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옴니아 그리고 갤럭시 S…

아이폰과 옴니아 그리고 갤럭시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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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편집위원 김건희


 작년말 KT에서 아이폰을 판매한 이후 방송통신계의 주요 화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아이폰/스마트폰이고 이것이 요사이는 스마트TV까지 연결되고 있다. 더불어 지상파 방송사들도 아이폰, 옴니아, 갤럭시와 같은 스마트폰에서 구동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폰은 국내 출시 초기에 있었던 몇몇 비평가들의 비관적 예언을 보란 듯이 비켜가며 공전의 히트 중이며, 이러한 분위기는 급기야 문화부장관의 불법기기 사용논란과 같은 촌극까지 만들어내며 발매일자도 확정되지 않은 아이패드/아이폰4G 구매 희망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아이폰 열풍과 관련된 이야기는 충분히 많은 수의 언론 기사들이 인터넷과 인쇄매체, 전파를 통해 다양하게 생산되고 배포되었다. 그러나, 관련 기사들은 대부분 아이폰의 판매량이 몇 십만 대를 넘어섰다는 둥, 아이폰으로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둥과 같이 아이폰 홍보에 기여하고자 하는 듯 보이는 기사이거나, 배터리가 분리되지 않고 A/S 엉망이다, 하드웨어 스펙을 뜯어보면 옴니아가 더 우월하다라는 경쟁사 홍보실에서 뿌린 자료처럼 보이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 아이폰 인기의 근원은 앱스토어이다. 그러나 애플이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것이 아닌 것처럼, 앱스토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도 애플이 처음 만든 것이 아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이미 게임, 주식 트레이딩 등과 같은 휴대폰 애플리케이션들을 판매하는 자신들만의 콘텐츠 마켓-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단, 앱스토어와 같은 누구에게나 열린 단일화된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무선인터넷 데이터요금 폭탄의 울타리 안에서 소비자들을 옥죄고 있었던 것이 다를 뿐이었다. 참여/공유/개방의 정신인 웹 2.0이 보편화된 시기에 어울리지 않는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낡은 틀이 이통사 서열 만년 2위에서 벗어나고픈 설움의 KT가 풍부한 무료 앱을 가진 아이폰과 WiFi 망 개방이라는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무참히 깨지고 있는 것이며, 이에 힘입어 사용자들은 주머니 속 전화기의 풍부한 활용 기능에 놀라워하며 그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폰은 또한 휴대폰 판매량에서만 약간 밀릴 뿐 판매액으로는 이미 선두를 점령한 삼성이 아직 개척하지 못한 스마트폰 시장을 혼자서 통째로 다 잡수고 계신 거대한 골칫덩이로 다가오게 되었으며, 국내에서 누리는 막강한 1위 제조사 지위와 막대한 해외 판매량으로 인해 뻣뻣하던 삼성이 급증하는 아이폰 판매량에 기겁을 하며 부랴부랴 고사양의 하드웨어 스펙을 주 무기로 삼은 옴니아를 출시하기에 이르도록 만든다. 지금도 삼성은 다음 스마트폰 모델에 CPU 클럭이 몇GHz이니, 플래시 메모리가 몇MB이니, 윈도우모바일7을 탑재한다는 둥, 삼성이 개발한 바다OS를 탑재하여 속도를 빠르게 하겠다는 둥 그저 스펙 비교표에서 이기려고 몰두하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해왔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하드웨어 잘 만드는 것 아니냐 항변하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은 원래 컴퓨터를 만들던 회사이고 지금도 그렇다. 사실 개인적으로 갤럭시S 정도 되면 아이폰과의 하드웨어 수준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더 이상의 하드웨어 비교가 무의해짐을 느낀다.


  그렇다면 국내 이통사가 정체된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해 그토록 전전긍긍했던 이유와 막강한 생산력과 풍부한 제조 경험을 가진 삼성이 휴대폰 시장에 처음 뛰어든 애플을 상대하기 힘겨웠던 이유가 무엇인가.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등에 업고 현실에 안주하여 새로운 서비스와 유용한 기술 개발에 태만해지면 어느 집단이건 미끄러지게 마련이다. 때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사업이라 할 지라도 스스로의 혁신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KT에 의해 WiFi 망 개방이라는 선제공격을 얻어맞은 SKT는 가입자를 KT에 빼앗기자 안드로이드 진영과 합세해 T-Store를 통해 만회해 보려 절치부심하고 있으나 앞서나가기는커녕 당분간 따라잡기도 수월치 않아 보인다. BBC는 iPlayer를 넘어 캥거루 프로젝트를 발판삼아 캔버스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단계에 와있다. 국내 지상파는 이제야 OHTV 표준안 개발 작업 중이며, KoreaView와 같은 무료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막강한 콘텐츠 생산력을 등에 업고 인터넷 방송서비스는 그저 부가적인 구색 맞추기 정도로 유지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는 유료 IPTV의 가입자 증가세가 더딘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겠으나, IPTV를 위시한 양방향 TV 방송 가입자가 이미 500만을 넘어섰고 풀HD급 화질의 Tving과 같은 새로운 인터넷 전용 방송 서비스들도 공격적으로 가입자들을 확보해 나아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인터넷 방송 서비스를 그저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이 생각하며 본격적 서비스에 망설이고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기 분야를 스스로 고정하고 한계를 지으며 주저하거나 머뭇거리며 현실에 안주하거나 사용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제품과 서비스를 고려하지 않으면 어느덧 선도적이고 창의적인 집단이 나의 자리를 꿰어차고 나를 쫓아내 버린다. 세계 최초로 MP3 Player를 개발한 한국은 몇 년 지나지 않아 그 권좌를 아이팟에게 내주어버렸다. 아니 빼앗겼다. MP3 파일을 디코딩하고 재생하는 수준에 맞추어진 휴대용 하드웨어 구현 기술은 단지 시기적으로 조금 늦을 수 있을 뿐, 진입 장벽이 낮은 기술이었다. 게다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너무나도 쉽게 적절한 가격에 자신이 원하는 노래의 mp3 파일을 한 번의 접속을 통해 검색하고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애플의 사용자 중심 서비스에 아이리버는 자신의 자리를 내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애플은 또한 앱스토어의 성공을 등에 업고 아이폰/아이팟터치/아이패드 판매고를 지금도 지속적으로 올려가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조직이 되는 것(To be the most creative organisation in the world)이라는 BBC의 비전은 그들이 세계최대의 공영방송이라는 자부심이나 최고의 수준 이라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거만한 비전일 수도 있지만, 혁신과 창조가 바탕이 된 끊임없는 자기 발전과 서비스 품질 개선이 곧 생존의 근간이라는 대단히 명료하고 단순한 사실을 인식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이며, 이것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필수적인 기본 덕목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