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저물어가고 있다.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난 청룡의 해로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의미했지만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선언, 이에 따른 탄핵소추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혼돈에 휩싸여 있다.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고, 사회 전반에 불확실성이 심화된 해였던 만큼 방송‧미디어 업계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올해 방송‧미디어 주요 이슈들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일들을 월별로 정리하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년특집②에 이어)
7월
– 김홍일 방통위원장 사퇴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이 보고되기 전 자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위원장은 7월 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작금 사태로 인해 국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통신‧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위원회를 통해 이뤄진 안건들은 저와 부위원장이 법과 양심에 따라 적법하게 심의 의결해 결정했다”며 “위원회의 심의 의결과 관련해 최근 일부 정치권의 방통위 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부당한 의견 개진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미래 방송기술 인력 양성 위해 KCA-방송미디어공학회와 맞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KCA, 방송미디어공학회는 7월 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송파구 가락동 KCA 서울본부 14층 대회의실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방송기술 분야 예비인력을 양성해 국내 방송 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업무협약식에는 방송기술인연합회를 대표해 △김승준 회장 △장진영 SBS 협회장 △박계호 사무처장이 참석했으며, KCA에서는 △이상훈 원장 △홍종배 본부장 △김호영 단장 △안영민 팀장이 함께 했다. 방송미디어공학회에서는 △박구만 회장 △김규헌 부회장 △김재곤 부회장 △김흥묵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세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미래 방송 미디어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일경험 사업 추진 ▲미래 방송 미디어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AI 디지털 미디어 분야 산업 진흥을 위한 공동 사업 기획 및 발굴 ▲AI 디지털 미디어 분야 기술 정보 교류와 정책 개발 사업 추진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 KBS 일방적 조직개편안에 “깜깜이” “현실괴리” 비판
KBS 이사회가 사측의 일방적인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직제규정 개정안’ 안건 상정을 연기했다. KBS 이사회는 7월 17일 직제규정 개정안의 절차적‧내용적 문제가 제기되자 상정 보류한 뒤 차기 회의 안건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번 조직개편 과정은 밀실 추진 논란뿐 아니라 현장 여건을 무시한 탁상공론의 개편안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송기술이다.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9개 조직이 줄어드는데 그중 절반 이상인 5개 조직이 기술이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권력의 사유화이며, 임기 말 경영진의 무책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기술은 업무 유사성이 없는 부분들도 많은데 이런 고민 하나 없이 단순하게 부서를 합친다는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일에 KBS‧방문진 이사 추천‧선임안 의결
논란 가운데 임명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월 31일 임명된 지 약 10시간 만에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임명 직후 임명장 수여와 현충원 참배를 생략하고 바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사무실로 출근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 의사일정을 공지하고, 오후 5시 김태규 상임위원과 2인 체제로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선임 등 총 4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야당은 방통위 2인 체제의 파행 운영을 비판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8월
– 국회,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 가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8월 2일 본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에 반대하며 모두 퇴장해 야당 의원들만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재적 의원 188명 중 가 186표, 부 1표, 무효 1표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통과가 가능하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표결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중단된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처분을 내려야 한다.
– 윤석열 대통령, 방송4법 결국 ‘거부’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2일 방송4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방송4법에 여러 문제가 있어 재의요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제21대 국회에서 부결돼 이미 폐기됐던 방송3법 개정안을 다시 강행 처리했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임에도 여야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략적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방송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며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형해와하는 ‘묻지마 거부권 남발’”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도 1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방송4법 거부권 행사, 윤석열 정권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고집불통, 아집을 조금도 바꾸지 않겠다는 확인 사살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 KBS 광복절 기미가요·태극기 논란에 박민 사장 사과
KBS가 광복절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하고, 좌우가 뒤집힌 태극기 그래픽을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대국민 사과문을 올리고, 9시 뉴스에서 사과 방송을 한 데 이어 박민 사장이 다시 한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사장은 16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국민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
故 이용마 기자 5주기인 8월 21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 시민 문화제가 열렸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덥고 습한 날씨였음에도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자리를 지키며 KBS와 MBC, EBS, YTN, TBS 등 논란의 중심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공영방송을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과 조충남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부회장 역시 자리를 지키며 공영방송의 정치적·독립적 독립을 위한 투쟁의 불씨를 살리고자 힘을 보냈다.
