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위원, “지상파에 700MHz를”

양문석 위원, “지상파에 700MHz를”

568

세계 방송기술의 거대한 흐름으로 평가받는 UHDTV 경쟁력 제고를 위해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를 조속히 지상파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CES 2014를 다녀온 직후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상파 콘텐츠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상파가 UHD 방송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들을 정부가 하루빨리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양 위원은 지상파 UHDTV 방송 실시를 위한 700MHz 주파수 대역 방송용 조기 할당과 지상파 UHDTV 방송 표준화 작업 추진을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무조정실에 정식으로 제안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 위원은 CES 2014를 통해 UHDTV 발전이 시대적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었다며, 세계 UHDTV 시장이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 경쟁력으로 고착화 되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UHDTV 발전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양 위원은 일본의 소니가 구축한 UHDTV 4K 제작 생태계와 중국의 저가 UHDTV 수상기를 언급하며 그 반대급부로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 UHDTV 경쟁력이 일본과 중국, 그리고 최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에 뒤처질 확률이 높다는 위기의식이 엿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양 위원은 UHDTV 발전 정책의 주체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다. 양 위원은 현재 미래부를 중심으로 정부의 UHDTV 발전 정책이 철저하게 유료방송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비판하며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을 촉구했다. 실제로 미래부는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중심으로 UHDTV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양 위원은 미래부가 추진하는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발전은 한계가 있으며, 지상파 중심의 UHDTV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 지상파가 수상기, 콘텐츠, 방송장비가 모두 UHDTV로 수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콘텐츠 결합 기회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 콘텐츠의 80%를 생산하는 지상파가 UHDTV 발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셈이다.

양 위원은 지상파 중심의 UHDTV 전략 수립을 위해 700MHz 대역 주파수의 조속한 방송 할당도 주문했다. 양 위원은 “(최시중 위원장 시절)700MHz 주파수 중 40MHz 폭을 전체회의를 통해 통신용으로 용도 지정하면서 현 김충식 부위원장과 홍성규 상임위원, 신용섭 상임위원과 본인은 68MHz를 지상파에 용도 지정하자고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최시중 전 위원장을 제외한 4명의 상임위원이 68MHz 폭에 대해 지상파 활용을 주장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양 위원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 할당은 통신업계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며, 막대한 통신용 주파수가 확보된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연구반을 꾸려 활용처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반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올해 3월부터 다시 논의를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으로 난시청 해소 및 UHDTV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며 통신사는 모바일 트래픽 해소를 위한 통신기술의 발전을 위해 해당 주파수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단 미래부의 생각은 확고한 편이다. 미래부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기점으로 통신사에 막대한 주파수를 확보시키는 한편, 전파진흥기본계획을 통해 이를 더욱 공고히 하는 작업에 나섰다.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에는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40MHz 폭이 통신에 할당되었으며 나머지는 용도를 정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했다. 이에 양 위원이 남은 68MHz 폭을 방송에 할당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번 양 위원의 기자회견은 두 가지 의미에서 특기할만하다. 우선 700MHz 대역 주파수의 68MHz 폭 방송용 할당 주장은 미래부의 주파수 정책과 첨예하게 충돌하거나, 혹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시중 전 위원장 시절 40MHz 폭을 통신에 분할 할당하기로 한 부분은 변수로 여겨진다. 주파수의 특성상 간섭을 이유로 보호대역을 지정할 수밖에 없으며, 연속성을 가져야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40MHz 폭이 통신에 할당되고 나머지가 방송에 할당된다고 가정했을 때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방송이 실제 활용할 부분은 68MHz 폭보다 무조건 줄어든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통위원장 고시 및 기타 여러 가지 기술적 사항들을 따져봐야 한다. 끝나지 않는 논란인 셈이다.

게다가 양 위원의 기자회견이 미래부 주도의 유료방송 중심 UHDTV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위원은 콘텐츠 수급을 이유로 지상파 중심의 UHDTV 발전을 촉구해 고품질 미디어 서비스의 보편적 확대와 더불어 이를 통해 최소 30%대의 직접수신율 제고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래부는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유료방송 중심의 UHDTV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부 산하 TTA에서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지상파 UHDTV 표준모델을 기술 보고서로 하향 채택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양 위원이 기자회견의 서두에서 밝힌 ‘지상파 UHDTV 방송 표준화 작업 조속한 추진’은 이러한 상황판단이 깔려있다. 현재 케이블과 위성방송은 TTA에서 UHDTV 표준 작업을 마친 상황이다.

UHDTV는 방송기술의 시대적 조류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는 KBS를 중심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지상파 UHDTV 모델’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유럽과 일본 등 방송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으며 중국도 저가 UHDTV 수상기를 통한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UHDTV 발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도 싱클레어 방송그룹의 UHDTV 가능성 타진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중이다. 양 위원의 기자회견은 이러한 국제정세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판단한 결과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