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난 청룡의 해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의미했지만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선언, 이에 따른 탄핵소추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돈에 휩싸여 있다.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고,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된 해였던 만큼 방송‧미디어 업계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올해 방송‧미디어 주요 이슈들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일들을 월별로 정리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년특집③에 이어)
10월
– KBS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 조직 개편안에 반발 ‘보직 사퇴’
KBS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단이 방송기술 조직 자체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에 반발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KBS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방송기술직 53명은 10월 8일 “기존 팀장 보직 사퇴 성명 및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적인 조직 개편을 위한 제대로 된 논의의 장과 명확한 직무분석 없는 단순 통합 방식으로 방송기술의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조직 개편이 강행됐다”며 “조직 개편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참담한 심정으로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 국감에서 울컥한 김승준 방송기술인협회장 “방송기술에 대한 낮은 이해” 울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 자리에서 KBS 사측이 최근 논란이 된 조직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박민 KBS 사장은 “내부 문건인지 모르겠다”, “보고 받은 적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10월 14일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EBS를 대상으로 열린 국감 자리에서 김승준 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에게 “본인이 사찰당했다는 주장을 제보받았다”며 “‘방송기술인협회장 근태 사항 검토 보고’라는 제목의 문서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문건에는 7월 8일부터 9월 4일까지 김 협회장의 협회 활동 시간과 근무 시간이 기록돼 있으며, 8월 21일에는 최근 후 시간인 오후 7시 ‘지키자 MBC’ 집회에 참석했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에 김 협회장은 “본 적은 없지만 근태 관련 조사를 했다고는 들었다”고 답했다. 김 협회장은 최근 KBS 조직개편과 관련된 질의에 “전공의 지원이 적다고 필수의료분과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학과를 통합해서 운영하지 않는다”며 “방송기술도 마찬가지다. TV·보도·중계·라디오 기술국을 단순 통합해 운영한다면 시너지도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전문성도 키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 “힘내라 공영방송 구하자 KBS”
굵은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지던 10월 1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는 최근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공영방송을 살리기 위해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러 온 공영방송 구성원, 시민사회단체,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함께했다. KBS 방송기술인협회장으로 이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찰 의혹까지 제기된 김승준 연합회장은 “‘내가 이 맛에 수신료를 낸다’, ‘KBS가 이렇게만 하면 수신료 2배 낸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듣고 싶다”면서 “국민을 위하는 공영방송 KBS가 제자리에 바로 서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소속인 조충남 MBC 방송기술인협회장, 조중희 EBS 방송기술인협회장, 장재훈 CBS 방송기술인협회장, 최영훈 YTN 방송기술인협회장 등도 참석했다.
– 국내 방송기술 배우러 온 탄자니아 방송 관계자들
탄자니아 국영방송 관계자들이 국내 방송기술과 방송 제작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한했다. KBS와 방송기술교육원은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국내에서 탄자니아 국영방송 관계자를 대상으로 ‘방송 제작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은 KBS 주요 제작 시설을 견학한 뒤 KBS 대표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교육 실습을 받았고, 또 방송기술교육원에서 음향, 편집, 영상 시스템, 조명 등 분야별 방송장비 사용법부터 실습까지 구체적인 방송기술 교육을 받았다. KBS와 방송기술교육원은 지난 7월부터 개도국 방송환경 개선지원(ODA) 사업 일환으로 탄자니아 국영방송을 대상으로 방송 시스템을 활용한 방송제작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11월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경남권 지역 방송기술 세미나’ 개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11월 21일 KBS 부산총국에서 ‘경남권 지역 방송기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계호 방송기술인연합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세미나의 첫 발제는 김승준 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이 맡았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앞서 KBS 제작기술센터 후반제작부 팀장으로 올해 뛰어난 영상미로 대하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고려거란전쟁’의 Technical Supervisor로 활동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콘텐츠 제작 트렌드 2024: XR 제작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Technical Supervisor란 △콘텐츠 제작 기술 이슈 히스토리 △KBS XR 제작 사례 중심으로 본 기술적 이슈 △XR 스튜디오 구축 △VP 관련 주변 기술 이슈(3D SCAN, 볼류메트릭, 디지털휴먼) △디지털 어셋과 AP 국내외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 발제는 김태환 KBS 후반제작부 팀장이 맡았다. 김 팀장은 3D 제네럴리스트로 Unreal Engine을 사용해 3D 그래픽을 구현하고, AR, VR, XR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가다. 김 팀장은 ‘고려거란전쟁’뿐 아니라 최근 많은 콘텐츠에서 적용하고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에 대해 강조했다. 강의가 마무리된 후에는 지역 연합회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 자리도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과 조충남 MBC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최영훈 YTN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등도 참석해 지역 방송기술인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12월