– 법원, 방통위 2인 체제에 제동
법원이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 임명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신임 이사 임명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또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과 관련해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는 원칙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납득돼야 하는 합치의 원리가 적용된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8월 26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등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이사 임명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의 집행정지 사건에서 신임 이사 6명에 대한 임명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9월
–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언론현업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공영방송 논란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 구성 중재안의 수용을 국회에 촉구했다. 앞서 우 의장은 7월 17일 “여야 모두 방송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한 발짝씩 물러나 잠시 냉각기를 갖고 합리적 공영방송 제도를 설계해 보자”며 방송4법과 관련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과 언론현업단체 등은 ‘방송의 날’ 하루 전인 9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남은 임기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방통위를 비롯한 합의제 기구는 2년 반 동안 파행 운영됐고, 국회는 어떤 법안에도 대통령 거부권을 상수로 둬야 하는 정체 상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성원 반발에도 결국 시행되는 KBS 조직개편안
KBS 사측이 구성원들의 계속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단순 인원 통폐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조직개편안을 밀어붙였다. KBS는 9월 9일 긴급 안건으로 직제 개편안을 제출했고, KBS 이사회는 25일 이사회에서 해당 내용을 논의한 후 통과시켰다. 앞서 사측은 ‘1실 6본부 3센터 46국’인 조직을 ‘1실 4본부 6센터 36국’으로 개편을 추진했으나 구성원뿐 아니라 KBS 이사회 여권 이사들마저 절차적·내용적 문제제기를 하자 지난 8월 마지막 정기 이사회에서 조직개편안 상정 철회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불과 열흘 만에 해당 안건을 다시 올렸다. 사측은 수정안이라고 했지만 기존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송기술만 놓고 봤을 때 사실상 후반제작기술국 하나만 추가했을 뿐이다. KBS 방송기술인협회는 “이번 수정안은 기존 엉터리 개악안에 기술국장 자리 하나를 추가한 것 외에는 구성원들이 반대했던 문제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다시 시도할거면, 수정 의견은 왜 물었으며, 사내 단체들을 포함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말을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 존폐 기로에 선 TBS…구조조정안 결재 후 대표 사의
서울시 출연기관 지위에서 해제된 TBS가 폐국 위기에 몰렸다. 당장 9월부터 급여 지급이 불가능한 TBS의 이성구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결재한 후 사의를 표명했다. TBS는 9월 23일 ‘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공지를 통해 “9월 임금 지급부터 불확실하며, 필수 업무를 위한 최소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 대상 무급 휴직 권고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10월 이후에도 재정 위기 극복이 어려운 경우 TBS 법인 청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 MBN 손 들어준 법원…6개월 업무정지 처분 취소
법원이 종합편성채널 MBN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가 MBN에 내린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1-1부(부장판사 최수환 윤종구 김우수)는 9월 25일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업무정지 등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2020년 11월 25일 MBN이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법을 위반했다며 6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은 방통위의 결정에 불복해 2021년 1월 처분 취소 소송과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서울행정법원은 2021년 2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2024년 3분기 방송기술인상 시상식 개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9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빌딩C동 공동제작센터 4층 시사실에서 2024년 3분기 방송기술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은 박계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3분기 방송기술인상 수상자는 △김동원(BBS) △김정림(MBC) △김현민(SBS) △남광현(EBS) △박우철(TJB) △안용고(YTN) △이종한(아리랑국제방송) △정상호(TBN) (가나다순) 등이다. 방송기술인상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소정의 상금이 지급된다.
– ‘BroadcastTechCON 2024’ 9월 27일 열려…주제는 ‘방송기술을 위한 AI’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미래방송미디어표준포럼은 9월 27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중회의실7에서 BroadcastTechCON 2024를 개최했다. 방송기술인연합회와 미래방송미디어표준포럼이 처음으로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는 방송기술을 공통분모로 하는 현업인, 연구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내 방송기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에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의식으로부터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올해는 첫 행사인 만큼 ‘방송기술을 위한 AI’로 주제를 선정했다. 키노트 강연으로는 △AI 기술 현황 및 방향(김선욱 엔비디아 상무) △비즈니스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법(최훈 업스테이지 이사) 등이 준비됐다.