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매각, 방송 시장의 화두로

씨앤앰 매각, 방송 시장의 화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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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MSO인 씨앤앰이 방송 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씨앤앰을 매물로 내놓은 상황에서 수도권 최대 케이블 사업자를 품기 위한 이해 당사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에 청신호가 켜진 점도 호재다. 지루하게 끌어온 씨앤앰 인수합병설이 조금씩 윤곽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당장 CJ 헬로비전과 티브로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강원방송을 인수하며 올해에만 총 4개의 SO를 합병한 CJ 헬로비전의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012년 하반기에 증시에 입성해 공모자금을 인수합병에 쓰겠다고 공언하며 419만 가입자와 23개 SO를 거느린 CJ 헬로비전이 씨앤앰을 인수할 경우 총 가입자 숫자가 667만으로 늘어나게 된다. 당장 케이블 1위를 넘어 IPTV를 보유한 KT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듭날 수 있다. 이는 1997년 안양방송 설립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0년 천안·중부·수원방송, 2003년 한빛방송 계열 8개 SO, 2004년 동대문·강서·남동·서해방송, 2009년 큐릭스 계열 7개 SO 등을 사들이며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진행한 티브로드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들은 씨앤앰이 수도권 최대 케이블 사업자라는 상징성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도권 가입자에서 열세를 보이는 CJ 헬로비전과 티브로드의 씨앤앰 인수합병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모기업인 백화점을 배경으로 하는 현대HCN도 유통판로 확대의 측면에서 씨앤앰 매각에 뛰어들 수 있다.

IPTV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씨앤앰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모기업인 SK브로드밴드가 통신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IPTV 시장에서는 KT에 열세인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씨앤앰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KT가 위성방송과 망을 활용한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SK텔레콤의 씨앤앰 인수 가능성을 조금씩 고조시킨다. 한때 IPTV 특별법이 KT에 유리하다는 상황판단을 기점으로 이를 반대했던 SK텔레콤이다. 씨앤앰 인수를 통한 몸집 불리기를 통해 유료방송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게다가 씨앤앰이 자체 인터넷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라는 점도 SK텔레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망이 취약한 LG유플러스도 잠재적 인수 대상자다.

이런 상황에서 씨앤앰을 매물로 내놓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설립한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움직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씨앤앰이 용산, 송파 등 서울 주요 지역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270만 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했으며 자산이 1조 원에 달하는데다 2010년 기준 연 매출 5,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규모의 거대 MSO로 성장한 만큼, 2007년 말 투자자들의 인수 이후 5년이 넘은 현재가 차익 실현이 가능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또 씨앤앰 디지털 전환율이 70%에 육박한 점도 국민유선방송투자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물론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을 두고, 디지털 전환율이 낮은 MSO에 대한 컨버터 및 초기 투자비용이 문제가 되는 상황은 이들과 한배를 탄 씨앤앰의 입장에서 변수로 꼽히지만, 이러한 문제가 직접적으로 씨앤앰 인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미약하다.

하지만 씨앤앰 인수가 예상외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3년 초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고위 실무진에게 올 하반기를 목표로 씨앤앰 매각을 의뢰했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딜’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의 기업금융 부서 대표급 실무진에게만 매각의사를 전달하며 은밀하고 신속한 거래를 주문했지만 거래 규모가 2조~3조 원대이기 때문에 매물을 인수할 핵심적인 구매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인수과정에서 골드만삭스 PIA가 보유하던 씨앤앰의 경영권 외 소수 지분 30.5%를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6,250억 원에 사들이고 지분 인수경쟁을 벌였던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3달이 지나서야 이민주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권 지분 65%를 1조4,500억 원에 인수하는 투 트랙 전술로 공을 들인 만큼, 실제 매각에는 최소 3조 원대의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메가 딜’인 만큼 인수합병 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종합계획과 별개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논의될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완화 논의가 방송 공정성 문제와 맞물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반론에 대해서는, 애당초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2013년 하반기 매각을 검토한 만큼 씨앤앰의 새 주인 찾기는 당연히 성사될 것이라는 분석에 상쇄되는 경향도 있다. 또 국회의 유료방송 규제완화 논의도 이미 소속 의원들이 ‘규제완화’로 가닥을 잡은 이상 문제가 될 것 없다는 분위기다.

한편 씨앤앰 인수에 지상파인 SBS가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상파 플랫폼의 위기가 조금씩 고조되는 상황에서 SBS가 수도권 최대 케이블 사업자인 씨앤앰을 인수하면 막강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이는 씨앤앰 매각이 처음 본궤도에 오르던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제기된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