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7월 15일에 이어 19일에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 불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과방위는 7월 15일 전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양승동 KBS 사장에게 KBS 현안보고를 위해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양 사장은 회의 하루 전인 14일 과방위에 문자메시지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KBS는 ‘시사기획 창’ 재방송 불방과 관련해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외압의혹에 연루돼 있어 국회 상임위를 통해 방송법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었으나 양 사장이 갑작스럽게 문자로 불출석을 통보했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불출석은 과방위원장과 여야 간사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절차까지 어겨가며 하루 전날 결정을 번복한 것은 의문”이라며 “과연 양 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으로 볼 수 있겠는가, 여야 간 합의조차 뒤집을 수 있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가”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의원들의 지적에 KBS는 바로 반박했다. KBS는 “KBS는 국정감사 대상기관으로 사장이 해마다 기관증인 자격으로 출석해 피감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올해도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에 대한 부분 △‘시사기획 창’은 현재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 △한국당 의원과 KBS 공영노조,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직권남용과 방송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점 등의 이유로 KBS 사장이 출석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과방위의 사장 출석 요구가 결정된 이후 과방위원들의 사전 자료 요구에 성실하게 답하는 한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설명하게 위해 가능한 노력해왔다”며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실에는 11일과 12일에 면담 요청을 했지만 만나지 못했고, 14일에도 직접 통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문자를 남겼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양 사장이 19일 과방위 전체회의에도 불출석하자 이번에는 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나섰다. 이날 과방위는 KBS ‘시사기획 창’에 관한 현안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양 사장이 국회의 정상적인 출석 요구를 2차례 거부한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외압 논란이 생긴 만큼 국회에 나와 당당히 소명하고 사실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양 사장이 여야 3당 합의를 2차례나 무시했다”고 지적한 뒤 “양 사장은 불출석 이유를 특정 프로그램의 문제라고 했지만 KBS는 1,000억 원 적자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느냐. 방송법에 따라 KBS 결산안을 올려 경영상황을 제대로 점검하고, KBS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신용현 의원도 “양 사장은 특정 프로그램으로 국회에 출석하는 일은 전례가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BBC나 NHK도 이런 청와대 외압 논란을 일으킨 적 있느냐”고 반문한 뒤 “결산안 보고를 받고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성수 의원도 “KBS가 계속 사장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국감은 나오고 상임위는 안 나오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과방위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한국방송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방송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훼손을 초래할 수 있는 국회의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무리한 출석 요구는 지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