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논리에 앞서 방송의 공적 책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사설] 시장 논리에 앞서 방송의 공적 책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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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을 둘러싸고 방송통신계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경쟁사 직원들의 합병 결의 주주총회 무효 소송부터 학계 전문가들의 우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까지 인수합병으로 인한 방송통신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기업의 인수합병은 자본 논리로 해결이 가능한 아주 간단한 사안일 수 있다. 주주의 이득 및 이윤추구를 최고의 선으로 여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번 인수합병은 단순한 기업 합병을 넘어 방송의 영역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 추구 및 언론 독과점 방지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방송법 규정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국민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회적 공기 역할을 수행하는 방송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조건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지배구조 변화나 소액주주 보호, 고용 승계, 투자 계획 이행 등의 부분은 당연히 충족돼야 할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 공적 책임의 잣대 적용이다. 합병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에 따른 결정이 중요하다. 통신재벌기업이 CATV 플랫폼을 확대함으로써 당장 지역 보도 기능 장악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몇 년 전 종합편성채널의 무더기 허가가 초래한 언론 편향의 폐해가 심화될 것이 우려되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빠른 대처가 중요할 때가 있지만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바로 이번 인수합병 심사가 그렇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가 임박한 가운데 4월 총선을 앞두고 서둘러 결론을 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분야와 케이블/콘텐츠 업계의 지배적인 사업자 간 합병이라는 중대성을 감안하면 합병이 가져올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독과점 및 부작용을 꼼꼼하고 신중하게 심사해야 한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철저한 심사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불허가를 내려야 한다.

시기적으로는 국회에 계류 중인 통합방송법 개정이 완료된 후에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현실과 동떨어진 현행 방송법이 제 자리를 잡은 후에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 기존 IPTV사업자의 케이블TV 소유겸영에 대한 제한 규정이 통합방송법에서 정해진 다음에 논의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것만이 앞으로 닥칠 논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번 결정된 일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위원과 자문단 구성은 심사의 첫 단추 끼우기이다. 이해관계자를 제외한 자문단 구성이 어렵다고 기한을 정해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졸속 처리한다면 앞으로의 논란만 키울 따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미래창조과학부 등 여러 정부부처가 개입되는 이유도 여러 각도에서 심도 있는 심사를 하라는 뜻이다. 세 부처의 균형 있는 심사가 방송의 공익성 및 다양성, 시장 독점이 가져올 폐해, 공정 경쟁 등을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