 출범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세 분이 국회 추천으로 됐고 두 분이 조만간 결정될 것이며, 어떤 분이 되든 공무원들은 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가는 초심으로 자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조만간 결정될 두 분이 새롭게 방통위로 올 것이다’는 발언으로 보일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의 경질 가능성이 대두되며 그와 비례하게 하마평도 무성했다. 원조 친박인 홍사덕 전 의원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최병렬 전 의원, 그리고 홍성규 현 방통위 상임위원과 한선교 국회 미방위원장이 그 대상이다. 여기서 이 위원장이 경질된다는 가정하에 홍사덕 전 의원과 한선교 국회 미방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25일까지다. 당장 후임 위원장이 올 경우 새로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이런 부분에서 이 위원장은 강점이 있다. 이미 이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청문회라는 관문을 한 번 겪어본 이 위원장이 가지는 경쟁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위원장은 앞에서 언급한 몇몇 ‘마이너스’를 차치한다고 해도 현 정권이 선호하는 인사 중 하나다. 결론적으로 후임자를 찾기 어려운데다 시일이 촉박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 위원장을 둘러싼 경질론이 사라졌다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다만 이 위원장의 연임에 무게가 쏠린다 해도 아직 변수는 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 정권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다.
당초 현 정권은 집권 초기 잦은 인사파동을 자초하며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 이유로 현 정권은 인사에 있어 상당부분 위축된 경향을 보여왔으며, 그렇기 때문에 윤창중-김행 사퇴로 대표되는 청와대 홍보라인 누수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어도 후임인선이 늦어졌다.
그러나 해를 바꾸어 올해부터 현 정권의 인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인천시장 출마를 위해 사임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의 후임에 강병규 2차관이 신속하게 임명됐으며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 후에는 단 6일 만에 이주영 장관이 내정됐다. 또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후임에 이주열 전 부총재가 일찌감치 임명된 것도 현 정권의 인사 스타일이 ‘빨라’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이 위원장의 연임이 늦어지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다. 새로운 위원장이 오든, 이 위원장 연임이 확정되든 3기 방통위 위원장 업무공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청와대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