– KOC 2024 ‘방송기술인 모두의 이야기’ 12월 5일 개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12월 5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3층 회견장에서 KOC 2024를 개최했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이번 KOC은 ‘방송기술인 모두의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이 준비됐다. 첫 강연자로는 이효종 과학영상 저널리스트가 나섰다. 그는 ‘인류 문명과 전자기학, 그리고 맥스웰’을 주제로 전기학과 자기학의 역사를 맥스웰 방정식의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두 번째 강연은 이승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이 연구원은 ‘SI 기본 단위 이야기’를 주제로 길이, 시간, 질량, 전류, 온도, 물질량, 광도 등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단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마지막 시간은 올 한해도 바쁘게 보낸 방송기술인들의 자리였다. 김광성 CBS 엔지니어가 ‘크로스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방송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주제로 시작을 열었고, 이어 정상호 TBN 울산본부 엔지니어가 ‘ARM 아키텍처와 윈도우 OS 방송 업무의 결합 및 개발’을 주제로 방송과 IT 기술의 결합이 방송 시스템 개선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강창국 YTN 인프라국 기술연구팀장이 ‘YTN 장애인 VOD 서비스 론칭’을 주제로 어떤 서비스들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KOC 2024가 마무리됐다.
– ‘2024 방송기술대상 시상식 및 송년회’ 성황리 마무리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12월 5일 오후 6시 30분 서울 글래드호텔 여의도 LL층 BLOOM HALL에서 ‘2024 방송기술대상 시상식 및 송년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영예의 대상은 KBS 변승환‧최규문이 차지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형준 MBC 대표이사, 홍종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본부장, 양용열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사무총장, 이희석 MBC 방송인프라본부장, 박창홍 EBS 융합기술본부장, 류근민 YTN 기술본부장, 최영학 CBS 기술국장 등을 비롯해 방송기술인 150여 명이 참석했다. 대상의 영예는 KBS 미디어송출부의 변승환‧최규문 씨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북한이 송출 위성을 변경하면서 국내 모든 언론사와 정부 기관이 북한 방송을 수신할 수 없던 상황에서 자체 기술로 위성 수신 시스템과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해결했다. 심사위원들은 “북한 방송 수신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 보도에 필요한 영상 자료를 확보하고 방송의 질적 수준과 안정성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 박장범 제27대 KBS 사장 취임…언론노조 KBS본부는 총파업
박장범 제27대 KBS 사장이 12월 10일 취임했다. 박 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비상계엄 사태로 민주주의 질서와 헌법 가치가 위협받는 국정 혼란 상황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KBS의 주인인 국민만 바라보고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임 사장 취임에 맞춰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구성원 무서워 취임 첫날 도둑 출근한 파우치 박장범은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파우치 박은 구성원들의 격한 환영이 무서웠는지 새벽 4시에 도둑 출근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사장 면접 당시에도 구성원을 피해 꼭두새벽에 본관 6층에 올라가더니, 퇴장할 때도 정상 출입구가 아닌 견학홀 문을 열어서 도망치듯 떠나더니, 사장 취임할 때까지 이럴 줄이야!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도둑 출근을 한 파우치 박은 예정돼 있던 국립 현충원 참배와 취임식도 취소하고 본관 6층 구중궁궐에 숨어 취임사를 녹화해 올렸다”면서 “KBS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 윤석열 탄핵소추안 통과…현업 언론인 “윤석열 탄핵하고 민주주의 지켜내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12월 14일 가결됐다. 이날 탄핵 표결을 앞두고 현업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체감온도가 영하권을 유지하는 매우 쌀쌀한 날씨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이날 현업 언론인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꼿꼿하게 자리를 지켰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를 비롯한 언론 현업 14개 단체와 현업 언론인들은 14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윤석열 탄핵 촉구 범언론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현업 방송기술인들을 대표해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 조충남 MBC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장재훈 C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최영훈 YTN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배효식 OBS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
수신료 통합징수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12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법사위는 오늘 전체회의를 열고 수신료 통합징수 내용을 담은 ‘방송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방송법 67조에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할 때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수신료 통합징수를 명문화한 것이다. 다만 ‘공사와 지정받은 자 간의 협의에 의해 수신료의 징수 방법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문구도 포함해 협의를 통한 예외도 가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