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UHD 상용화 로드맵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방통위는 6번의 회의를 거친 UHD 협의체 3개 분과가 논의한 내용을 공개했다.
지상파 분과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을 전제로 보편적 UHD 활용 타당성을 피력했으며 유료방송 분과는 표준정합 모델의 확정을 바탕으로 4월 10일 케이블 UHD 방송을 기점으로 장기적인 로드맵을 짰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분과는 유료방송 측면지원의 논란에 선 ‘올포원 펀드’를 활용한 UHD 콘텐츠 수급을 로드맵으로 확정했다.
다만 방통위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파수심의협의회가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희 방통위 상임위원이 지난 2월 창조경제 분야 청와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해당 주파수의 연내 할당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만큼 해당 주파수 할당에 대해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홍성규 방통위 상임위원이 전체회의 도중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고 2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경매대금을 통해 위성을 제작하여 해당 위성을 통해 지상파 UHD를 실시하자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양문석 상임위원도 700MHz 대역의 40MHz 폭만 산업용으로 지정하고 68MHz 폭은 지상파 방송에 할당하자고 전제했던 입법 정신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로 논의해볼 가능성이 있다고 평했다. 또 라봉하 기조실장도 “위성 문제는 미래부와 관련이 있고 KT 스카이라이프 위성도 있는 만큼 복합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홍 위원의 발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안이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의 발언을 지지부진한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과 지상파 UHD 활용의 ‘플랜 B’로 여기는 분위기지만 홍 위원의 발언은 기술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우선 방송발전의 흐름이 HD에서 UHD로 흘러간다는 전제로 보면, 추후 UHD가 일상적인 방송의 현상으로 인식될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UHD를 위성으로 방송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소모된다. 현재 지상파의 경우 2012년 12월 31일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 동시에 기존 아날로그 방송용 안테나인 VHF가 디지털 방송용 안테나인 UHF로 빠르게 대체되는 중이다.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기준으로 UHF 안테나 보급현황을 산출해보면 공청 시설을 포함해 약 1,700~2,000만 가구가 UHF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지상파 UHD를 위성으로 방송하게 되면 새로운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2,000만에 육박하는 UHF 안테나는 최초 HD 방송 시절에만 위력을 발휘할 뿐, 추후 UHD로 완전히 방송의 패러다임이 변경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게다가 위성방송은 셋톱박스를 전제로 한다. 엄청난 물량의 UHF 안테나를 무시하고 새로운 위성 안테나와 셋톱박스를 통해 지상파 본연의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위성방송이 지상파와 같은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재 KT 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위성 안테나는 남쪽으로 향해 있으며 땅에서 하늘 방향으로 45도 각도로 올라와 있다. 위성 안테나를 통해 방송을 수신하려면 ‘반드시’ 해당 각도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도심지역의 경우 건물이 안테나 방향으로 서 있으면 ‘안테나 남쪽방향, 45도 각도’가 불가능하다. 이에 하재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위성방송은 25% 정도로 추정되는 ‘절대 난시청 지역’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런 방송으로 지상파와 같은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을 구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위성방송을 기반으로 지상파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지상파의 재난방송 역할론’도 흔들린다. 이에 하재헌 정책실장은 “위성방송의 경우 ‘레인폴’ 현상이 있다.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상”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365일 중 평균 10일가량 위성방송의 레인폴 현상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재난방송을 주관해야 하는 지상파가 집중호우 기간에 방송을 송출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하재헌 정책실장은 “최근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을 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해당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UHD 실험방송을 실시하자 통신할당을 염두에 둔 쪽에서 홍 위원의 발언을 기폭제로 ‘플랜 B’를 급부상시키는 분위기”라며 “지상파 UHD는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을 전제로 해야 하며, 빠른 용도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