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 방송계 과제

[신년특집]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 방송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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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이는 해였다. 2020년 코로나19로 멈췄던 전시회나 기자회견 등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각종 대면 회의는 ‘줌’으로 대체됐다. 비대면 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를 걸었고, ‘오징어게임’ 열풍에 힘입어 ‘K-콘텐츠’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에는 기회의 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48년 만에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는 2021년 지상파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바코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지상파의 시청률이 상승했고, 방송광고총량제 확대 및 중간광고 도입 등 제도적인 부분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정부의 방송시장 활성화 정책 방안에 대해 “낡은 비대칭 규제의 해소를 통해 방송 산업의 정상화를 향한 첫 단추가 비로소 채워졌다”고 평가했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활성화를 위한 발판도 마련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통위는 지난해 4월 ATSC 3.0 기술 기반의 다양한 방통 융합 서비스를 시연했다. 먼저 실내에서는 다채널방송(Multi Mode Service), 재난경보, 지상파 VoD, 타깃광고, 고화질 업스케일링 등을 선보였고, 실외에서는 끊김 없는 이동방송, 고정밀 위치 정보 서비스(Real-Time Kinematic) 등을 시연했다. KBS는 하나의 주파수에서 TV와 라디오 등 여러 채널을 동시 송출하는 ‘UHD 혁신 서비스’를 시범 방송했다. 5G망과 UHD 채널로 수신이 가능한 다채널 및 모바일 시범 방송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이어졌다.

언론사에 있어선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2020년 업무정리 처분을 받은 종합편성채널 MBN은 방통위를 상대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며, 포털 메인 화면에서는 연합뉴스 콘텐츠가 사라졌다.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를 일반 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한 사실이 드러나자 양대 포털은 연합뉴스에 대한 콘텐츠제휴 계약을 해지했다. MBC는 도쿄올림픽 중계 사고로 보도본부장이 사퇴했으며 그 이후에도 취재하던 기자가 경찰을 사칭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

또 언론의 고의·중과실에 의한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일명 ‘언론중재법’은 지난해 하반기 언론계를 달궜다. 더불어민주당은 단독 처리 입장을 밝혔으나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등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 물러났다. 국회는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이하 언론특위)를 꾸려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신문진흥법, 방송법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지난해 말까지 논의키로 했지만 이렇다 할 수확 없이 2022년 5월 29일까지 활동을 연장키로 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올해 방송계 이슈를 간략하게 짚어보고, 각각의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살펴보고자 한다.

◊ 오래된 숙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끝낼 수 있을까

출처 : 전국언론노동조합 유튜브 채널

올해 KBS와 MBC 신년사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야기가 담겼다.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국회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KBS의 독립성을 해치는 지배구조 문제, 낡은 법제도 등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박성제 MBC 사장은 “MBC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콘텐츠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독립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사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지금이 적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정치적 후견주의를 끊어낼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언론특위도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논의했으나 국회는 물론이고 진술자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필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에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민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숙제가 대선 등 큰 이벤트에 가려져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지난해 불 지핀 ‘수신료 정상화’ 어떻게 될까

제공 : KBS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9일 KBS가 제출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심의·의결했으며,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KBS 이사회는 현행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제출했다.

KBS는 이번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하면서 “이전과 달리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국민 참여단 등 국민의 참여로 설계되고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KBS는 이번에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경영정보 설명책임과 시청자 참여 확대 △고품질의 공정한 뉴스 △재난재해 정보제공 강화 △고품질 콘텐츠와 디지털 서비스 △지역방송 강화 등을 담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으며, 경영 혁신과 자구 노력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통합형 멀티플랫포밍 조직 구축 △대규모 인력 감축과 직무‧성과급형 평가제도 도입하고 △계열사 통폐합을 포함한 KBS 그룹 토탈리뷰 시행 △분권형 지역방송 체제 개편 논의 등을 통해 경영 혁신을 추진하고, △5년간 인건비 약 2,600억 원 절감 △기본 운영예산은 현재의 연간 예산 수준 유지 △콘텐츠 수입 확대, 유휴자산 매각 등으로 약 2,000억 원의 부가 수입을 마련하는 등 자구 노력도 끊임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BS도 EBS에 대한 배분 비율이 낮다며 적어도 700원은 돼야 공적책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EBS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공적책무가 많이 주어진 상황을 언급하며 교육 격차 해소와 교육 회복 등을 위해선 수신료 배분을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KBS는 지난 2007년, 2011년, 2014년 세 차례에 걸쳐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으나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해 좌초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역시 갈 길이 쉽지 않아 보인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회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KBS가 40년 동안 염원해 온 수신료 인상이 2022년에는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지상파 소유 제한 기준 완화될까


