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국회 미방위

어지러운 국회 미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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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처리 ‘제로’를 기록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야가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각각 소위를 열어 수평선을 달리더니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좌초하고 말았다.

국회 미방위 여야 의원들은 그동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다음 회기에서 처리하기 위해 물밑교섭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여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에 방점을 찍은 반면, 야당은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시에 여야는 각각 소위를 따로 열어 두 개의 법안을 논하는 기이한 행태도 보였다.

그러던 중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주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회 미방위에 원자력방호방재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자 여당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당은 3월 20일 국회 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과 4명의 여당 의원을 모아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는 한편, 긴급하게 야당 의원들을 찾아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미방위 법안심사소위는 여야 동수 5:5의 구조이기 때문에 여당의 법안처리는 실패했고, 결국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조해진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에서 “방송법 개정안 인질구조에 원자력법이 묶여 있다”면서 “위헌 소지가 있는 방송법을 처리하는 것은 입법부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야당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으며, 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방송법 개정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시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언급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에만 몰두하는 여당을 비판하는 한편, 그 중심인물로 박대출 의원을 지목하고 나섰다. 이에 언론노조는 여당과 박 의원이 “다음주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체면을 구길 수 있으니 다른 미방위 법안들은 제쳐 두고 ‘원자력방호방재법’만 처리하자는 뻔뻔스런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게는 방송공정성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대통령의 체면만 중요하단 말인가. 과연 이것이 집권 여당의 모습이란 말인가”고 질타했다.

이에 앞서 2월 임시국회 당시 국회 미방위는 여야 의원들이 방송법 개정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지만, 종편이 방송법 개정안에 포함된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자 여당 의원들은 합의를 무시하고 의사일정을 ‘보이콧’한 사태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3월 여당이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를 우선 처리하자는 논리를 들고 나서자 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구도가 반복되는 것이다.

한편 여야가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치열하게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를 포함한 국회 본회의 처리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당은 24일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박 대통령을 감안해 처리기한을 21일로 잡고 있지만 현 상황으로는 방송법 개정안 우선 처리를 요구하는 야당의 반발을 넘기에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이를 기점으로 국회 미방위에서 방송과 그 외 ICT를 포함한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리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