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지상파 재송신 분쟁

‘엎치락 뒤치락’ 지상파 재송신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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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의 재송신 갈등을 둘러싼 법원의 판결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던 법원이 이번에는 CMB를 상대로 제기한 ‘지상파 재송신 상품 신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매번 법원마다 다른 판결을 내놓고 있어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사업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은 10월 16일 가처분 결정문에서 “재송신 분쟁 해결을 사업자간 저작권 행사 관점에서만 접근하면 당사자 협의나 동의 여부에만 좌우되고 이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규정한 방송법 취지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CMB를 상대로 낸 지상파 재송신 상품 신규 판매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정부 주도의 분쟁 해결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 △이 분쟁이 인터넷TV(IPTV) 등 다른 유료방송 플랫폼 및 사회 일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 △방송의 공익성에 비춰보면 재송신 중단보다는 당사자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지상파 방송사들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방송 전파는 전 국민이 공유하는 한정된 자원이고, 정보 수요자인 국민의 알 권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공공성과 공익성이 요구된다”며 “시청권익 보호를 위해 지상파방송은 공정하고 합리적 조건으로 제공돼 시청자의 지상파방송 접근권이 차질 없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판결에는 9월 3일 울산지방법원의 판결과 맥을 같이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재판부는 “동시 재송신이 영리 행위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바, 채무자(CMB)들이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 난시청을 해소하고 지상파방송 보급에 기여해 온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월 5일 지상파 방송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CJ헬로비전은 사건 결정문 송달일로부터 30일 경과 후부터 티빙 이용자에게 KBS 디지털 방송신호를 동시 재송신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지상파 콘텐츠 저작권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작권과 지상파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접근권 등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어느 가치가 우선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CPS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재송신 계약이 종료된 유료방송 사업자들을 상대로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종전 280원에서 400원 이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CPS 재협상을 시작했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인상폭이 과도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CPS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또한 정부 주도의 재송신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사와의 CPS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콘텐츠를 헐값으로 얻어 지상파 방송사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매출을 얻고 있으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재투자를 위한 정당한 노력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탄압’이나 ‘시청자 피해’라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CPS 비용 상승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노력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이들은 “정부가 강행한 재송신 협의체의 인적 구성도 유료방송 사업자 입장을 강변하는 인사 위주로 이뤄져 있어 사실상 편파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이해당사자 조차 참여하지 않은 편파적인 협의체 구성으로 현재 진행 중인 CPS 협상은 물론이고 소송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