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뷰의 국내 적용과 관련된 쟁점

영국 프리뷰의 국내 적용과 관련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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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뷰의 국내 적용과 관련된 쟁점


장병희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도입

지상파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 기존에 국내에서는 HDTV 중심으로 정책적 방향이 정해져 있었지만, KBS가 2009년 채널수가 확장된 SDTV 중심의 K-view를 제시하면서 지상파 디지털 전환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서 초기 화질을 중시하는 HDTV 중심의 미국 및 일본 방안과 채널의 수를 중시하는 다채널 중심의 영국 및 호주 방안 등이 대립되었고, 한국은 이 중 HDTV 중심 방안을 선택했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디지털압축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일부 HDTV 채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채널 방안이 가능해졌다는 점과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인 계층을 대상으로 한 추가적인 선택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K-view와 같은 지상파 다채널 플랫폼 방식의 고려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특히 K-view는 제시 과정에서 성공적인 안착을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프리뷰(Freeview) 방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에서 프리뷰의 국내적 적용과 관련된 논의가 필요하다.    


프리뷰 소개

영국에서 프리뷰에 앞서 시도된 지상파 디지털 다채널 플랫폼인 온디지털은 위성방송사업자인 BSkyB와의 직접적인 경쟁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기존 면허를 이어받아 새롭게 설립된 프리뷰는 BSkyB와의 차별화를 위한 무료 비즈니스 모델 채택, BSkyB의 컨소시엄 참여 허용, 콘텐츠 고급화 추구 등을 통해 성공적인 안착을 할 수 있었다. 현재 프리뷰는 50개 이상의 텔레비전 채널, 30개 이상의 라디오 채널, 일부 양방향 서비스 채널 등을 제공함으로써 무료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상당히 매력적인 TV 시청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이 결과 2002년 3분기의 경우 4% 정도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이 2007년에는 37% 정도로 증가하였고 BSkyB를 제치고 1위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HDTV 채널 및 양방향 서비스 등 서비스의 고급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리뷰 적용 관련 쟁점

하지만 한국과 영국은 방송 환경면에서 상당히 상이하다는 점에서 프리뷰의 적용을 위해서는 세심한 비교가 필요하다. 이러한 비교를 위한 많은 쟁점들이 제시될 수 있지만, 중요한 몇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매체 간 경쟁,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 플랫폼사업자의 위상, 채널편성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우선 매체 간 경쟁의 경우, 영국의 경우 프리뷰 도입을 통해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BSkyB 견제 및 매체 간 균형발전을 추구했지만 한국의 경우 지상파TV의 위상이 상당히 강하다는 점에서 상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K-view의 도입으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되는 기존 유료 다채널사업자인 케이블TV와 IPTV 등이 영국 BSkyB 만큼의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프리뷰의 적용을 위해서는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공서비스방송(Public Service Broadcasting) 개념이 고착된 영국의 경우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를 아날로그 지상파TV에서 디지털 다채널 지상파TV로 확대시키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 형성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보편적 서비스 개념 확장에는 상당한 재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에서도 쉽게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문이 든다. 플랫폼 사업자의 위상 역시 프리뷰의 국내 적용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억제한다는 차원에서 프리뷰의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 사업자를 분리하는 방식을 적용하였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KBS가 제시한 K-view는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 사업자 간 수직적 결합을 일정 정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채널편성방안 역시 구체적인 도입 과정에서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 이 쟁점은 앞선 플랫폼 사업자와 프로그램 사업자 간 분리 쟁점과 연결된 것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채널을 구성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지 혹은 일종의 플랫폼 중립성(platform neutrality) 원칙을 적용하여 플랫폼 사업자의 채널편성권을 제약할 것인지 등에 관한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

K-view는 무료로 디지털 다채널 지상파TV를 특히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 후생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이들 계층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의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성공적으로 안착된 영국의 프리뷰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영국 간에는 다채널 시장에서 지상파TV의 시장지배력이 상이하다는 점과 보편적 서비스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상이하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는 측면에서 프리뷰의 직접적 적용에는 제약이 있다. 또한 플랫폼사업자의 위상과 채널편성 등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