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는 제조사, 또 날로 먹는다

염치없는 제조사, 또 날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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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뉴미디어 방송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UHDTV를 두고 방송사와 제조사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사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대해 제조사의 역할론을 제기하고 있고 제조사는 절대 부담을 안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3D 방송 기술 발전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악몽’이 또 한번 재현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KBS를 비롯한 방송사들은 현재 활발한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UHDTV 제작비용을 방송사만 부담하는 것 보다 TV를 제조하는 제조사도 어느 정도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역할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꿈의 방송이라고 불리는 UHDTV 제작에 들어가는 소요 비용을 정확하게 산출하여 방송사와 제조사가 납득할 수 있게 분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조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LG전자의 경우 다음 달 초 UHDTV 발전에 역점을 두고 있는 KBS와 관련 협의를 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공식적인 협의 채널조차 두지 않고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기술 발전에 대한 소요 비용은 온전히 방송사들이 부담해야 하며 자신들이 그러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UHDTV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미디어의 ‘차세대 먹거리’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기술이다. 가까운 일본은 이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고 장기적인 발전동력을 극대화하는 중이고 영국을 위시한 유럽 국가들도 UHDTV 발전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NAB 2012에서는 ‘콘텐츠 딜리버리’와 함께 ‘UHDTV의 미래’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각국 방송기술 관계자들이 엄청난 관심을 보인바 있다. 또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주최하는 대표적인 방송장비 전시회이자 이제 국내를 넘어 이제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KOBA 2012에서도 UHDTV는 단연 최고의 관심사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에서도 KBS가 주축이 된 지상파 방송사들은 10월 말 UHDTV 송신설비를 관악산에 설치하기로 하는 한편, KBS는 자체 TF팀도 꾸리고 기술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폭을 맞춘 국내 제조사들도 UHD용 TV 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런 이유로 제조사들이 UHDTV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잘못된 상황인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UHDTV 기술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전용 TV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의 이익을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과실은 온전히 제조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또 일각에서는 제조사들의 이번 UHDTV 역할론 부정을 두고 3D 기술 발전 당시 보여준 제조사들의 그릇된 행태가 다시 한번 재현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3D 기술 발전을 위해 방송사와 제조사가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해당 기술의 발전을 도모한 반면, 국내의 경우 3D 기술 발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모조리 방송사만 부담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 때 국내 3D 기술 발전은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KT 스카이라이프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24시간 3D 방송을 포기한 것도 맹목적으로 기술의 과실만 쫒으면서 정작 비용 지불에 인색했던 제조사의 행태 때문이라는 주장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편 제조사들은 이번 대립을 두고 만약 “자신들이 UHDTV의 기술개발 부담을 지게 된다면 다른 국가에 진출했을 때 똑같은 부담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