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재송신, 수신료, 그리고 시청권

의무재송신, 수신료, 그리고 시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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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디어 업계의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유무 및 재송신료 분쟁, 여기에 수신료 현실화 현안까지 복잡하게 얽히며 관련 문제는 순식간에 고차방정식이 된 분위기다.

3월 27일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과 IPTV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오는 4월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해당 법안은 기존 KBS1과 EBS로 정해진 의무재송신 대상을 KBS2와 MBC까지 확대하는 방침을 담고 있다. 당장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재송신료 산정을 두고 똘똘 뭉쳐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자 국회 차원에서 일종의 리액션을 취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내정자도 “의무재송신 현안은 이미 여야가 이견이 없다”며 자신이 정식으로 방통위원장에 취임할 경우 사실상 의무재송신 확대를 기조로 하는 정책을 펼 것임을 천명했다. 그런데 이 내정자는 의무재송신 확대의 전제로 수신료 현실화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끈다. 즉, 이 내정자는 의무재송신 확대와 함께 수신료 현실화도 동시에 진행해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최대한 담보하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관련법 발의와 더불어 이경재 내정자의 발언에는 심각한 문제가 많다. 당장 의무재송신 확대는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를 악화시킬뿐 아니라 헌법으로 보장받는 콘텐츠의 저작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해서는 유료 방송 플랫폼을 위한 ‘금액이 들어가는 시청권’보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직접수신율을 전제로 하는 수신환경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정한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은 상당부분은 진척된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을 기점으로 공시청 설비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을뿐 아니라 3월 26일 지상파 방송 4사는 다채널 서비스 기술검증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협약식을 정식으로 맺었다.

게다가 이경재 내정자의 ‘수신료 인상+의무재송신 확대’ 현안도 약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무재송신을 확대하면 지상파에 재송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유료 방송사는 막대한 이득을 거두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회성으로 수신료를 인상하면 당장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는 호전될 수 있으나 이는 명백히 1회성일 뿐이다. 물가 인상율에 따른 합당한 수신료 현실화 방안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로 1회성 수신료 인상은 결국 국민의 부담은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즉, 이 내정자의 ‘수신료 인상+의무재송신 확대’는 결론적으로 공영방송의 재원 불안과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종합편성채널을 위시한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행위다. 게다가 MBC의 경우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MBC가 의무재송신 대상에만 포함되고 1회성 수신료 인상의 수혜도 받지 못한다면, MBC는미디어 업계에서 완전히 동력을 잃을 처지에 몰리고 만다. 물론 MBC가 유료 의무재송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는 법적으로 보장된 가치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미디어 보편성의 원리에 입각해 직접수신가구에 대해서는 수신료 외 별도의 징수를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보편적 미디어라는 단어는 유료 방송보다는 당연히 지상파 방송, 즉 무료 방송에 어울리는 단어다. 동시에 공시청 설비를 중심으로 하는 직접수신개선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고,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와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활용도 충분히 지상파의 공공성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하지만 유료 방송 사업자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해 의무재송신을 확대시켜 공공방송의 재원을 악화시키는 한편, 이를 1회성 수신료 인상으로 무마하려는 정책은 최악의 미디어 정책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