현재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은 지상파 방송사의 주식 또는 지분을 10% 이상 초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 자산총액 10조 원을 초과한 호반건설은 KBC(광주방송)를 즉시 매각했다. 대신, 전자신문과 EBN을 잇달아 인수했다. 또한UBC(울산방송)의 최대 주주인 삼라는 지난해 12월 말까지 10%를 초과하는 UBC의 지분을 매각하든지, 그룹의 자산을 10조 원 이하로 줄여 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도록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일각에서는 지상파의 소유 규제를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통해 “지상파 소유 제한은 지상파가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 거대자본에 의한 언론 독과점 방지, 방송의 다양성 구현 등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서 “유료방송 시장에 자산총액 10조 원을 초과하는 기업집단이 대거 포진해 있고, 글로벌 OTT 기업들도 잇따라 국내 진출을 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은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 지상파 방송사 주식 또는 지분을 보유할 경우 1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방송법을 개정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양 의원은 “현행 조항이 마련될 당시인 2008년에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기업집단 수가 17개에 불과했지만 올해 기준 40개로 늘었고, 국내총생산액도 1,154조 원에서 1,924조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해 현 상황과 맞지 않다”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낡은 규제 중 하나로 꼽히는 소유 제한 기준이 2022년에는 완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K-콘텐츠 열풍 이어질까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을 필두로 K-콘텐츠의 열기가 뜨거웠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만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한화 약 5,540억 원)를 투자해 13편의 신작을 선보였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11월 방한 당시 2022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에 “2021년에만 한국 콘텐츠에만 5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시사했다. 디즈니 역시 올해 가장 많은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1조 원 규모의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은 지난해부터 5년간 총 5조 원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글로벌 OTT에 이어 국내 OTT까지 콘텐츠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만큼 2022년에도 K-콘텐츠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포문은 넷플릭스가 연다. 넷플릭스는 ‘킹덤’에 이은 한국형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을 오는 28일 공개하고, 김혜수의 첫 OTT 작품인 ‘소년심판’도 다음 달 공개한다. 티빙은 오는 14일 메디컬 코미디물 ‘내과 박원장’을 선보인다. ‘초짜’ 개원의 ‘박 원장’ 역할을 맡는 이서진의 파격 대머리 변신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준익 감독의 첫 OTT 도전작인 ‘욘더’도 티빙에서 공개된다. 또 웨이브는 국세청을 배경으로 한 UHD 콘텐츠인 ‘트레이서’를 오는 7일 첫 방영한다. 디즈니플러스는 강다니엘의 드라마 데뷔작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 윤계상·서지혜 주연의 로맨스 ‘키스 식스 센스’ 등을 선보인다.

◊ 넷플릭스 무임승차 올해는 막 내릴까

지난해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국정감사 자리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 중 하나인 넷플릭스의 무임승차는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와 관련해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양정숙 의원은 지난해 12월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가 정보통신망 이용 및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산정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실상 넷플릭스를 겨냥한 법안이다. 양 의원은 “국내 동영상 트래픽 중 넷플릭스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적 수단이 있어 트래픽 비용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와의 재판 1심에서 패소했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점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SK브로드밴드와 향후 2년 동안 망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도 넷플릭스는 여전히 망 사용료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2022년에는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